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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티셔츠가 있을까

by macrostar 2017.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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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디자이너 하우스의 티셔츠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담은 칼럼을 썼다. 여기(링크)를 참조. 저 기사는 패션에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에 현 상황에 대한 설명과 중화의 지점을 좀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 찾아오는 그래도 패션에 좀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농간을 부리고 있는데 당해도 알고 당하자 정도다. 


물론 구찌나 베트멍, 지방시의 티셔츠는 매우 트렌디하고 예쁘고 압도적이다. 지금 입고 있는 모든 옷을 순식간에 지배한다. 여하튼 싸게는 30만원에서 보통은 65만원 혹은 그 이상을 들이면 적어도 상의는 세계 최첨단 급으로 패셔너블한 인간이 된다. 얼마 전 나온 루이 비통 + 슈프림 NY의 티셔츠는 이베이에서 1천 불 이상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패션이 보통 그렇듯 알고 당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므로 그걸 막을 순 없다. 흡연과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새 금연 시도 -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서 머리 속이 온통 그 쪽에 가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알지만 막상 손에 쥐었을 때 즐거움은 물론 굉장하다.



여튼 위 글에서 분량 문제로 제외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저렴 티셔츠로는 헤인즈, 프루잇 오브 더 룸, 길단 등등이 있다. 티셔츠란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의 옷이고 오리지널들은 대부분 박스 핏 - 그냥 박스 핏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는 뭔가 매우 이상하다 - 이지만 아시안 제품 같은 게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 유니클로, 무인양품, 지오다노 등도 있다. 이마트에서 파는 데이즈도 있고 베이직 하우스나 스파오 등도 나쁘지 않다.


이런 브랜드들에서는 기본 티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린트 티셔츠들도 팔고 있다. 프린트는 보통 조악하지만 유니클로의 UT처럼 다양한 버전을 내놓는 곳도 있고 자라나 H&M의 티셔츠는 트렌디한 분위기가 난다.


이렇게 공장제 대량 생산 브랜드와 대척점에 디자이너 하우스의 티셔츠가 있다. 그런데 사실 디자이너 하우스의 옷이 "잘 만들었음"을 전제로 하고 거기에 "숙련공", "크래프트맨십" 등이 있다고 했을 때 좋은 티셔츠들이 그런 데에 크게 중점을 두진 않고 있다는 게 약간은 문제다. 즉 프린트를 하는 데 매우 공을 쏟고 있고(그런 컬러감의 티셔츠는 일단 10만원 이하 브랜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두텁고 푹신푹신하고 부드럽고 오래가는 좋은 면을 쓰고 있지만 일단은 거기 까지다. 


청바지도 비슷하다. 신경을 좀 쓰고 있다고 해봐야 일본 산 셀비지를 사용했음, 이태리 산 셀비지를 사용했음 정도다. 올해 "아메리카"를 표방하고 있는 캘빈 클라인이라면 미국산 코튼으로 콘 밀스에서 제작한 데님으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만들었을 법도 한데 딱히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이 패션 브랜드들이 가방이나 구두, 드레스를 만드는 아틀리에의 "장인"을 보여주면서 청바지와 티셔츠 같은 다른 평범한 옷에는 그런 것들을 아직 등장시키지 않고 있는 건 좀 안타깝다.



여튼 위의 두 대척점 사이에 빈티지 제조 방식으로 티셔츠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 레플리카가 만들어진 경로를 따져 보면 40, 50년대 리바이스가 유행 - 너무 비싸다 - 레플리카를 만들자 - 이왕 만드는 거 옛날 방식으로 만들자 - 이거 괜찮네! - 딴 것도 만들어 보자 - 작업복, 가죽옷... - 그리고 티셔츠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얼마 전 화이트 티셔츠(링크) 이야기를 할 때 그런 브랜드들을 몇 말한 적 있다. 그리고 티셔츠까지 흘러온 다음에는 맨 위에 나온 브랜드 중 대중적인 티셔츠를 내놓는 + 오래된 기업에서도 옛날에 내놨던 것들을 다시 내놓거나 한다.





대부분은 헤비 온스(heavy ounce), 헤비웨이트(heavyweight), 룹 휠드(loopwheeled), 롱 스테이플(long staple), 튜블라 니트(tubular knit) 등의 용어가 붙어 있다. 6온스 넘어가면 시중의 평범 티셔츠보다 살짝 두껍고 10온스 막 이런 것도 나온다. 대부분 투박하고 무식하게 생겼는데 일본 레플리카 청바지들이 그렇듯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레플리카 청바지 회사들을 뒤져 보는 거다. 물론 100불 정도는 하고 그거 넘는 곳도 많다. 또한 티셔츠라는 건 뭐 별 말이 있어도 다른 옷에 비하면 제작비가 낮고, 이윤율이 좋고, 쉬이 사서 입는 옷이라 아마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일 거다. 





티셔츠 같은 건 찾아보면 이름 모를 회사에서도 캘리포니아의 롱 스테이플 코튼으로 만들었고 경년 변화를 즐겨보세요~ 등등으로 선전하는 곳들이 꽤 있다. 한때의 피크가 지나갔기 때문에 이제는 망한 곳도 꽤 많긴 한데... 여튼 대중 브랜드와 하이 패션 티셔츠 사이에 오래 입어보며 만듦새를 즐겨볼 종류로 이런 티셔츠도 있다. 뭐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뭐 해볼 만도 한데 아직 딱히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선택지가 많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그리고 청바지나 티셔츠 가지고 이런 공을 들이는 것의 좋은 점, 진정 재미있는 점은 흘러가는 걸 붙잡으려 한다는, 한껏 소모적인 것들을 들춰보며 가치를 부여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덧 없음과 부질 없음이 패션의 핵심이 아닌가. 부질없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세상 천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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