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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파란 손, 세탁

by macrostar 201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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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얼마 전 방영한 주간아이돌 걸스데이 편을 보는 데 이런 장면이 나온다.



머리도 밝아서 유난히 하얗게 보이는 데 손이 왜 저러냐.. 하면 입고 있는 블랙 오버롤즈 덕분이다.


로데님, 생지라는 건 양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주변을 온통 물들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예전 제작 방식의 데님은 더 심한데, 원래 인디고 염색이라는 게 데님 코튼 위에 염색약을 흩뿌리는 거(관념적인 용어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학 약품이 짱!이긴 한데 염색 방식마다 컬러의 톤이 다르고 그러므로 어떤 톤을 원한다면 그 방법 밖에 없다...는 옷 색깔 분야에서는 변치 않는 진리다. 꼭 색이 빠지지 말라고 염색을 하는 건 아니니까... 특히 데님은 더욱 그렇고. 여튼 손이야 씻으면 되지만 하얀 가죽 가방이나 밝은 색 소파에 우연히 앉았다가 묻으면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모두의 열망은 로 데님의 색이 변치 않으면서 + 세월이 계속 흘러가는 거겠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 특히 고가의 로 데님을 구입해 그 깊은 바다 속처럼 새파랗고 흠없는 컬러에 매료되었다면 더욱 더 보존을 열망하겠지만 역시 그런 방법은 없다. 이건 생각 자체를 좀 달리 해야 하는 건데 데님이라는 건 원래 색이 빠지는 거고, 낡아 가는 거다. 빠르게 낡아가면 손에 묻는 파란 색, 위 사진은 까만 색은 점점 사그라든다. 뭐 원래 로 데님이란 그게 빠져나가는 과정을 직접 콘트롤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거니까. 일종의 염색 DIY다.


여튼 염색이 빠지지 않기 위해, 혹은 예쁘게 빠지기 위해, 어떤 마음에 드는 상태에 도달했을 때 그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그럼에도 세탁은 해야겠고 등등의 이유로 여러가지 방법들이 존재한다. 구입하자 마자 소금물에 담가 놓기도 하고, 바닷물에 빠지기도 한다. 예전에 나혼자 산다에서는 정기적으로 청바지를 입고 욕조에 들어가는... 누구였는지 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좀 좋은 데님이라거나, 옷을 너무 아낀다면 그럴 수는 있고 그런 행동에 대해 안 좋게 보는 면은 전혀 없다. 자기 인생 자기가 좋아하는 거를 열심히 하는데 이 어찌 축복하지 않을 일이랴. 여기서는 그렇지까지 말고 귀찮긴 한데 그냥은 좀 그런데...를 위한 자기 위안용 세제 소개... 사실 아래 나올 청바지 전용 세제들은 그저 순한 알칼리의 액체 빨래 비누에 가까운 물건들인데 그래도 뭐 청바지 사는 재미가 있다면 청바지 전용 세제를 사는 재미도 있는 거다.



사실 한창 생지가 유행하던 몇 년 전쯤 LG 생활건강에서 이런 청바지 전용 세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름이 한입 갠소...인데 무슨 뜻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제네럴 아이디어의 최범석과 콜라보였나 추천인이었나 뭐 그랬는데 생각나서 찾아보니 요새는 단종인지 파는 곳이 없다.




위 사진은 모모타로 진에서 나온 청바지 세제다. 모모타로라면 뭐 코지마의 별, 전세계 복각 데님의 중심이라 할 만한 브랜드다. 예전에 모모타로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온통 쓸데없는 소리다(링크). 일본에서 18,000원 정도 하니까 하나만 사면 너무 손해고 잔뜩 사든지 일본 갔다가 사든지 하는 게 괜찮을 거 같다.



이건 슈가 케인에서 나온 빈티지 워시 전용 세제다. 슈가 케인은 동양 엔터프라이즈 예하 복각 데님 브랜드고 밀리터리로 유명한 버즈 릭슨이나 하와이안 서핑 패션의 선 서프 같은 브랜드와 같은 계열이다. 역시 매우 훌륭한 데님 회사다.


뭐 사실 이런 거 가지고 세탁한다고 기적같은 일이 생기진 않는다. 두 제품 다 데님을 손빨래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목적은 사실 저거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아끼는 데님을 세탁한다. 바지도 깨끗해지고 손도 깨끗해지고 마음에는 단순 노동이 주는 특유의 평화가 온다. 뭐 그 정도만 되어도 구입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않을까. 


여튼 라쿠텐 글로벌 같은 데를 뒤적거리면 나오는데 지금 찾았을 때는 다 품절이다(링크). 그래도 라쿠텐은 재밌는 곳이니까 심심할 때 구경도 해 보고. 대부분 영어로 검색하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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