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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빈폴 + 카즈오 호즈미 컬렉션 이야기

by macrostar 2016.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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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IFC의 샵들을 구경하다가 빈폴 매장에 카즈오 호즈미 컬렉션이 출시되었다는 커다란 광고를 보고 좀 놀랐다. 엥 카즈오 호즈미라고? 아니 왜? 뭐 이런 순서... 셔츠, 모자, 스웨터, 스웨트, 후디 정도가 출시되었고 간단히 말해 기존 옷에 주인공 격인 일러스트가 박혀 있는 정도다. 자수로 구두라든가 조그맣게 숨겨져 있는 잔재미들도 있다(링크).


 


이 분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 출간한 책 패션 vs. 패션(링크)과 꽤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좀 자세히 해 본다. 오른쪽 사이드 바를 보세요! :-) 이 사이트를 종종 들렸던 분이라면 위 그림을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일본 60년대 잡지의 일러스트 이야기를 하면서 다룬 적이 있다(링크).



책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선 패션이 비지니스를 통해 좀 시원찮아 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 그래도 옷은 의식주 중 하나로 중요한 양식이고 그러므로 패스트 패션, 유니클로를 통해 자리를 잡는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은 물론 경제의 양극화, 집중화 그리고 잉여 소득의 감소, 그 피치 못할 사정 등과 관련이 있는 문제다. 그런 면을 기반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책을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통계청이나 국책 은행의 거시 경제 동향 리포트를 살펴 보는 것도 물론 괜찮겠지만 확률 가족(링크) 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 놓는 데에 좋다.



유니클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이시즈 켄스케가 만들었던 VAN이라는 브랜드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패션이란 게 없던 일본 사회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현대적인 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장 현대적인 패션이라고 생각한 아이비리그의 패션을 가져온 거다.



하지만 이야기는 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사실 당시 일본 사회는 아이비리그 패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누구도 미국에 가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이시즈 켄스케도 전쟁 때 잠깐 봤던 환상적인 그 무엇 정도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상태에서 머리 속의 아이비 패션을 구현했다. 그러면서 10대, 20대 사이에 대 히트를 치게 되고 이 포멀하되 자유로움이 있는 이 자연스러운 옷은 기성 세대들에게는 반항의 상징이 된다. 또한 유행의 당사자들에게도 멋지면 다 아이비라는 식으로 교조화되고, 카탈로그화 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게 뭔지는 모르는 유니콘 같은 거였다. 



미군 부대 등을 통해 들어온 중고 아니면 실제 제품을 본 적도 없었고 그걸 가지고 테일러드 양장점에 가도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그래도 열정이 있는 이들은 나중에 생각해 보면 괴악한 물건들을 수제작 주문을 했고 실제로 아이비 패션을 보기 전까지 좋다고 입고 다녔다. 나중에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그리고 테이크 아이비(영화로 만들었고 그 다음 책을 찍었다)를 내기 위해 미국에 가서 실제를 보고난 후 어떻게 저런 걸 입고 다녔었지 했다는 맨스 클럽이나 헤이본 펀치의 편집자들, 아이비 패션을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야기가 꽤 있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환상의 구현을 위해 정보를 전달하는 잡지, 이시즈 켄스케의 아이비리그 패션에 대한 글,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걸 주도한 분들 중 하나가 바로 이번에 빈폴과 콜라보를 한 카즈오 호즈미다. 아이비 패션에 대항해 서부 대학의 패션을 들고 1976년에 등장한 잡지 뽀빠이도 마찬가지로 야스히코 고바야시의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했다. 뽀빠이 40주년 기념호 이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링크). 카즈오 호즈미 같은 경우에는 아이비 패션을 매우 좋아해 꾸준히 그쪽으로 책도 쓰고 클럽도 만들고 그랬다.



대략적인 줄기는 이런 식인데... 일단 빈폴에서는 The illustrated book of IVY의 저자라고 카즈오 호즈미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카즈오 호즈미인가라는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패션이 회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90년대다. 하지만, 남성 패션에 있어서는 다른 기류가 좀 있긴 한데 그렇다고 트렌드의 주류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좀 지나가 버렸다고 보는 게 맞고 이제 그런 것들은 스테디 셀러의 시대로 접어드는 타이밍이다. 더불어 현재 조류에서 보이는 매우 특이한 사항인 도넛 버튼에 대한 이야기를 조만간 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일본의 아이비 패션이 가장 참고했던 건 분명 브룩스 브라더스고, 그걸 이어 받은 게 랄프 로렌의 폴로고, 또한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하며 등장한 게 빈폴이다. 그러므로 카즈오 호즈미는 빈폴의 감춰왔던 사촌 계열의 먼 조상... 같은 분이다. 그러므로 이게 어떤 연유에서 나왔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줄기 따라 내려오는 거 폴로도 할 말 없을 걸이라고 말하면서 족보의 한 페이지를 내미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여튼 이 계열의 일본 계통인 VAN의 실험은 70년대 말 실패했지만 거기서 했던 아메리칸 트래디셔널은 유니클로를 통해서 거대한 생산 메카니즘을 통해 살아나게 된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도 아주 길게 나아가게 되는 데 그 이야기에 대한 또다른 책 한 권이... 개봉박두...



그렇다고 해도 빈폴의 이런 콜라보는 차라리 작년 초 쯤이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긴 한데 큰 회사니까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런 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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