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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트 쿠튀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by macrostar 201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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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지방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임명된 뉴스와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링크). 글이 파리 오트 쿠튀르의 공식 멤버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나는데 아마도 "공식"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진 경우가 있었고 대답을 했는데 사실 그 이야기가 왜 궁금한 지 핀트를 잘 몰라서 다른 대답을 한 것도 있고, 그런 걸 이제 와서 다시 정리하는 건 복잡하기도 하고, 이런 기회에 오트 쿠튀르 멤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야기도 해보자는 김에 써본다.



위 사진은 2012년 지방시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는 공식 명칭으로 The 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라고 하고 현재 의장은 랄프 톨레다노라는 모로코 출신의 비지니스 맨이다. 이 분이 프레타 포르테도 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여튼 오트 쿠튀르는 우선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쇼에 참가해야 하고, 몇 벌 이상의 옷을 선보여야 하고, 숙련공 수, 어디서 만들고 등등이 규정되어 있다. 이런 자격이 되는 브랜드가 오트 쿠튀르 쇼에 참가해야지! 하고 결심하고 신청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들을 규합해 French Ministry of Industry에서 매년 명단을 발표한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오트 쿠튀르 패션쇼는 오피셜 하우스 멤버, Correspondent 멤버(외국인), 게스트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외국인은 아마 옷을 만드는 본진이 어디냐에 따른 구별이다. 그러므로 다 같이 오트 쿠튀르 쇼를 하고는 있지만 미묘하게 멤버의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아르마니 프리베나 아틀리에 베르사체는 코레스폰던트 멤버다. 이건 패션쇼의 경우고 이외에도 쥬얼리와 액세서리도 따로 참여 브랜드가 있다.


이렇게 (귀찮아 보이는) 일을 하면 오트 쿠튀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 패션의 정수~ 뭐 이런 구절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다.


여기까지에서 알 수 있는 건 오트 쿠튀르 멤버라는 게 결코 항구적 결사 같은 게 아니라는 거다. 즉 매년 조금씩 명단이 바뀐다. 이건 오트 쿠튀르에 관심이 없어졌다든지 아니면 할 수 없게 되었다든지 등의 각자의 이유가 있을테다. 아무튼 공식 멤버라는 건 프랑스 산업청에서 그해에 발표한 멤버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게 어떤 브랜드들인가는 오트 쿠튀르 스케줄표를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오트 쿠튀르 정식 멤버인데 스케줄표에 없거나 혹은 오트 쿠튀르 멤버가 아닌데 스케줄표에 있거나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해 오트 쿠튀르 스케줄표에서 코레스폰던트 멤버나 게스트 멤버를 제외한(표시가 되어 있다) 나머지가 공식 멤버다. 그리고 오트 쿠튀르 공식 멤버였다고 올해 쇼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하면 그건 쇼에 참가하지 않은 공식 멤버가 아니라 예전의 오트 쿠튀르 공식 멤버가 된다. 뭐 국가대표 축구팀 멤버...랑 조금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맨 위 링크의 칼럼 마지막 단락은 "파리 오트 쿠튀르 연합의 공식 멤버(A)는 14개"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데 물론 이렇게만 보면 오해를 할 여지가 좀 있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초청과 게스트 디자이너를 제외한 올해 오트 쿠튀르에 참가한 공식 하우스(B)"라고 적으면 된다. 하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A의 정의에 B의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으므로 둘은 다르지 않다. 다만 위 글은 좀 더 광범위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신문의 칼럼이므로 역시 좀 더 자세히 적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을 한다.


또한 만약 "공식" 멤버라는 게 이렇게 유동적이라면 글의 후미에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그 숫자를 사용한 것이므로 그 근거의 힘이 약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좀 더 명확한 추적을 위해서라면 몇 년 간의 이동 추이를 조사해 보는 게 맞다. 또한 오트 쿠튀르 뿐만 아니라 프레타 포르테의 숫자도 파악해 보는 게 맞을 거다. 물론 책이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우선 프레타 포르테는 여성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런칭해 입성할 수가 있다. 오트 쿠튀르에 비하지면 더 용이하고 시장도 더 넓다고 하겠다. 부분 공략을 해도 생존이 용이하다. 이에 비해 오트 쿠튀르 특히 디올과 지방시 같은 올드 하우스들은 LVMH같은 대기업에 의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임명되고, 내놓는 옷도 주로 파티 의상 등등 평범한 회사원은 만날 일이 거의 없는 비현실적인 그러나 동시에 옷 만드는 기술 등이 집약되어 있는 장이다. 시장은 더 작을 지 몰라도 더 "귀중한" 걸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디올"과 "지방시" 임이 중요한 점이고 그곳의 크리에이티브 파트 최상층부의 인원 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거다. 그러므로 오트 쿠튀르 현실 고발이 목적이 아닌 이상 지금의 오피셜 멤버 현황 정도로 현실 전달에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하나 이야기할 건, 예전에 패션 vs 패션 책을 냈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책 앞 부분에 위키피디아의 오래된 기업 리스트를 인용한 게 있다. 말하고자 하는게 패션 브랜드는 굳건할 거 같지만(브랜드 이름만 붙여 놓으면 비싸게 팔 수 있다에 대한 반박의 의미가 있다) 그렇지도 않다는 이야기였으므로 그 인용 대상이 어디든 별로 상관없지 않나라는 생각 때문에 참고를 했었다. 이번에 14개 리스트도 스케줄 표를 보고 세면 되고 아마도 프렌치 미니스트리 오브 인더스트리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어딘가 발표한 게 있겠지 싶지만 프랑스어를 모르므로 위키피디아에 적혀 있는 14인을 기준으로 했다. 

물론 그 출처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달 필요가 없는게 이게 어디 적혀 있는 걸 봤든 교차 확인하면 되는 거기 때문이다. 예컨대 에이핑크의 데뷔일 2011년 4월 19일은 그걸 나무위키에서 봤든, 위키피디아에서 봤든, 초롱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든 별로 상관이 있는 게 아니다. 어차피 4월 19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엠카를 실제로 다 뒤져봤더니 4월 18일이더라(거짓말이다)라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는 있다. 만약 4월 19일이라는 게 가장 큰 주제인 이야기를 할 거라면 그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뒤져봐야 하는 게 맞다. 


물론 위키류에서 내용 전달을 위해 팩트 왜곡이나 잘못된 해석 등은 문제가 되지만 이건 그냥 숫자만 세면 되는 문제나 데뷔일 같은 건 누가 어디에 적어 놨든 그게 그거긴 하다. 그러므로 이런 류의 내용에까지 위키류에 대한 반감을 가질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책이나 기명 칼럼이라면 숫자를 세보든가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또한 이런 건 습관도 중요하니까.


그러므로 정리하자면 마지막 단락은 "올해 오트 쿠튀르 스케줄표에 있는 오피셜 하우스" 정도로 쓰는 게 더 적당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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