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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헤비 온스 계열과 요철 계열

by macrostar 2016.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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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청바지에서 생산 방면의 포인트는 예전 셀비지 기계, 철과 구리, 면사, 로프 염색이나 자연 염색 등으로 결론적으로는 손이 많이 가는 옛날 방식이 좋다 정도다.


소비 방면에서 포인트는 크게 두 줄기가 있는데 디테일 애호와 페이딩 애호로 나눌 수 있다. 디테일 애호는 레플리카 쪽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감상하고, 평가하고, 즐기는 방식이다. 즉 만듦새의 문제다. 


페이딩 애호는 청바지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역시 이 분야 탄생 초기부터 발달했는데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본격화되었다. 즉 청바지를 입으면서 어떤 페이딩이 생기는 지,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즐기는 방식이다. 삶의 흔적이 꽤 반영된다는 점에서 이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마지막 페이딩 애호 때문에 페이딩이 잘 남는 청바지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므로 또 두 줄기가 생겼다. 그게 바로 오늘의 제목 헤비 온스 계열과 요철 계열이다. 후자의 요철 계열은 슬러브(Slub) 계열과 가는 길이 같다. 물론 12~13온스 짜리 평범 리바이스 계열도 페이딩이 생긴다. 거기서 나오는 페이딩이 진짜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나). 하지만 그런 거 하라고 만들어 진 청바지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고 까다롭다. 그래서 그런 거 하라고 만들어진 게 나온 거다. 사실 레플리카에 디테일 중심 주의자들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시작이 "왜 요새 청바지는 예전 청바지 처럼 낡지 않는거지?"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색이 잘 빠지도록 계획된 게 많다. 양산품 리바이스 501로 1년 걸릴 거 6개월이면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물론 이 둘을 다 합쳐 현대적 빈티지 청바지 애호가들도 있다. 미국의 경우 45RPM의 소라히코 vs PBJ의 XX 이런 이야기가 대충 10년 부터 있었다. 여튼 헤비 온스 계열이 요새 가장 많은 거 같은데 기존 브랜드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XX 모델을 붙여 헤비 온스 모델을 내놓든가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무라이 진, 아이언 하트 같은 브랜드가 있다.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도 이 쪽으로 재밌는 짓을 많이 하고 있다. 요철, 슬러브 계열로는 모모타로, 퓨어 블루 재팬, 오니, 드님-레졸루트 같은 곳들이 있다.


세워 놓을 수 있는 아이언 하트의 25온스 데님 청바지.


- 헤비 온스 분야의 대표적인 브랜드 사무라이의 경우 스탠다드 제품이 17온스 ~ 21온스까지 다양하게 나오는데 기본이 17온스일 정도로 다 두껍다. 꽤나 로컬 지향적이고 일본색이 물씬 들어 있어서 여기서 보자면 애매한 부분이 많은데 여튼 즐거운 데님 생활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재밌고 실험적인 모델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헤델스에 올라온 사무라이 페이딩(링크).

헤비 온스 계열은 역시 선명하게 드러나는 페이딩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해변가의 모래성처럼 희미하게 새겨지고 작은 충격에도 쉬이 사라지는 13온스 대 데님하고는 다르게 돌에 금이 가듯 쫙쫙 선이 생긴다. 하지만 페이딩은 육체 노동, 땀을 많이 흘림, 덥고 습한 기후에서 잘 생기기 때문에 저런 두껍고 무거운 걸 입고 다니는 건 그거 나름대로 고행이라 할 수 있다.



- 또 하나는 요철 데님이다. 내추럴 염색, 로프 염색 등이 흥미로운 탈색을 만든다고 하는데 옷 자체가 울퉁불퉁 요철이 있으면 이 페이딩에 독특한 입체감이 생겨난다. 또한 울퉁불퉁은 예전 방식의 분위기를 더 물씬 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 중 페이딩 쪽으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로 퓨어 블루 재팬(예전에는 쇼아이야 - 正藍屋였는데 요새는 퓨어 블루 재팬, PBJ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모모타로 계열의 재팬 블루와는 다른 회사다)가 있다.


위 사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 청바지는 애초부터 문제가 좀 있다. 즉 깔끔한 니트 캐주얼 따위는 염두에 없고 처음부터 울퉁불퉁하고 희끄므리하고 너저분하다. 슬러브는 사전적 의미로 "방적 공정 중에 장력(張力)을 가하였다 풀었다 하여 가면서 실에 만든"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걸 구형 방직 기계로 느슨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한 데님이다.


이 계열의 가장 큰 문제는 중간 과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너저분하지만 그래도 염색이 잘 되어 있으므로 새거의 느낌이 있는 데 페이딩이 시작되면 너저분이 극대화된다. "페인트 칠 해놓은 돌을 사포로 간 듯한" 모습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이 사진으로 느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여튼 너저분 그 자체다. 이건 비규칙적으로 색이 빠지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중간 과정이다. 파란 염색 부분과 물 빠진 흰색 부분이 너무나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요철 계열은 다 이런 경향이 좀 있는데 PBJ의 경우 좀 심한 편이다. 이렇게 점점 탈색을 극대화 시킨 계열에는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려서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참을 수 없다.


하지만 위 단계를 지나가면 이렇게 곱게 늙는다. 뭐 물론 점점 탈색이 극대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너저분한 감이 있다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


요철 계열 데님의 와일드 함, 입체적인 너저분함은 데이트 등등 깔끔한 옷차림이 필요한 곳에서 입는 옷이 아니고 더운데서 남 신경 안쓰고 일하고 놀 때 적합하다. 맨 아래 사진은 PBJ 공홈(링크)에 있는 탈색 샘플인데 정비 가게에서 작업복으로 사용하고 취미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4년 간 입은 결과물이다. 그런데 살짝 오버사이즈로 입은 거 치고는 하는 일에 비해 곱게 낡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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