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춤에 이것저것
남성복 2027SS가 한창인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허리춤에 뭔가 막 끼어넣은 룩들이다.



위부터 소시오츠키, 셀린느, 윌리 차바리아.
주머니도 많으면서 뭘 이렇게들 껴 넣는지 모르겠다. 위 룩들 중에 선뜻 와닿는건 윌리 차바리아의 허리춤 담배 정도. 아무튼 약간 더 전통적으로 허리에 덜렁거리는 가방을 붙이는 케이스도 있다.

위 사진은 프라다.
만약 저러고 걸으면 퉁퉁 거리며 사방을 칠 게 분명하다. 걷지 않는 이들을 위한 파우치다. 물론 가끔 손이 부족할 때, 임시적으로 허리춤에 뭔가 껴넣을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가죽 종류를 이런 식으로 쓰는 건 영 탐탁치가 않은데 몸의 열, 땀이 가죽을 오염시키고 색이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부러 데미지드 가공도 하는 세상에 그러면 뭐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아무튼 굳이 일부러라는 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멀쩡한 손잡이 있는데 손으로 부여 잡고 있는 가방 룩, 파우치 룩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경을 쓰이게 만들어서 별로다.

위 사진은 루이비통. 왜 이러고 다니는거야.
허리에 뭘 넣는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총이다.

쇠독에 기름 묻을 거 같은데 이게 실효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과시 용도가 강하지 않을까 싶다.
전통적으로 보자면 서양에는 허리에 달고 다니는 소품 파우치 샤틀레인 같은 게 있다.

일본에는 역시 기모노 허리춤에 뭔가 넣고 다니는 인로가 있다.

이건 중국 한나라 이런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16세기 쯤부터 남성들의 휴대용 약통이나 패션 소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소매 이런데다 넣었으니 굳이 필요없었을 거 같다. 그냥 노리개 같은 식이 더 많았던 거 같다.
물론 저런 전통적 액세서리와 이번 소시오츠키, 셀린느, 프라다 같은 브랜드의 허리춤 액세서리 사이에 무슨 연장선 같은 게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특히 소시오츠키와 셀린느 같은 브랜드가 같은 해에 같은 발상을 떠올렸다는 게 특이한 정도. 이 사이를 캐보고 싶지만 그거야 뭐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아무튼 재킷 내부에 뭐든 들어 갈 거 같은 커다란 주머니를 만드는 게 훨씬 낫지 않나(링크)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그래도 저런 룩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용 방안 같은 게 떠오를 수도 있겠지. 어쨌든 패션 디자이너와 소비자는 아이디어 제공과 활용을 주고 받는 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