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브레이 셔츠 이야기
봄에서 가을까지 기간 중 장마 시작부터 처서 전까지, 그러니까 요즘처럼 날은 그래도 건조한데 햇빛은 뜨거운 기간에 샴브레이 셔츠가 딱 좋다. 반소매가 아무래도 더 편하긴 한데 착용 가능 기간을 따져보면 긴소매를 구입해 접어 입는 게 좀 더 낫긴 하다. 사실은 반소매가 있긴 한데 좀 작아서 입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그 셔츠가 약간의 교훈을 줬는데 셔츠는 적당히 큰 게 입기에 좋다. 특히 여름에는 안에서 공기가 조금이라도 돌아야 너무 처지지 않는다. 아무튼 두 벌의 긴소매 샴브레이 셔츠가 있다. 둘이 특징이 꽤 다르기에 여기에 적어본다.

왼쪽은 버즈 릭슨. 버즈 릭슨 샴브레이는 블루 외에도 에크루, 블랙 등이 나온다. 페니카와 콜라보로 나온 에크루 컬러를 하나 가지고 있긴 한데 꽤 두툼한 편이고 버튼 다운으로 기존 샴브레이와는 느낌이 약간 다르다. 아무튼 버즈 릭슨은 뾰족한 칼라, 사이즈 스탬프, 옷자락을 마무리하며 늘어져 있는 실 등 클래식 버전 복각에 신경을 좀 쓰고 있다. 정가가 1만 6천엔 대로 패스트 패션에서 벗어나 좀 괜찮은 샴브레이 셔츠를 입어볼까 싶을 때 입문형 모델로 인기가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리얼 맥코이, 웨어하우스, 오어슬로 등 여러가지 제품이 있고 빅 양크나 코로나 유틸리티 등도 만듦새가 좋은 편이다. 아무튼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복각 충실인지, 드레시한 느낌인지, 캐주얼한 느낌인지 등에 따라 갈 수 있는 길도 다양하다. 오리지널 미군 샴브레이의 경우 길이가 좀 길어서 소위 넣.입에 적합하고 빼.입을 하면 약간 앞치마 같은 분위기가 나는데 이런 것도 취향에 따라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은 캠코. 미국 제조 빈티지는 아니고 요새 나오는 인도 제조 제품이다. 예전 미국 빈티지 맛은 꽤 사라져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내부 종이 라벨 같은 게 미국 옛날 옷 느낌을 좀 살리고 있다. 이건 1만엔 대로 조금 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의 맛이 그래도 조금 남아있는, 캠코니까 약간 본격적인 분위기도 가지고 있는 종류다.
블루와 네이비 두 가지가 나오는데 가지고 있는 건 블루다. 샴브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조하고 산뜻한 느낌이 블루 쪽이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이쪽은 사이드 부분을 깔금하게 정리해 놔서 너덜거리는 옛날 옷 느낌은 좀 없지만 대신 깔끔하다. 플랩 포켓에 펜 구멍 같은 것도 잘 만들어져 있다. 버즈 릭슨에 비해 컬러가 약간 다운 톤이라 산뜻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하얀 단추도 아쉬운데 미 해군 작업 셔츠 복각보다는 워크 셔츠 복각이다 생각하면 그렇구나 싶기는 하다. 느낌으로는 아주 살짝 더 두껍다. 사실 저렴한 중고 버전을 발견하고 구입해 반소매로 만들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오고 나니 긴소매 버전이 훨씬 낫다 싶어서 내버려뒀다.
샴브레이 셔츠는 구져져도 그려려니 싶고 아직 건조한 여름밤 살짝 쌀쌀한 느낌이 들 때나 에어컨이 너무 차가운 데 가 있을 때 입고 있기 좋다. 모기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장마가 찾아온 후 3개월 동안은 관두는 게 낫다. 아무튼 샴브레이의 계절이다. 리넨과 함께 딱 지금이 입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