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2 15:13

얼마 전 패션 칼럼에서 옷을 마음대로 입자는 이야기를 썼고(링크), 사실 옷을 마음대로 입자고 하면 엉뚱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입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소위 아저씨 패션) 이번에는 몸 관리, 옷 관리(세탁)이 일단은 전제 조건이다(링크)는 이야기를 썼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사실 한참 전에 개저씨 탈피 방법에 대한 원고 의뢰를 받고 이런 분야에 대해선 쓸 말이 별로 없는데... 하다가 아래의 이야기를 써보고 받아주면 좋고 아님 말고의 기분으로 남 눈치를 좀 보고 세탁을 열심히 합시다 류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 눈치의 대표적 충돌, 등산복 패션


사실 이런 이야기에는 약간 모순적인 측면에 있는데 옷을 입을 때 남 눈치를 보지 맙시다 - 살면서 남 눈치 좀 봅시다를 동시에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이상적인 방향을 이야기하는 거다. 무슨 이야기가 있든 세상 모르고 남의 패션에 대해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또 제발 타인의 눈치 좀 보며 살았으면 좋겠는데 전혀 아무 생각도 없는(여기까진 괜찮은 데 배타적 태도와 불결함이 결합된) 사람 역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 대체 왜 이렇게 침들을 뱉는가를 한탄하며 세상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는데 가만 보면 많은 인간들이 굉장히 엉뚱한 곳에서 타인 간섭을 하고, 굉장히 엉뚱한 곳에서 자기 무심의 세상에 빠진다. 뭘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지 자체가 사회적으로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인데 그렇기 때문에 발란스가 좀 이상하다. 예컨대 기분이 나쁨이 과대 평가되고 있고, 행동에 직접적 제한을 받음이 과소 평가 되고 있다. 혐오적 의견 같은 극단적인 게 아닌데 뭔가에 기분이 나쁘다면 일단 왜 기분이 나쁜지 자신을 돌아보는 게 맞고,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드는 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옷 차림 같은 데에 대한 제한은 가능한 제거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상당히 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이 정도로... 위에서 말한 중년 남성을 위한 패션 조언은 아래 이야기 같은 걸 했는데 이러이렇게 하면 다 해결된다 같은 직접적인 팁이 아니기 때문에 인기가 그다지 없을 거 같기도 하고 해서 여기에 일부를 옮겨 놓는다. 



"우선 건강을 챙겨야 한다. 패션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멋진 모습은 혈색과 표정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낯빛과 주변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밝은 표정은 몸이 건강해야 나온다. 근육을 만들고 식스팩을 만들고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건강도 패션도 생활 습관도 할 수 있는 만큼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너무 작은 옷을 입고, 또 둔감한 이들은 너무 큰 옷을 입는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잘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 행동이 불편하지 않아야 하지만 약간의 압박감은 필요하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사람마다 몸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이즈를 경험해봐야 한다. 즉 적당한 사이즈를 찾는 시행착오는 반드시 필요하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어야 신경을 덜 쓰게 되고, 그래야 여유있고 즐거운 표정과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법이다. 


옷을 고를 때는 군더더기가 없는 걸 구입한다. 패션에 별 관심 없이 지내다 멋지게 한번 입어볼까 하면 나오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불필요한 장식이 들어간 옷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패션 생활의 시작은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 진 옷을 잘 입는 방법을 깨닫는 거다.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좋은 표정과 잘 맞는 사이즈와 함께 그 무엇보다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낸다. 


또한 세탁이 용이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불필요한 장식이 들어간 제품들은 세탁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무튼 중년 남성의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세탁과 관리다. 특히 면이나 리넨 종류처럼 열심히 입고 세탁을 잘 할 수록 수명도 길어지고 숨겨져 있던 매력이 드러나는 옷도 많다. 이런 옷과 함께 오랫동안 지내며 변화를 지켜보는 것 역시 상당한 즐거움이 된다. 그리고 자기 옷의 최종 책임자는 자신이라고 하지만 세탁과 다림질까지는 역시 무리다. 그저 여유있게 장만해 놓고 정기적으로 세탁소에 맡기는 게 낫다. 슈트나 아우터 종류는 계절이 바뀔 때 정도는 꼭 세탁소에 맡기는 게 좋다. 


건강과 사이즈, 기본 아이템의 확보와 꾸준한 세탁과 관리. 뭔가 특별하고 예외적인 걸 시도하는 것보다 이 정도만 잘 해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복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그런 관리 속에서 옷과 함께 지내는 새로운 즐거움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 앞에 있는 게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예의다 세상의 변화와 함께 이것저것 하라는 것도 많고 새로 나오는 것도 많아 피곤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중장년 남성의 안하무인과 자기 중심, 배타적 세계관은 지금껏 수많은 이들을 피곤하게 만들어 왔다. 요새 부쩍 나오고 있는 다양성 존중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춰 적당히 피곤한 상태를 모두들 유지해 가며 함께 잘 지내자는 게 가장 기본이다. 적당히 피곤한 상태라는 것도 그저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반복하다 보면 몸에 익고, 그러다보면 의식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  


사실 좋은 옷이란 언제나 멋진 사람을 조금 더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을 뿐이다. 특히 변화의 폭이 좁은 남성복은 더욱 그렇다. 결국 현대를 사는 멋진 중년을 일궈 가는 일은 잘 관리하고 있는 신체와 옷, 그리고 역시 잘 관리하고 있는 생각과 태도가 만났을 때 비로소 제대로 시작될 것이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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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토

    궁금한 것 중 하나가, 평소에 캐주얼을 입지않던 아저씨가 주말나들이 때 티셔츠에 반바지 같은 걸 입고 나오면 그저 초면인데도 뭔가 어색한 게 보이잖아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옷들을 입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그 위화감의 근원은 무엇일까가 항상 궁금합니다. :)

    2018.05.03 10: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역시 경험치가 부족해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가 하면 전국 노래 자랑의 송해 혹은 회사 오래 다니신 높은 연배의 분들이 정장을 마치 츄리닝처럼 편하게 입고 다니시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2018.05.03 22:59 신고 [ ADDR : EDIT/ DEL ]
  2. 인죵

    아버지 옷 제가 골라드리는데 편하면서도 멋을 내드리가 어렵네요. 운동복은 입기가 그렇고 등산복류는 너무 아저씨 같고 적당한게 어렵네요 적당 ㅠ, 그리고 정말 깔끔하게 입는거는 정말 공감되네요. 그냥 의복은 추위 땀흡수 몸가리개 정도로 인식하시니 하하;

    2018.05.03 2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무래도 그 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어렵죠

      2018.05.03 23:0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