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앤 드뮐미스터와 에델 케인, 남부 고딕

macrostar 2026. 10.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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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드뮐미스터와 뮤지션 에델 케인의 협업으로 티셔츠가 나왔다. 파리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 같다. 티셔츠 앞에는 "It's happening to everybody"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불타는 동그라미 모양의 라인 아트 같은 게 그려져 있다. 

 

설명에 보면 에델 케인의 앨범 타이틀곡 가사의 마지막 문구라고 한다. 이게 무슨 앨범인지 찾아봤더니 2025년에 나온 EP, Perverts의 동명의 타이틀곡 가사에 나온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찾아봤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약간 복잡하다.

 

일단 에델 케인을 잘 몰라서 찾아봤더니 모델 겸 뮤지션이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 탤러허시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남부 침례교 집안에서 침례교 집사인 아버지 밑에 자라며 어릴 때부터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는 등 지극히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미국 남부 복음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남부 출신으로서의 정체성과 종교적 유년 시절의 경험이 그녀의 예술 세계관 전반에 깊게 반영되어 있어, 음악과 비주얼 스타일이 '남부 고딕(Southern Gothic)'으로 분류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된다.

 

여기서 남부 고딕이라는 걸 마주치게 되었다. 그래서 남부 고딕이 뭔지 좀 찾아봤는데 위키피디아(링크)에서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고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미국 남부에서 만들어진 예술 장르다. 고딕 문학이 야만적인 과거가 계몽주의에 침투하는 것을 묘사했다면, 남부 고딕은 재건된 남부에서 사회적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것을 묘사한다. 인종차별, 성별 및 성적 차이, 빈곤, 장애가 모티프로 많이 활용된다. 

 

이런 지점에서 앤 드뮐미스터의 패션 세계와 연결점을 가진다. 방황하는 패션 세계 속에서 다들 초부유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파티용 의복을 만들러 떠나갔지만 앤 드뮐미스터의 27SS는 그냥 한결같이 유럽 북부의 추위가 느껴지는 고딕과 아방가르드의 세계에 머물러 있고 이런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말 따위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세상에서 이런 한결 같음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비록 내가 고딕 의상을 입을 경우를 상상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자기가 뭘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은 수많은 브랜드들과 비교하자면 적어도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아무튼 남부 고딕은 헨리 클레이 루이스나 마크 트웨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고 시각적 이미지로는 워커 에반스의 대공황 사진 같은 것도 예로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나오는 게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이다. 예전에 여기서도 이야기했는데 이 영화의 이미지를 꽤 좋아한다. 미국 남부 시골의 그 이상하고 황량하고 세상이 몇 번이나 망해버린 후 같은 분위기. 

 

 

트루 디텍티브를 보고 있으면 심연의 깊은 곳으로부터 두통이 올라오는데 아마도 이런 배경 - 황량, 종교, 샤머니즘, 폐허, 억압, 습기와 더위, 절망 등등 -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면 맨 처음의 질문, 티셔츠 문구의 의미는 무엇일까. 역시 간단히 말해 구원받지 못한 고통의 보편성과 내면적 종말을 의미한다. 즉 혼란은 그냥 운명이고 필연이다는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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