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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brush)과의 이별

by macrostar 2015.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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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b고 brush고 다 빗이니까... 아닌가? 여튼 물건에게 상념을 가짐은 현대인이 가장 피해야 할 덕목인 바 이런 태도는 권장할 게 못되는데 그래도 오랫동안 방 한 켠을 점유해 오며 함께 한 빗을 보내며 잡담을 한 번. 추석 시즌의 회한과 후회가 겹쳐서 인지 이런 류의 이야기(링크)를 두 개나 적게 되어서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씁쓸하지만.



이 빗은 현대의 문명인에게는 빗이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지하철 역에 있는 화장품과 소품을 파는 매장에서 구입했다. 신촌역 아니면 월곡역인데 확실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1,500원이었나... 1,000원이었나 여하튼 굉장히 오래 전 일이다. 작은 크기면서도 브러쉬 부분은 은근 널찍하고, 고무 부분이 푹신푹신하고, 볼팁은 두피에 필요없는 자극을 주지 않는다. 손잡이 끝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저런 게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매우 편리하다.



뒷면에는 거울이 있다. 볼팁-고무-거울-손잡이 구멍 이렇게 필수 요소를 한번에 다 가지고 있는 물건은 의외로 흔치 않다. 물론 뭐 어딘가에서 나왔던 걸 카피한 제품일 확률이 높지만 적어도 쓸모가 있는 멀티-유틸라이즈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 속에서 앞 부분에 긁힌 듯한 자국은 강아지가 어렸을 적에 질근질근 물어 뜯은 자국이다. 다행히 중간에 나에게 걸려서 다 먹어버리진 못했다. 파버 카스텔의 단풍 나무 트위스트는 중간에 걸리지 않아 다 먹어버리고 중간에 볼펜 심 부분만 남겨놨었다.



볼팁도 두 개가 부러졌다. 아무리 머리를 열심히 빗어도 볼팁이 부러지진 않는다. 저것도 개가 먹었다.


여튼 이렇게 오랜 시절 함께 한 빗과 이제 안녕을 고한다. 뭐 비슷한 거지만 숙원 사업이었던 브러쉬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여튼 저건 버리긴 좀 그렇고... 한 몸이 되었던 강아지나 빗길 때 사용할까 생각하고 있다. 집도 그 사이 한 세 번 옮긴 거 같은데... 사라지지 않고...어쨌든 오랜 기간 참 고생하였다...이 곳에 남아있긴 하겠지만 이제 적이 바뀌고, 기능이 바뀌고, 놓여있는 자리가 바뀌었다. 앞으로도 즐겁게 잘 살자꾸나.



빗과의 만남. 하지만 심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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