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만든다는 것
간만에 비패션 관련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패션 관련 이야기. 이걸 어떻게 보게 되었나를 일단 이야기 해 보자면 넷플릭스에 등산에 대한 예능이 나왔다길래 1회를 좀 봤는데 재미가 별로 없었다. 웅장한 게 안나와서, 등산을 싫어하던 멤버들이 등산이 좋아져서, 극복의 이야기가 없어서 같은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그냥 재미가 별로 없다. 아무튼 그걸 좀 보다가 관두고 보니 구글에서 검색하던 게 남아있어서 그런지 유튜브에 카더가든과 관련된 영상들이 떴다.

카더정원이라는 채널에서 보드 게임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데모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뮤지션을 초대해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마도 음악 잡지에서 인터뷰 같은 걸 통해 조금 더 배경에 대한 이야기나 아예 기술적인 이야기를 다룰 만한 기사였을텐데 요즘엔 이런 영역도 유튜브가 커버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오래간 만에 자기가 만든 것들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몇 편 봤는데 흥미롭게 본 건 술탄 오브 디스코의 나잠수와 코드쿤스트 + 넉살.
임베드를 못하게 막아놨는데 술탄은 여기(링크), 코드 + 넉살은 여기(링크).
이걸 보면서 자기가 잘하는 걸 극대화하는 방법, 자신의 관심사가 뻗어가는 방향, 대중성과의 조화, 자신의 여정 속에서 어떤 방점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여러 고민 등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건 약간씩 다른 자기 분야 특화 형태가 있는 정도지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나 패션 등 크리에이티브한 분야에서는 다들 겪고 고민하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해당 분야의 기술적 특성, 흐름의 속도, 사회 속에서의 포지션 등이 개별성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결과물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그 메시지가 현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의도하는 바가 잘 표현되었는지, 혹시 표현에 성공 혹은 실패했다면 그 파편들이 어떤 영향을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디테일의 의도와 결과의 의미 같은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해 볼 만 하다. 사실 당연히 생각해 보던 것들이라도 삶이 챗바퀴처럼 돌아가다 보면 망각을 할 때가 생겨난다. 그럴 때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모티베이션이 될 만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찾아보게 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이런 영상도 눈에 띄고, 영상의 목적과 의도와 관계없이 또 시청자 입장에서는 다른 파동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잠깐 든 생각은 사실 뮤지션의 코스튬에 대해 큰 관심은 없는데 비일상적이고, 의지가 지나치게 뚜렷한 착장이라 별 의미가 있진 않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착장을 결정하고 그걸 유지해 나가는 것, 국내에 꽤 많은 인디(?) 계열 뮤지션들이 자신 만의 시그니처 착장을 구축한 후 10년, 20년 지속해 오고 나서보니 그 자체가 만들어 내는 힘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한 글로벌 메가 트렌드든 힙한 트렌드든 뭐든 찾아가서 줄 서고, 애써 남들보다 먼저 입고 먹고 하며 쫓아다니는 게 적지 않게 촌티나게 보이고 재미 없고 시시함을 가속화시키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어떤 모습이든 자신의 길을 유지한 다는 것의 가치가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