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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프라다의 포스터 걸 시리즈

by macrostar 201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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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있는 칼럼(링크)에서 몇 주에 걸쳐 다양성의 우월성, 다양성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그게 아이디얼하게 갈 방향이긴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다. 인간이 모두 다르므로 자신에 대해 숙고한 결과로 나오는 패션이란 모두 달라야 겠지만 트렌드가 존재한다는 건 역시 공통점, 혹은 같은 큰 흐름 안에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러므로 범 패션을 이야기 할 때와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할 때는 같은 것이라 해도 방향이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다.

 

어쩄든 프라다가 포스터 걸이라는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티셔츠와 반소매 / 긴소매 스웻셔츠, 후드(도 있던 거 같은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셔츠는 뭐 순백의 티셔츠 위에 그림 그려 놓은 것이고 스웻셔츠는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약간 더 복잡하다.

 

티셔츠가 유행을 하고 그 위에 여러가지 그려 넣은 게 유행을 하고 있다. 저번에 이야기한 적이 있듯(링크) 여기에 불만이 좀 있는데 예컨대 강렬한 이미지를 옷이 아니라 옷 위에 그려진 그림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안이함이랄까... 그런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와중에 재밌는 것도 있고, 귀여운 것도 있고, 나름 의미를 담으려는 캠페인 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호하는 방향은 차라리 푸시햇 프로젝트(링크)처럼 옷과 컬러, 상징으로 말하는 거다.

 

투덜투덜거리긴 했지만 이번 프라다의 캡슐 컬렉션은 꽤 재미있게 보인다. 프라다가 언젠가부터 "얼굴"을 옷, 가방 위에 올려 놓기 시작했다. 왜 남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가(자기 얼굴이 그려져 있으면 그건 또 괜찮은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지만 강렬한 인상이라고 하자면 역시 사람의 표정이 최고다.

 

이 프로젝트는 또한 요 몇 년 간 프라다가 걸어오고 있는 길 - 비주얼 아트, 영화 등등 - 과 길을 함께 한다. 캠페이너로 보자면 쎄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패션으로 보자면 프라다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그렇게 떠들썩한 곳이 아니다라는 장점이 있다. 위 포스터 걸 컬렉션도 기본적으로 요란하지 않다. 묵묵하지만 꾸준히 갈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여튼 이 컬렉션의 일러스트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포스터를 그렸던 로버트 맥지니스의 아트워크를 사용했다. 

 

 

사실 최근 하이 패션이 선보이고 있는 정치적 메시지, 페미니즘 메시지 등은 웃음거리가 되기 매우 좋은 표적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그 이야기를 썼던 그 맥락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패션이란 모든 게 상품이고, 팔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첨병이자 원해야 하는 몸매, 원해야 하는 가방, 원해야 하는 구두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조작해 내며 팔아먹어야 하고 그 방면에 매우 능숙한 안티 페미니즘의 총본이자 산실이다. 그래도 종종 응원을 하는 건 그들이 표현하는 직접적 메시지가 닿는 곳이 상당히 넓고 많고, 그걸 사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누군가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일단은 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다는 City of a Women이라는 프로젝트 이름 아래에서 2017 FW 컬렉션을 선보였다(링크). 그리고 패션쇼는 디자인 펀 AMO가 만든 침실과 옛날 포스터가 붙은 방이었다.

 

영화 감독 페드로 알도모바가 프라다 화보를 찍었던 바로 그 장소다. 그리고 여기에 붙어 있던 포스터들이 캡슐 컬렉션이(완전히 같지는 않다) 된 거라 생각할 수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최근 집안 / 집밖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대 여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저 세트는 그런 의도에서 나왔다. 그건 프라다 자신이 놓여있는 롤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이 나열된 침실이 있고 그 사이를 프라다의 멋진 옷을 입은 이들이 돌아다닌다. 말하고 나니 뭔가 쓸쓸한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저 위 8개의 펄프 픽션 풍 포스터에 그려진 분들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런 모호함, 알아서 생각해 보라는 떠넘김이 프라다 스타일의 무책임함이자 우유부단함이지만 어차피 알아서 생각해 볼 거라면 디올이나 프라발 그룽의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약간은 더 나은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른다. 

 

여튼 이 모든 걸 통털어 패션 브랜드의 메시지가 로고와 함께 설 수 있는가 하는 건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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