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 만에 또 수경 이야기
수경 괜찮은 거 뭐 없나 하고 뒤적거리다 보면 스쳐지나가는 제품 중 이런 형태가 종종 보인다.

보통은 이건 또 뭐야 하면서 지나갔는데 갑자기 관심이 좀 생겨서 찾아봤더니 이런 형태를 스웨디시 수경이라고 한다. 왜 스웨디시냐, 스웨덴에서 오래 전부터 쓰던 거냐 했는데 1970년대 토미 맘스틴이라는 수영 코치가 상품화한 수경 형태다.

맘스텐(Malmsten)이라는 브랜드로 지금도 나온다. 수경 안쪽에 패킹이 없는 노패킹 형태에 미러, 논미러 렌즈가 나온다. 아주 단순한 형태로 조립도 직접 해야 한다. 코 사이에 끈을 끼워서 묶으면 되는데 빙빙 돌리면 코 간격이 좁아지면서 사이즈 조절을 할 수 있다. 맘스텐 제품의 경우 끈 고정장치도 없어서 그냥 묶어야 한다. 끈은 라텍스라는 것 같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저렴하다. 찾아보니 국내에서 19000원(링크)이다.

렌즈만 버티고 있다면 부품도 따로 판매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걸 스웨디시 고글이라고 한다. 이 형태를 기반으로 한 수경이 스피도, 피닉스, 아레나 등등 많은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 첫번째 사진은 TYR 제품이다. 그쪽은 코받침을 안 주는 데서 경량화를 취했나 보다.

선수들 중에서도 이런 원시적인 형태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듯 하다. 끈이 너덜너덜하게 되는데 끈 남는 걸로 덮어서 다니기도 한다. DIY의 세계라 자기 좋은 대로 알아서 하면 된다.
아무튼 이 수경의 매력을 원시적인 형태, 조립식, 반영구적인 수명 등등을 드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문득 매력을 느낀 부분은 저 렌즈의 형태다. 뭔가 돌맹이 같은 느낌의 묘한 곡선이다. 대부분의 스웨디시 수경이 저 곡선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아레나에서 나왔던 모델은 스웨딕스라고 해서 약간의 개량형이다.

렌즈가 꺾여있는데 시야 확보를 위한 거라고 한다. 저 기둥 같은 코걸이가 스웨디시 수경의 원시성을 더욱 높여주는 것 같다. 기존 맘스텐 등의 수경이 노끈을 엮은 분위기라면 이건 나뭇가지를 꺾어 끼워 놓은 거 같다.


아무튼 평범한 수경의 시점에서 보자면 허접한 렌즈 부위와 코받침, 앙상한 끈까지 모든 측면이 괴상하고 그런게 근사하다. 공기 저항 자동차의 시대에 이상하게 멋을 부려놓은 각진 옛날 자동차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스피도와 아레나의 최신 제품 구경만 하다가 갑자기 이런 원시성에 급매력을 느꼈지만 안타깝게도 단종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고 한다. 찾아봤더니 최소 6만원 대에서 10만원 대 이상에 거래되고 있고 그나마도 거의 없다. 아레나 입장에서 보자면 코브라 제품군이 중심을 형성하고 있으니 이런 초보자라면 찾지 않고 적당히 경력있는 이들이 구할만한 원시적 제품군을 치워버릴 필요를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 최신의 플래그십 모델과 가장 험블한 오래된 형태의 모델은 소비자 군이 겹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수영장에서 코 부분이 너덜너덜하고, 앞렌즈에 각이 져 있고, 눈이 선명하게 보이는 논미러 렌즈 수경을 끼고 있는 자를 마주치게 된다면 범상한 인간이라 생각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물개 친구, 돌고래 친구는 될 거 같은 이미지다.
아무튼 아레나 스웨딕스는 이렇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언제 스피도 정도는 하나 구해볼까 싶다. 저 코받침 부분만 아레나 같은 거면 딱 좋았을텐데.

근데 패킹 없는 수경을 미즈노 액셀 아이랑 스완스 걸 좀 써봤는데 뭐가 안 맞는지 얼굴 뼈가 깨지는 거처럼 아프긴 하더라고. 원시성의 근사함이란 이렇듯 고통이 따르는 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