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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이야기

by macrostar 201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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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지 않으면 향수는 꼭 뿌리는 편이다. 이유는 별게 없고,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영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향기 나는 바디 워시로 샤워를 하지도 않고(다이알 비누가 제일 좋다), 위와 장도 그다지 좋지 않다.

 

요즘 사용하는 향수는 Chanel의 Allure Homme와 Rochas의 Macassar. 전자는 트렌드에 맞게 조금은 가볍고 상큼한 향이고, 후자는 80년대 포마드같은 느낌의 무겁고 진중한 향이다. 향수는 기본적으로 내가 고르고, 내가 사는데 약간 예외적으로 이 둘은 모두 내가 고른 것도 아니고 내가 산 것도 아니다.

 

매일 뿌리고 다니는 제품이라 조금 곤란할 수도 있는데(이런 건 좀 민감하다) 다행히 둘 다 꽤 마음에 든다.

 

 

병의 생김새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박스에서 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두가지를 골라놓고 돌아가며 쓰는 편이다. 하나는 메인, 하나는 서브. 샤넬이 메인이고 로샤스가 서브다. 하나만 있으면 쉬 질리고, 셋이 넘어가면 머리 속이 복잡해져서 매니지먼트가 어려워진다. 꽤 오랜 시간 실증에 의한 변증법적 정반합의 결과 이 정도 템포가 나로서는 딱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뿌리는 양도 약간 고정적이다. 일단은 나한테만 나도록 하는게 기본적인 목적이다. 모르는 사람이 내가 뭔가 뿌렸다는 걸 알게 되는 게 그리 달갑진 않다. 다만 나에게 딱 달라붙으면 알 수 있는 정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다만 로샤스는 처음인데, 이게 여러가지 면에서 강해 가늠이 좀 안되고 있다.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샤넬을 계속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샤넬에서는 그 따위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

 

훨씬 더 예전에는 역시 샤넬의 Egoiste를 사용했었다. 바닐라 향 나는 Platinum말고 그냥 에고이스테. 에고이스테를 메인으로 한 상태로, 서브로는 베르가못 향이 강했던 아르마니, YSL의 이름도 개성도 기억 안나는 향수, 휴고 보스의 군용 물통처럼 생긴 놈, GQ에서 받은 지방시 등등이 거쳐갔다.

 

한동안 이렇게 에고이스테를 썼는데 사실 계속 쓸 생각이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옷에 조금씩 흔적이 남는 게 나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알뤼르로 턴하게 되었다. 알뤼르는 에고이스테에 비해 강렬함이 덜 한게 아쉽다. 기분이 약간은 처진다. 그래도 향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든다. 어쨋든 이걸로도 쭉 가볼 생각이다.

 

 

 

에고이스테를 쓸 때는 이상한 일들이 많았다. 정반합 완성이 되기 전에는 지나치게 많이 뿌려 민폐를 끼치거나, 너무 조금 뿌려서 나도 어떻게 된 건지 기억이 안나는 일들도 꽤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이게 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고, 또 아는 사람이 물어봐서 이름을 말해주면 이름도 꼭 너같은 걸 쓴다라는 (알쏭달쏭한) 답도 자주 들었다. 그렇게 못되게 살지는 않았던거 같은데.

 

그리고 누가 엘리베이터를 이승연과 같이 탔는데 똑같은 향이 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어쨋든 오랫동안 쓰는 제품을 같은 걸 쓰는 사람을 알거나 보는 건, 양산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약간은 이상한 기분이 드는 일이다. 어쨋든 남자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에게 약간 호감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이승연은 남자 시계를 차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큼지막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고급 남자 시계를 메고 다니는 여자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 숏컷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인데 여러가지로 잘 안 풀리고 꼬이고 있는 듯 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인터넷에 오래간 만에 기사도 하나 떴던데 그다지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뭐, 당연히 나보다는 열심히 잘 살고 계시겠지만.

 

 

 

로샤스도 사실 2011년에 사용하기에 꽤 독특한 편이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약간 더 고리타분한 쪽으로 과격하게 나가보고 싶은데 떠오르는 아이템은 없다. 궁금한 건 샤넬의 블루 드 샤넬(하지만 알뤼르가 계속 메인인 이상 이건 못써보게 될 지도 모른다), 에르메스의 떼르, 크리드의 오리지널 베티버 정도다. 프레드릭 말도 궁금하다. 하지만 조달이 어려운 향수는 곤란하다.

 

물론 지금 거 다 쓰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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