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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Z는 무엇을 "표절"했는가

by macrostar 201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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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톤 포스트에 KTZ의 표절 기사가 실렸다(링크). 이 사이트를 종종 찾아와 보신 분은 알겠지만 패션 안에서의 표절에 나름 민감한 편이라 이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링크)를 쓴 적 있다. 저작 권리의 보호 이런 문제도 있겠지만 일단 패션 크리에이터, 회사의 상상력 한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튼 그런 와중에 KTZ 이야기의 내용을 보면 : 이누이트 족의 후손인 살로메 아와라는 분이 KTZ가 이번 시즌 스웨터의 프린트를 이누이트 족의 신성한 파카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KTZ는 이 스웨터를 스토어에서 내렸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살로메 아와는 사과문에는 만족했지만 조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가 없었고 금전적 보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때문에 행복하면서도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나 싶은데...



문제가 된 프린트는 이거다. 저 프린트 꽤나 신기한 무늬이긴 한데... 여튼 왼쪽이 이누이트, 오른쪽이 KTZ다. 이 문제는 표절과 신성한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일단 표절. 이 프린트는 물론 존재하지만 말 그대로 전통 무늬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문화재의 패턴 무늬나 삼족오 같은 거다. 물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저작권자가 없고 혹시 있었어도 시효는 지나갔다. 그러므로 인류 공동의 재산이다. 이누이트 족 같은 건(찾아보니 현 인구가 12만이다) 저작권자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두번째 신성한 이라는 부분 때문에 저걸 그냥 가져다 쓴 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즉 저 무늬가 저 부족에게는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런 걸 가져다 쓸 거면 그 내막을 가능한 상세히 알고 사용하는 게 강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꼭 쓰고 싶고 제사같은 게 필요하면 그런 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늬로(그런 게 뭐가 있는 지 잘 모르겠지만) 걸레나 깔판을 만들면 누군가 슬퍼할 수도 있으니 역시 주의는 필요해 보인다.


그러므로 KTZ가 사과를 하고 + 금전적 보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건 옳은 태도다. 그리고 이누이트 족은 만약 보상금을 받고 싶으면 차라리 파카를 베낀 미군 쪽에 딜을 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어 보인다. 


근데 기사에 보면 이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되어 있다. 인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분이 사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과연 왜 논란이 일어났을까, 무엇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고 비난을 했을까. 그들은 대체 어떤 두뇌 회전 루틴을 가지고 있어서 이걸 큰 규모의 논란으로 만들어 냈을까. 이해는 안 가지만 존재하고 있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나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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