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허무의 럭셔리

macrostar 2026. 6.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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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경덕왕 때 만불산이라는 걸 만들었다. 삼국유사에 관련 내용이 나온다(링크).

 

"경덕왕은 또 당(唐)나라 대종황제(代宗)가 특별히 불교를 숭상한다는 말을 듣고 공장에게 명하여 오색(五色) 모직물을 만들고 또 침단목(沈檀木)을 조각하여 맑은 구슬과 아름다운 옥으로 꾸며 높이가 한 발 남짓한 가산(假山)을 만들어 [그것을] 모직물 위에 놓았다. [그] 산에는 험한 바위와 괴석이 있고 개울과 동굴이 구간을 지어 있는데, 한 구역마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음악을 연주하는 모양과 여러 나라의 산천모양을 꾸몄다. 미풍이 창으로 들면 벌과 나비가 훨훨 날고, 제비와 참새가 춤을 추니 얼핏 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속에는 또 만불(萬佛)이 안치되었는데, 큰 것은 한 치 남짓하고 작은 것은 8, 9푼이었다. 그 머리는 혹은 기장 탄알만하고 혹은 콩알 반쪽만하였다. 나발(螺髮)·육계(肉髻)·백모(白毛)와 눈썹과 눈이 선명하여 상호(相好)가 다 갖춰져 있었다. [그 형상은] 다만 비슷하게는 말할 수 있어도 자세히는 다 형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만불산(萬佛山)이라고 하였다. 

 

다시 금과 옥을 새겨 수실이 달린 번개(幡蓋)와 암라(菴羅)註 255·담복(薝葍)註 256·화과(花果)의 장엄한 것과 누각(樓閣), 대전(臺殿), 당사(堂榭)들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위세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앞에는 돌아다니는 비구상[旋遶比丘]이 천여 구 있고 아래에는 자금종(紫金鍾)註 257 세 구를 벌려 놓았는데, 모두 종각이 있고 포뢰(蒲牢)註 258가 있었으며 고래모양으로 종치는 방망이를 삼았다. 바람이 불어 종이 울리면 곁에 있던 돌아다니는 스님들은 모두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였고 은은하게 범음註 259이 있었으니 대개 활동의 중심체[關棙]는 종에 있었다. 비록 만불이라고 하나 그 실상은 이루 기록할 수가 없다."

 

만불산을 만들어 당 대종에서 선물했더니 "“신라의 기교는 하늘의 조화이지 사람의 재주가 아니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쓸데는 없지만 극한의 만듦새와 진귀함을 가진 이런 물건들이 럭셔리라는 문화의 코어가 아닌가 싶다. 럭셔리라는 말을 들으면 만불산 이야기 같은 게 생각난다. 극한의 무용성, 일상의 생활 그리고 일상적인 사람과의 무관련성.

 

이런 럭셔리는 패션이라는 산업, 문화와 결합하며 판매를 위해 계속 변신해 왔다. 이제는 비일상적이지만 때로는 삶의 포인트 역할을 하고 가끔은 현대의 아이덴티티 구성 방식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렇게 럭셔리 패션에서 진귀함과 희소성은 어느 정도 사라지거나 혹은 꽤 큰 범위로 확대되었지만 대신 세상의 흐름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내고 있다.

 

이 방식은 매우 미묘하다. 그저 세상에서 제일 큰 보석 같은 걸로 승부를 보는 시대가 아니라 일상복과 패션의 사이의 균형 속에서 저 혼자 럭셔리라는 이름으로 서야 한다. 여기에는 막대한 마케팅, 광고의 비용이 소모되고 그런 걸로 형성된 사람들의 마음이 필요하다. 모든게 관념적인 이 허상의 탑은 세우는 것도 참 어렵고 무너지는 것도 참 쉽다. 시대와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몇 년 만 지나도 저게 럭셔리 패션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시대와의 호흡이다. 그 흐름의 방향을 벗어나거나 비껴가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면 이상한 것들이 나온다(링크). 혹은 마치 제국주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상류층과 나머지 사이의 갭이 너무 커져서 그 흐름을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놀이터로 다시 되돌아온 덕분에 따로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몇 년 간 몇 배를 뛴 가방의 가격 같은 게 그 재료가 되어주고 있다. 어차피 하나를 살 거라면 차라리 쥬얼리 계열 고가 브랜드 쪽으로 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이 해석이 점점 불가능해지면서 보다 쉬운 해답을 향하는 게 납득하기 쉬워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번 루이비통 크루즈는 이전에 이야기 한 구찌보다 더 이상하게 보인다.

 

 

뭔가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는 꼬마의 상황이랄까. 다들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지금 시대의 정신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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