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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힙스터처럼 입는 법

by macrostar 201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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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살짝 시들해진 감이 없지 않은 아이템이지만 농담이나 놀릴 생각이 아니고 진지하게(? 라기 보다는 테크니컬하게) 힙스터 룩에 대해서.

 

힙스터에 대해 약간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해 볼까 싶었지만 그래봐야 뭐 나올 거 같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는 이왕 이런 저런 이야기 쓸 거면 힙스터보다 스몰 월드 쪽에 훨씬 더 재미있다. 스몰 월드야 어차피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구경을 하려면 그 쪽이 마음이 편하다(시기적/공간적으로 딱 맞기 때문에 김정은과 스몰 월드 사이의 커넥션을 궁금해 했는데 그의 언어 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래서 친구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학업 능력이 떨어져서 사립에서 공립으로 옮긴게 결정적이다).

 

여튼 옷만 그렇게 입으면 안되고 취향이 공존되어야 하는데 흔히 드는 예로 서브 컬쳐에 관심이 많고, 자전거 같은 거 타고, 생태적인 거에 관심도 많고 등등을 들 수 있다. 좀 더 나아가면 뭔가 반사회적인 듯 하지만 mod poser인 경우도 많다. 힙스터는 어쨋든 부모의 영향력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돈 줄이고, 앞으로 그 자리가 자신의 돈 줄이 되어줘야 한다.

 

이 외에 cool 대신에 deck이라고 한다든가 하는(예를 들어 that shirt is deck) 언어 습관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우리와는 좀 관계 없다.... (우리도 뭔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힙스터를 놀리는 게 또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힙스터 비슷한 게 예전에는 없었던 것도 아니고, 또 이들 덕분에 K 레코드나 마타도르도 새 음반 내는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거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어차피 종국에는 다 부질없는 것(음양사 모드...).

 

따져보면 모드족이나 비트닉 시대에 스타일을 쫓고 각종 공연장과 전시장을 기웃거리던 젊은 이들이 딱히 문화 생산을 크게 했던 것도 아니다. 나라에서 기초 소득을 주거나, 소비에트처럼 아예 직업을 나눠주지 않는 한 문화의 존재를 위해서는 그게 멋이든 폼이든 구매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우리의 경우엔 힙스터가 좋아할 것들을 빨리 만들어 아예 여피 자리를 노리는 것도 拜金主義의 사회에서는 훌륭한 발상이다. 우리 ㄷㅌㄹ은 아마 그렇게 했을 듯.

 

그리고 이 경향의 기사(링크)처럼 옷에다가 엄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거보다는 그냥 멋지잖아/예쁘잖아로 자족하는 편이 훨씬 낫다. 페이스 헌터까지 갈 것도 없이 유명 인터넷 쇼핑몰만 봐도 힙스터 룩이 여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가볍게 요약해 보면 : 1) 빈티지 옷을 입을 것 2) 스키니 바지를 입을 것, 색은 상관없지만 블랙이면 더 좋다 3) 아이러닉한 문구, 그림 등 여튼 팝 컬쳐 시대가 연상되는 티셔츠 4) 벨트는 화려해도 좋다 5) 컨버스, 닥터 마틴, 나이키 덩크 6) 버디 홀리 스타일 뿔테 안경 7) 메신저 백 8) 수염 9) 트랙탑 정도다.

 

 

이건 2009년까지 발전 양상.

 

아메리칸 어패럴, 레이밴, 핸드 다이드 로 데님, 픽시, 톰스 슈즈, 반스, 컨버스, 블랙 스팟, 디젤, 팔리아먼트 담배 등등 추천 브랜드는 많다(예전에는 펑크하면 팔리아먼트였는데 왜 또 힙스터인가 하고 찾아봤는데 처음 담배를 필 때 팔리아먼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사실 특정 브랜드 이런 건 크게 상관없고 적절한 브랜드를 끼워 맞춰 힙스터 풍을 만드는 거고 결론적으로 어번 아웃피터스 카탈로그에 나오는 사람처럼 보이면 퍼펙트. 홈리스가 아닌데(진짜면 곤란하다) 홈리스처럼 보이면 된다.

 

칠레의 Fab Ciraolo가 팝 컬쳐 시대의 아이콘을 힙스터 식으로 재해석한 그림. 왼쪽은 Che Guevara고 오른쪽은 Elizabeth Taylor.

 

 

 

이런 그림들은 워낙 많아서. facehunter 블로그 같은 경우는 매우 훌륭한 예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힙스터 룩은 어떤 모습인가, 필수 요소 같은 게 있는가를 이야기해 봐야 하는데 일단은 맥락 자체가 우리에게 똑같은 형태로 들어올 수는 없게 되어있다. 힙스터 풍을 선보이는 경우도 그가 힙스터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같은 걸 열심히 봤거나, 스트리트 패션을 연구한 스타일리스트가 만들어 낸 연예인의 옷을 본 결과라고 생각된다.

어쨋든 패션에 있어서는 좀 더 깔끔한 경향이 높고, 힙스터 룩보다는 럭셔리와의 믹스 & 매치가 많다. 폼 내려고 인디 문화를 소비하는 것도 자국보다는 타국의 그것에 집중해 있는데(흉내 내는 사람들이라도 있으면 그토록 안 팔릴 리가 없다) 그것도 그닥 많지도 않다.

또한 솔직히 말해서 소위 '홍대 문화'를 무너뜨린 범인을 찾으려면 힙스터를 조심하는 것보다는 부킹 문화에 신경을 써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호텔 나이트/클럽의 패션과 원나잇 문화를 검토해 보는게 훨씬 더 나은 발상일 듯. 무너졌다는 홍대에서 양현석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데 뭐.

이 외에 나이트나 클럽이 많이 없는 가로수 길이나 한남동, 삼청동, 부암동 같은 곳들이 있는데 거기도 패션 자체는 엇비슷하다. 룰에 따라 옷을 입는 건 신세계 강남점이나 갤러리아에서 볼 수 있는 아주머니들이 훨씬 대단하다. 가로수 길에서 래종 피버와 글라소 비타민 워터가 인기였던 적이 있는데 요새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진정한' 힙스터 적인 취향 운운하는 이야기는 좀 이상하다(링크).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일본에서는 힙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그러고보면 힙스터 자체가 애초에 일본 스트리트 & 여피 문화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쪽 입장에서는 뭐가 다르지? 라고 해도 안 이상하다. 이건 검토를 안 해봤기 때문에 그냥 단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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