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쇼츠, 스윔 쇼츠, 배기스
언젠가부터 안에 메쉬가 있는 반바지를 꽤 여러 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일상적으로는 반바지를 거의 입지 않는데 달리기를 하고, 오픈 수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늘어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VDR, 돌체 앤 가바나 마레, 아디다스, 파타고니아.
VDR은 작년에 콜라보 제품 만들면서 내놨었다(링크). 파타고니아 배기스의 도심 버전, 조금 더 아웃도어 버전을 생각했기 때문에 살짝 뻣뻣한 재질에 앞 면 메시 주머니로 약간의 편의성을 더했다. 달리기 같은 거 하면서 입고 세탁하고를 반복했더니 그새 페이딩이 진행되고 있다. 근사하다. 저거 입고 아팔란치아 트레일 같은 거 좀 돌아보고 싶다.
돌체 가바나는 꽤 오래된 건데 바다나 워터파크 같은 데도 여러 번 갔었다. 겉은 여전히 멀쩡하지만 내부 메시 고무줄이 조금씩 삭고 떨어져나가고 있다. 배기스 사면 일단 내부 메시부터 잘라내는 사람들 있는데 정 안되겠으면 그런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아디다스는 저번 쉬엄쉬엄 한강 챌린지 때 입었다. 아울렛 갔다가 충동구매 했었는데 자전거, 러닝, 수영을 평범한 페이스로 한 번에 소화해야 할 때 딱 적당한 옷이었다.
배기스는 패션에 관한 글은 구매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아 읽다가 GQ에 실린 배기스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링크). 읽고 나니 역시 배기스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적당한 매물이 있길래 바로 구입해 버렸다. 매년 하나 사볼까 싶어했는데 이렇게 가지게 되네. 2019년에 나온 중고 제품으로 포지 그레이(FGE) 컬러다. 가지고 있던 다른 쇼츠와 겹치지 않는 딱 적당한 컬러가 마침 눈에 띄었다. 구매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일으켜지고만 있군. 약간 버릇인데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걸 읽다가도 스윽 지나가는 것들을 굳이 저게 뭐지 싶어지고, 검색을 하고, 왠지 입고 싶어지는 병이 있다. 요즘에는 AI 덕분에 꽤 편리하다.
아무튼 이런 종류의 쇼츠는 러닝용의 깃털처럼 가벼운 것들도 있지만 오픈 수영이나 아웃도어를 감안해 그보다는 약간 두꺼운 것들도 있다. 그래봤자 일반 바지보다는 훨씬 얇고 가볍다. 무엇보다 비를 막을 필요가 없다라는 태도를 기본으로 깔고 있어서 수명을 단축시키는 기능성들이 배제되어 있다. 그저 가볍고 튼튼하기만 하면 된다. 빨리 마르면 훨씬 좋기 때문에 면 종류보다는 합성 소재가 유리하다. 좀 점잖은 일상용은 예전에 퀵실버에서 나온 카고 쇼츠 이후 입어본 적이 없지만 혹시나 지금 산다면 리넨 같은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배기스는 일반적인 컬러도 있지만 매년 특이한 컬러도 나온다. 신칠라의 경우 그런 식으로 나오는 패턴 컬러가 꽤 다양하고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배기스는 쇼츠라 톱 보다 훨씬 자유롭고 요란하게 무늬를 뒤덮을 수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지간히 요란해도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고 그려려니 싶다.

올해 2026년에 나온 컬러도 몇 가지 있다.


저 노란 건 Shelly Shelly: Mellow Melon라고 되어 있고 파란 건 Tropiclimb: New Navy라고 한다. 파란 건 이미 L사이즈가 빠져버렸네.
배기스는 1982년에 처음 나왔었는데 찾아보니까 당시 제품 매물이 좀 있다.


미국 제조 버전이고 내부 메시가 현행 제품들과 좀 다르다.
근데 4인치인가 그렇더라고. 요새는 5인치와 7인치 두 가지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 컬러 찾아보려고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들어가봤더니 6인치 라이트 버전이라는 게 있다. 이건 언제 나온거지. 이너 메시가 없는 타입이라고 한다. 굳이? 싶기는 한데 이런 걸 찾던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 생각해 보면 VDR도 만들 때 두 가지 내놓을 거 아니니까 그렇다면 6인치로 해보자 했던 게 문득 생각났다. 해놓고 보니까 좀 짧나 싶어서 약간 늘렸을 거다.
배기스의 경우도 역시 5인치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일상용으로 입을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7인치를 구매했을 거 같다. 러닝이든 수영이든 어쨌든 혼자만의 비일상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도 이런 건 5인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찾아보면 일부 컬러에서 오벌 로고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네모 로고를 더 좋아한다.
옛날 거 찾아봤자 딱히 혹하는 게 별로 없긴 한데 이건 좀 마음에 들었다.

배기스 출시 36주년을 기념해 2018년에 나왔는데 "Viva Los Fun Hogs(지루하지 않은 모험자들 만세)"의 의미를 담은 프린트가 들어있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본 쉬나드가 더글라스 톰킨스 등과 파타고니아 여행 갔을 때(링크) 여정을 담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