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

VDR과 함께 만든 티셔츠 이야기

macrostar 2025. 6. 24. 22:59
반응형

지금까지 VDR과 함께 만든 +Navy 시리즈 중 가방(링크), 그리고 스윙탑(링크)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티셔츠다. 이번 컬렉션에서 티셔츠는 3종류를 만들었는데 기본 바탕은 같다.

 

 

봉제 등 티셔츠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이 컬렉션 설명에서 볼 수 있으니 여기서는 생긴 모습에 대해서만. 잠깐 두께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얇고 후줄근한데 몸에 좀 핏한 티셔츠와 두껍고 둔탁한 티셔츠 둘을 생각은 했는데 이번 시리즈는 워크웨어 느낌을 살짝 걸치고 있기 때문에 두꺼운 쪽으로 갔다.

 

꽤나 두껍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름에 단독 착용보다는 환절기에 데님 트러커나 초어 재킷 안에 입는 티셔츠를 염두에 뒀다. 셔츠를 입기엔 아직 갑갑하고, 얇은 티셔츠에다만 입기엔 밤에 서늘하고, 단단한 데님이나 트윌의 봉제 자국이 몸에 긁히는 불편함을 살짝 막아주면서 옷의 생긴 모양을 잘 유지하는 정도다.

 

일단 맨 왼쪽은 이번 컬렉션의 오렌지 컬러 로고를 앞에 붙였다. 이 컬러 조합은 예전에 일본 브랜드 gunz에서 캘리포니아 코튼 시리즈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약간 더 진하게 처리했다. 이 티셔츠는 사실 좀 지나치게 심플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는 용도로 쓰고 있다.

 

 

두꺼운 티셔츠라 장점은 무리한 작업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단점은 티가 나려면 생각보다 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하세요. 뭐든 해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주머니 버전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칼하트를 염두에 둔 티셔츠다. 네모 로고를 잘 보이라고 칼하트보다 1cm씩 크게 했다. 이 티셔츠도 포켓 버전은 좀 핏하게 만드는 걸 생각했었는데 제작비 등 여러사정으로 같은 디자인이 되었다. 약간 아쉽다. 아무튼 포켓 티셔츠가 워크 재킷이나 엔지니어 코트 같은 거 안에 입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그린 로고의 티셔츠다. 나는 이걸 가장 좋아한다. 일단 VDR은 꽤나 미국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여기서 미국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중서부, 약간 옛날, 카우보이나 노동자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다. 그러므로 일단 출발점은 미국인데 개인적으로 미국이라고 하면 머리에 둥실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 HBO의 트루 디텍티브, 넷플릭스의 이블 지니어스 : 누가 피자맨을 죽였는가 같은 시리즈의 분위기가 있다. 미국의 중소 도시, 어딘가 기묘하게 꼬여있고 얽혀 있는 사람들, 한없이 펼쳐져 있는 자연(산과 강), 낮게 깔린 모호함과 신비로움.

 

이중에서 얼마 전 언더커버가 트윈 픽스와 콜라보 시리즈를 내놓은 적이 있다.

 

 

나쁘진 않지만 옷 위에 사진 같은 거 쓰는 걸 선호하진 않기 때문에 좀 더 모호한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래봤자 뭔가 모티브를 따올 수는 없고 그저 로고 이미지 밖에 없기 때문에 컬러 정하는 데 한정이 되어 있긴 하지만 트윈 픽스와 트루 디텍티브의 숲, 스트레인저 씽스와 나이키가 했던 협업의 이미지, 옛날 티비 화면 같은 느낌 등등을 생각하며 컬러를 찾아갔다. 이런 어두운 미국의 이미지들 속에서 약간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떠올렸고 그런 결과 어두우면서도 뭔가 튀는 그린으로 결정을 했다. 포켓 티셔츠 로고의 긍정적인 연두색과는 다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티셔츠를 만들었다. 역시 마무리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