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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어른의 셔츠

by macrostar 2015.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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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중년 남성 가을 스타일링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링크). 그런데 통계를 보아하니 이 글을 찾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이 말은 여전히 좋은 스타일링 팁을 받을 곳이 없기도 하고(남성 잡지는 보통 그보다는 어린 축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 추석도 다가오는 데 뭐 가을 분위기 나는 새 옷을 입어볼까(추석빔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있을 거 같고 여러가지 예상을 할 수 있다. 여튼 거기엔 셔츠 이야기는 하나도 없으므로 보충의 뜻으로 써 본다.


셔츠는 평범한 직장인 남성이라면, 혹은 아니더라도 수도 없이 입게 되는 옷이고 정말 많이 필요한 옷이다. 깨끗하게 입어야 하는 옷이므로 원칙적으로는 한 번 입으면 세탁을 해야 하고, 다림질도 해야 하는 등등 손도 많이 간다. 여하튼 많은 장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백화점 매대에서 대량 구입, 요즘 주요 백화점이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매대가 사라지고 있으므로 아울렛 아니면 유니클로 등등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도록 지내다 보면 가끔 사치를 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수트로 그런 방탕을 부리기엔 너무나 비싸고 번거롭고, 구두도 어렵고, 시계는 더 어렵다. 보통 지갑 정도에서 고급품을 구입하는 빈도가 높은 거 같다. 지갑이 좋으면 왠지 돈도 더 많이 들어올 거 같고 뭐 그런 게 있으니까. 운이 좋은 지갑이라는 게 뭐 있지 않을까... 그런 거 만나면 수선해서 계속 써야 함.



1950년대 애로우(Arrow)의 캐리비안 프린트 셔츠 광고


여하튼 셔츠도 그런 사치를 한 번 쯤 부려보기 좋은 품목이다. 아주 많이 입어 봤으므로 좋은 건 뭐가 좋은 지 느낄 수 있는 확률도 꽤 높다. 그런 보람이 자신을 좀 더 든든하게 만든다. 셔츠를 좋은 걸 사볼까 하면 여러가지 선택지들이 있는데 우선 테일러 샵. 맞춤 셔츠라는 건 번거롭기는 하지만 제 몸에 딱 맞는 셔츠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 이 쪽도 테일러라고 무조건 좋기만 한 게 아니므로(불량 샵들도 꽤 있다) 좀 알아봐야 한다. 


그런 건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검토해 보고 오늘은 그냥 비싼 셔츠다. 물론 비싼 셔츠는 예컨대 유니클로의 드레스 셔츠에 비해서 좋다. 더 좋은 원단으로 만들었고, 더 비싼 몸값의 재단사들이 면을 잘라 바느질을 하고 단추를 달았다. 하지만 이게 두드러지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크리스탈과 다이아몬드의 차이처럼 확 나는 게 아니라 매우 미묘하게 자리 잡는다. 


그렇지만 이 세계는, 다른 세계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느 정도 품질이 좋아질 때까지는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지만 어느 기점을 넘으면 조금 더 좋은 거에 매우 비싼 가격을 치루게 된다. 하지만 원래 사치품이란 그런 거다. 그럴려고 돈을 쓰고, 그렇게 삶의 재미를 조금씩 쌓는다. 아래 제품들은 어차피 기성품이므로 링크는 모두 해외 쇼핑몰이다.



기본적으로 셔츠 몸통과 카라의 색이 다른 건 소위 월 스트리트 풍 패션이라고 하는 데 굳이 입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피하는 게 낫다. 불필요한 디테일, 예컨대 칼라에 스티치(바늘 구멍) 자국 같은 것도 별로다. 앞 주머니도 없는 게 낫고 여하튼 모든 면에서 베이직한 모습이 가장 낫다. 사치품이라고 쓸데없는 멋을 부리려고 하면 경망스럽다. 그리고 중년이라면 유행 따른 다고 얄쌍한 거 사지 말고 카라도 큼지막 한 걸로. 위 제품은 모두 스테파노 리치, 좌(링크), 중(링크), 우(링크).





이번엔 약간 더 발랄한 스타일. 여하튼 그렇잖아도 어두운 톤의 수트나 아우터를 많이 입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두운 기색이 있는 건 피하는 게 낫다. 세로 스트라이프는 잘 입으면 멋지지만 좀 어렵기 때문에 연습을 좀 해본 다음에 시도하는 게 낫다. 위 제품은 모두 키톤, 좌(링크), 중(링크), 우(링크).


이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링크) 갤러리아 백화점에 위 두 회사 스테파노 리치와 키톤, 그리고 또 브리오니까지 수트 3인방이 모여 있으니 실물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가보는 것도 괜찮다. 뭐 가격과 사이즈 보고 와서 해외 쇼핑몰에서 사도 되는 거고. 그냥 그런데... 싶으면 폴로 랄프로렌이나 바나나 리퍼블릭 가면 되고. 아무튼 글로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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