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킴의 전시와 2024 SS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길래 구경을 다녀왔다. 스페이스 이수, 이수화학 1층에 있는 전시 공간인데 이수에 있는 게 아니라 신반포 아래에 있으니 주의. 말하자면 서래 마을 입구다. 낯선 동네에서 전시를 보고 나면 이제 어쩌지 싶을 때가 꽤 있는데 서래 마을로 스르륵 들어가도 좋을 듯. 근처에 문영희 이마쉬드리비 매장이 있는데 닫혀 있었다.
새것이 아닌 듯한 걸 만들어 내는 일은 꽤 매력이 있다. 예를 들어 마찰에 의한 페이딩, 핸드메이드 염색 등등. 심지어 미우미우 같은 브랜드에서도 신발에 낡음 가공을 입히는 시대지만 여전히 곱게 진열되어 있는 걸 보면 낯선 이미지가 있다. 우선 새것이 아닌 것을 만든다는 건 그 자체로 현대적이다. 또한 획일적인 공산품에 우연성과 개별성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새것의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있는 기존 문화에서 낡음의 멋짐을 끌어내는 일은 가치 기준을 바꿔놓을 수 있고 그러므로 지속 가능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소위 선 블리치도 그런 방법 중 하나다. 햇빛에 색을 날려버리는 거다. 이 방법에는 문제점도 있다. 자외선은 색만 날려버리는 게 아니라는 거다. 해변의 간판 글자들이 다들 사라져가고 베란다 햇빛에 방치되어 있던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걸을 때 마다 앞코의 고무가 분해되며 떨어져 나아가듯 듯 자외선은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소멸시키고 모든 게 바스락거리며 분해되어 간다. 1년 동안 햇빛을 쬔 데님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링크) 부식은 필연적이다. 예전에 지용킴의 제품을 봤을 때도 그게 궁금했었다(링크). 찾아본 대충의 해답은 아마도 발란스. 적당한 시점까지, 적당한 직물을 이용해서.
또 하나 궁금했던 건 이렇게 멋진 아이디어로 시작된 브랜드는 좋은 평가와 관심 속에서 필연적으로 확장의 지점을 만나게 된다. 풀 컬렉션으로 확장을 해 나갈 때 모든 걸 선블리치로 뒤덮을 지 아니면 특유의 미감을 발전적으로 계승할 방법을 찾아낼 지 같은 문제다. 이번 시즌 프리젠테이션 속에서 몇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자외선 대신 페이딩을 이용한 데님. 위 링크에서 볼 수 있듯 데님은 자외선을 잘 버티지 못하고 아마도 그래서 제품들 중에 잘 안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있던 알파 인더스트리와의 협업 제품도 블리치 된 패치를 장식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저 뒤의 베스트 - 재킷 2웨이 보라색 옷도 상당히 재미있었음.
지퍼가 다 riri인게 인상적이었고 반짝이는 자개 단추 좀 별로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데 참 많이들 쓰는 거 같다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설명도 열심히 해주시고. 전시는 7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2024 SS 프리젠테이션은 주말에만 볼 수 있다고 하니 여기(링크)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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