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윈 S27 프리뷰
서울역 근처에 있는 골드윈 본사에서 열린 골드윈 S27 프리뷰를 보고 왔다. 압구정동에 거대 플래그십을 만들어 놨지만 아카이브, 샘플 세일도 겸하고 일단 슬쩍 소개하는 분위기라 본사에서 한 것 같다. 작년인가 비슷한 행사를 해서 갔던 적이 있는데 남의 사무실에서 구경하는 느낌이라 약간 독특했었다. 한 번 가봤다고 이번에는 그래도 살짝 익숙한 느낌.
아무튼 프리뷰 같은 건 그냥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정도인데 골드윈에 대해 할 이야기들도 살짝 쌓이지 않았나 싶어서 여기에도 한 번.

딱히 러기드한 워크웨어나 밀리터리웨어, 데님 의류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일상복 정도에만 익숙한 사람이더라도 이런 기능성 의류를 보면 약간 당혹스러운 지점이 있다. 인체의 신비를 탐험한 결과가 만들어 낸 복잡한 패턴과 얇고 가벼운 옷감, 오직 특정한 활동에 집중해 몸을 분석하고 여기저기 필요한 기능을 향해 달려가는 옷들의 모습은 마치 슬릭하고 미래적이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건물을 보는 거 같다. 물론 봉제도 착실하고 직물도 생긴 것에 비해 그렇게 호락호락한 편은 아니라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실링 같은 건 약간 걱정되긴 한다.
어쨌든 어떤 면에서 봐도 평생 입으려는 타입의 옷은 아니다. 달리고, 산을 오르고, 요가를 할 때 입는 옷이다. 왜 그런가,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이런 옷들은 외부와 싸우는 옷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싸우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며서 번잡스러움을 제거하고 몸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까진 아니더라도)하는 용도다. 그렇다고 해서 골드윈의 옷이 올림픽에 나가거나 극한 환경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옷 느낌이 들진 않는다. 이런 부분은 알로나 룰루레몬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 시장은 이제 확고하게 존재하고 있고 스킴스도 들어온다고 한다.
아무튼 골드윈 O 라인의 개인적인 느낌은 사각거림과 생긴 것과 다른 견실함이라고 하겠다. 예전에 무슨 수면 박사와 함께 만든 골드윈의 잠옷 바지(링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면 파자마와는 다른 종류의 포근함과 따스함이 있다. 사실 골드윈이 생긴 모습에 그렇게 올인하고 있지는 않은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일단 한 번 입어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입어보는 것도 있고 한동안 입으면 생각이 또 달라지는 타입이다. 괜찮은 방향인 것 같지만 번거롭긴 하다.

사실 너무 비싸기도 해서 나 같은 사람이 쉽게 넘보긴 힘든데 모자와 양말이 은근 근사해 보이는 게 많다. 모자는 꽤 있기 때문에 운동용으로 양말은 좀 시도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괜찮은 건 분명한데 좀 애매하긴 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세히 쳐다보면 섬유 실험, 디자인 실험이 꽤 많은데 그렇게 어필하지 않고 있고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정말 관심이 있긴 한건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지만 생긴 것과 촉감만 보기엔 그 뒤에 놓인 것들이 꽤 많은 거 같긴 하다. 아카이브 세일로 패딩을 할인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근사하게 생겨서 따뜻해 보였지만 더 이상 패딩은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서 발길을 돌렸다. 아무튼 재미있는 브랜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