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암막우양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암막과 우산, 양산. 익히 알고 있던 단어의 조합이기는 한데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요즘 같은 날씨에 모든 걸 해결해 줄 거 같은 이름이다. 물론 세상에 그런 건 없음. 아무튼 요새 남자들도 저런 우산+양산을 들고 다니는 경우를 꽤 본다. 며칠 째 햇빛이 정말 두드리듯 때려대고 있는데 이럴 때 직사광선을 맞지 않는다는 건 실제적으로 꽤 도움이 된다.
사실 더운 날 양산을 드는 게 좀 귀찮은 느낌이 있어서 몇 년 간 파타고니아의 UV 차단 버킷햇을 들고 다녔다.
얇고 가벼운 재질로 가방에 던져 놨다가 그늘이 없는 곳을 지나갈 때 쓰면 꽤 도움이 된다. 다만 여름에 머리를 압박하는 게 싫어서 좀 큰 사이즈를 샀더니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간 적이 있음. 조심해야 함.
2018년의 엄청난 더위 이후 올해까지 여름이 그렇게 무지막지하진 않아서 저 모자로 대충 살 수 있었는데 올해는 좀 어렵다. 8월 햇빛의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우양산을 하나 살까 하다가 뭘 또 사냐 싶어서 1년 365일 매일 들고 다니는 우산을 사용했더니 확실히 좀 낫다. 이런 용도로 사용하려면 가능한 어두운 우산을 고르는 게 좋다.
보면 미국, 유럽 쪽은 우산을 거의 쓰지 않는다. 아웃도어 방수, 발수 의류가 인기가 많은 이유도 그런 것. 하지만 이런 거야 우기가 없고 건조한 여름을 보내는 나약한 인간들이라 그런 것일 뿐, 여기 와서도 그러고 있으면 지들만 고생이지. 햇빛을 엄청 받아도 잘 안타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다. 유학생들 보면 햇빛만 나면 뛰어 나가 누워있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올해는 지나치게 더워서 그런건가 잘 안 보임. 우리는 잘 타고 피부도 잘 상한다. 재작년인가 슬리퍼 신고 바닷가 잠깐 돌아다녔다가 발등이 너무 아파서 괴로웠던 적이 있다. 피해야 해. 이런 이유로 서양은 피부암이 문제고 동양은 비타민 D 부족이 문제고. 적당한 발란스를 각자 마련해야 한다.
1719년에 나온 다니엘 드포의 로빈슨 크루소에도 우산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도 햇빛 가리는 게 목적이다.
"I covered it with skins", he says, "the hair outwards, so that it cast off the rain like a pent-house, and kept off the sun so effectually, that I could walk out in the hottest of the weather with greater advantage than I could before in the coolest."
우산하니까 생각났는데 영국 젠틀맨의 상징 중의 하나가 우산이다. 뿌옇게 분무기 같은 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들고 다닌다. 하지만 예전에 본 기억으로는 초창기 우산은 날씬하게 접어 들고 다니는 지팡이 대용이었다고 알 고 있다. 펼쳐서 쓰는 게 아니다. 코트랑 모자 쓰고 있는데 굳이 싶기도 하다.
날씬하고 뾰족해야 함.
그래도 필요할 때는 써야겠지.
아무튼 결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8월의 직사광선은 피해 봅시다. 더워요. 너무 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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