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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으로써의 체인 스티치

by macrostar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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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밑단은 체인 스티치... 라는 건 사실 존재를 모르는(혹은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아무런 영향도 없는 사실이지만 존재를 아는 사람.. 중에서 일부에게는 꼭 있어야만 할 거 같은 뭔가 짜증나는 군더더기 일상 같은 느낌을 준다. 체인 스티치는 요즘은 훨씬 많이 쓰고 비용도 낮은 싱글 스티치 식 밑단 정리에 비해 더 안 좋은 방식이지만(게다가 잘못 건들면 다 풀린다, 그러므로 사실 이건 쓰면 안되는 방식이다) 그 특유의 입체감과 존재감 때문에 인식하기 시작한 상태라면 없을 때 어딘가 허전함이 생긴다. 그냥 아무 의미도 없고 저 혼자 신경 쓰이는 그런 거다.



저 사슬처럼 보이는 밑단 오렌지 색 스티치가 체인 스티치다. 이 글 때문에 체인 스티치의 저주가 누군가에게 씌워지려나... 사실 기능적으로는 아무런 장점이 없는 것으로 보이긴 한데 그래도 밑단은 체인 스티치여야 하지 않나... 이러면 단순화 시키려고 애쓰고 있는 인생이 꽤 복잡해 진다. 밑단을 비롯해 옷은 가능한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길어서 못 입는 거 보다는 살짝 건드려 자주 입게 된다면 그건 해야 하는 일이다. 보통 세탁소나 수선집에 가면 싱글 스티치로 해주는데 체인 스티치를 찾으려면 검색을 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로프 이펙트가 있어야 한다며 유니언 스페셜이니 뭐니 하면 인생은 더 복잡해 진다. 저거 하는 데 비용도 1만 5천원에서 2만원 등등으로 꽤 많이 든다.



유니언 스페셜이 만드는 로핑 이펙트는 밑단이 이렇게 되는 걸 말한다...


하지만 밑단 체인 스티치는 리바이스 만의 룰일 뿐 세상에 원래 있는 법칙 같은 건 물론 아니다. 빅존의 레어나 아메리칸 어패럴의 청바지는 기본이 싱글 스티치다. 그 중 빅존 쪽 이야기가 약간 재미있다.



오카야마의 오래된 섬유 공장들을 뒤져 예전 기계를 다시 가동시켜 셀비지 데님을 처음으로 "다시" 생산해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빅존의 레어는 처음 나왔을 때 밑단이 싱글 스티치였다. 즉 이건 기존 모델의 레플리카라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 진  빈티지 생산 방식의 오리지널 데님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레플리카 데님 청바지가 유행을 하면서 레어도 세상 시류에 맞춰 밑단을 체인 스티치 방식으로 바꿨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새로운 레어를 내 놓을 때는 다시 예전의 싱글 스티치로 바꿨다. 이 말은 굳이 리바이스 같은 걸 따라한 게 아니라 자기들이 처음 선보인 초기 제품을 오리지널로 놓고 그 옷에 들어있는 방식을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사실 레어는 처음 나온 지 거의 30년이 넘었고 드님의 66모델 같은 것도 90년대 초반에 처음 등장했으니 나온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리바이스가 뭘 했든 말든 이 정도 오랫동안 계속 만들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미 사용한 옷은 이미 복제라고 하긴 그렇고 변형된 모습, 즉 모델이 되었던 리바이스와 다른 모습(한때는 잘못된 부분이라고 여겼던)이 이제 오리지널로 굳어져 있는 새로운 오리지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프로토타입으로 리바이스의 모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른 이야기다. 리바이스의 66은 66이고 드님의 66은 그냥 드님의 66이다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 다양한 모델이 있으면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는 거지 뭐. 세세한 차이를 보면서 각자 마음에 드는 걸 고르면 된다. 리바이스 66따위 난 필요 없고 드님 66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걸로 되는 게 아닐까. 체인 스티치도 마찬가지 문제인데... 그래도 신경 쓰이는 병이 생기고 나면 골치가 꽤 아파진다. 고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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