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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vs 란제리 브랜드

by macrostar 201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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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계열 브랜드 이야기를 이곳에서 꽤 자주 했다(링크). 그 이유의 줄거리를 대충 말해보자면 : 패션 디자이너 하우스들이 거대 기업에 편입되면서 포지션이 더 명확해지고 계층화가 진행되는 상태에서(예 - 두루미 통신 참고 링크) 갈 곳이 없는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는 디자이너들은(메담 커초프 도산 - 링크) 란제리 쪽으로 가는 게 낫다는 가정이다. 


이 쪽은 사치품 풍조가 남아있고(사실은 그게 다고), 그래봐야 가격이 접근 불가한 곳까지 치솟지는 않고, 외부에 드러나는 옷을 보조하는 데 머무는 심플한 속옷 대신에 란제리를 선택하는 이들의 취향이 패션의 여러 선택지에서 과감함을 허용할 융통성, 유연함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실험을 용인할 수 있는 가격의 선이 낮다. 여러모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결합이 뭔가 만들어 낼 가능성이 용이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란제리 브랜드들도 요 몇 년 간 다양한 방식으로 어프로치를 시도했다. 아장 프로보카퇴르나 르샤, 샹텔 등은 시즌마다 꽤 신선한 룩북을 선보였고, 빅토리아 시크릿의 쇼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더 높아졌다. 예전에는 S-M 전문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제품들이 메이저 회사에서 나오기도 했고, 젊은 디자이너 중심의 재밌는 브랜드들도 꽤 나왔다(링크). 3D 프린터 같은 신기술의 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여튼 그러던 와중이라 기대를 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예전 글에도 적었듯 예상보다는 지지부진했다. 그 이유는 란제리 브랜드는 외투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패션으로 성립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아니면 둘, 혹시 많아봐야 한계가 뚜렷한 소수 집단 만의 은밀한 즐거움만 가지고는 이 계열이 커질 수 있는 선이 너무 빤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슬슬 국제적인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하우스들이 란제리풍 아우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을 기점으로 기존 브랜드에서 아우터와 결합된 란제리 라인을 대거 쏟아내기 시작했다. 며칠 전 말했던 지방시 2016 봄여름 컬렉션(링크)도 그렇고, 어제 했던 버버리 프로섬도 그렇다.




버버리 프로섬 2016 봄여름 컬렉션 중. 위 사진은 보그UK(링크)


지방시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아우터 안의 란제리를 소화해 냈다. 뭐 이 둘에 워낙 많이 나와서 그렇지 다른 브랜드에서도 심심찮게 많이 볼 수 있다. 베라 왕이나 스텔라 맥카트니처럼 원래부터 Bridal 라인이 있고 더불어 란제리 라인이 있던 곳들은 오히려 더 잠잠하다. 여하튼 이렇게 등장한다는 뜻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컬렉션에 나온 옷들을 기반으로 란제리 라인을 완성 시키겠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다음 시즌 쯤 부터는 지방시 슬립 같은 걸, 예전처럼 구색 갖추기가 아닌 다양한 제품군 중에서 골라가며,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케일 큰 회사들의 빈틈없는 관리와 함께, 저걸 패션쇼에서 소화해 내기 위해 새로운 룩을 만들어 낸 점(사실 아주 예전에 돌체 앤 가바나가 시작했고 종종 보이던 거지만 이번 시즌 란제리 아우터들은 굳이 쎈 년 콘셉트가 아니어도 되는 유순한 룩이다, 위 모델들도 얌전해 보이잖아) 같은 부분은 확실히 재미있다.


더불어 "보이라고 입는 팬티"의 등장을 이글루스 시절부터 기다려왔는데 이런 식으로 등장할 지는 몰랐다. 겸사겸사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이 사이트 최고의 스테디 인기 포스팅인 "핫팬츠 + 스타킹"(물론 유입의 다수는 제목 때문)도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며 링크를 달아본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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