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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리미티드의 가치

by macrostar 2011. 3. 17.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그야말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살아남을 요소는 물론 품질, 이미지, 유니크한 차별성 같은 것들이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다. 왜 다른 데가 아니고 이것을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잠깐 유행을 탈 수는 있겠지만 어느덧 사라진다.

 

물론 이런 극한 전투는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만들어낸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헐리우드 영화들처럼 화려하고 요란하지만 명백한 질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밖에서 이제 진입하려는 자들은 이런 모험을 감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안착되어 있는 자들에게는 위험 천만한 일에 뛰어드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사실 한 시즌만 휘청해도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그래서 이미지를 구축할 광고같은 데에 자본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남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산뜻한 컬러나, 갑자기 모든 걸 환기시키는 듯한 새로운 패턴으로 전기를 마련하는 경우들이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2008년 쯤 시작된 TISA/Phenomenon과 MCM과의 콜래보레이션은 무척 훌륭했다. 한참 무너져갔지만 MCM의 배경에 꽤 진중한 역사가 있고, 최첨단의 스트리트패션 유행과 그럴듯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밝은 브라운과 밝은 스카이 블루라는 밝지만 경망스럽지 않은 컬러는 일단 산뜻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2008년에 http://macrostar.egloos.com/4668418 쓴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걸 보면서 지루하던 MCM에게 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되었다. 백화점 구찌도 한때 수렁에서 허우적대다가 기어나온 적이 있다. 톰 포드 정도는 아니지만, MCM에는 마이클 미샬스키가 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 그리고 요지 야마모토와 더불어 Y3의 또 다른 한 축.

 

어쨋든 그 이후 MCM의 행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예를 들어 MCM+ 라든가 하는 보다 고급 라인을 런칭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거나, 아니면 아예 Bape나 Supreme Team처럼 스트리트의 왕이 되기 위해 나서지 않을까 하는게 나름의 예상이었다. 게릴라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같은 걸 스톡홀름이나 제네바 같은 의외의 도시에 뿌리면서 말야.

 

 

 

결론적으로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나아갔다. MCM은 저 콜래보레이션 중 밝은 브라운을 비세토스라는 이름으로 MCM의 기존 라인업에 포함시킨 다음에 다양한 변종 가방을 내놨다. 여전히 비세토스 라인에서 나온 cognac이나 패트리샤 필드 컬렉션같은 고급 리미티드 라인업이 존재하지만, 보급형 라인의 존재는 이미지를 과다하게 소비하게 만든다.

 

결국 LV의 모노그램 - 무라카미 그래피티와 같은 구조의 라인업이지만 그 정도의 이름값을 만들지는 못했다. 롯데 백화점 본점 1층, Coach와 Dior 사이에 들어갔지만 아직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굳이 자본을 때려 박으며 모험을 하느니, 안정적으로 많이 파는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미지를 과다하게 소비하면서도 가치를 유지시키는 건 무척이나 어렵고 미묘하다. LV의 모노그램은 수십년 동안 밤하늘의 별처럼 많이 소비되었고, 가품들이 산재해 있지만 여전히 가치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하지만 이런 계통에서 질렸다는 느낌을 만들면 그야말로 끝이다.

 

일단 하늘색은 남아있다. 2008년의 저 모습은 지금 봐서는 벌써 오래된 느낌이 나지만 컬러 자체는 여전히 산뜻하다. 그리고 MCM의 기존 라인업에 블루가 있기는 한데 약간 다르다. 어쨋든 나는 TISA와의 콜래보레이션이 만들어 낸 저 산뜻함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는 게 여전히 아쉽다. 저걸 어떻게 훨씬 더 멋지게 키워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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