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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케이스를 아닐린 가죽으로 만들었을까

by macrostar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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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계속 쓰면서 케이스도 계속 쓰는데 - 깨졌을 때 귀찮음을 감당하기 어렵다 - 3, 4 때는 인케이스나 스펙 캔디쉘을 사용했고(두툼 두툼), 5의 경우에도 스펙 케이스 하나를 저렴하게 구입해 오랫동안 써오다가 몇 개월 전 케이스와 전화기가 함께 수명을 다 해 케이스는 새로 구하고 전화기는 리퍼를 받았다. 여튼 뭐 그러던 와중에 애플에서 내놓은 케이스 하나를 얻어 쓰다가 그것도 수명을 다 했는데 아마존에 잔액이 좀 있어서 새로 하나 구입했다.




저 위에 거가 차츰 아래 거 처럼 될 거다...


왜 이렇게 되느냐 하면 원인은 바로 아닐린 가죽이다.



바로 이것.


나파(nappa)도 그렇고 아닐린도 그렇고 가죽 계열 쪽에서는 명칭이 엉망으로 혼재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좋고 비싼 거면 나파... 뭐 이따위가 많아서 명칭의 정확한 의미를 따지고 들어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나파는 사실 동네 이름. 아닐린의 경우 예전엔 뭐 이런 저런 뜻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통 겉 표면 코팅을 안하고 염색한 가죽을 말한다. 겉 표면 코팅을 안 했다는 건 그만큼 가죽 표면의 grain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걸 살린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표면 상태가 아주 좋은 최상급 가죽이 있다면 그걸로 아닐린 가죽을 만든다. 즉 가죽계 최고급품 중 하나다. 코팅이라는 균일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제품마다 결의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건 말하자면 맨 살결이 예쁘니 그걸 보겠다고 옷을 안 입혀 놓은 것과 같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약하다. 특히 수분에도 약하고 기름에도 약하다. 즉 외부의 습기에 쉬이 색이 바래고 손에서 나오는 기름에 변색이 되고 잦은 마찰에 쉽게 닳는다. 그러므로 이건 가구의 장식, 소파, 자동차 시트처럼 빈번한 마찰이 없고 습기에도 자주 노출되지 않는 곳에 주로 쓰인다.


스마트폰의 케이스라는 건 아마도 전화기 관련 제품들 - 전화기 몸체, 충전기, 이어폰, 케이블 등등 중에 가장 외부와의 노출이 심한 물건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습기와 기름, 먼지 등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가죽 중에서도 이런 쪽으로 최고로 취약한 가죽을 사용했다. 


애플은 종종 잘 안 써왔거나 생각지 못한 소재를 사용한다. 예컨대 락카나 전면 유리, 강화 알루미늄 같은 게 그렇다. 3GS에 썼던 몽블랑 라카의 경우 펜이라는 게 원래 손에 계속 달고 있고 습기나 손때에 쉽게 노출되면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딱 맞다고 할 수 있다. 알루미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케이스는 아닐린 가죽이다. 빤히 알텐데 대체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종의 유머 같은 게 아닐까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참고로 여튼 예쁘니까 뭔가 보호를 하고 싶다면(전화기용 보호 케이스 - 케이스용 보호 크림...) 아닐린은 전용 프로텍터나 크리너가 있다. 다스코나 콜로닐 같은 가죽 케어 회사에서 제품이 나온다.


요새는 전용이 없고 그냥 delicate 적혀 있는 거에 통합되어 있는 거 같기도 한데... 제품 설명에 보면 아닐린, 스웨이드에는 쓰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 게 있는데 그런 것만 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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