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

간절기 울 팬츠

macrostar 2026. 4. 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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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 관심이 가는 분야는 울 팬츠다. 양복에 붙어 있지 않는 울 팬츠를 울 슬랙스라고도 하는데 슬랙스가 원래 평상복 바지를 뜻하긴 하지만 왠지 이탈리아스러운 슬림핏을 울 슬랙스라고 부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뭐 어쨌든 울 팬츠가 조금 더 큰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데님, 워크, 밀리터리 류 상의에 역시 데님, 치노, 퍼티그 류 하의 거기에 운동화류(몇 년 전부터 발바닥, 발가락 통증이 있어서 구두류는 거의 안신고 있다)만 입고 다니다 보니까 어딘가 재미가 없는 거 같아서 대안을 찾다가 울 블레이저 류에 기존 하의 어떨까, 기존 상의에 울 팬츠 류 어떨까 해서 양쪽을 찾아보는 와중이다. 하지만 블레이저 종류는 백팩을 주로 매고, 가슴 부분이 뻥 뚫려 있고 목이 비어 있다보니 추위를 잘 못 버티는 경향이 있고 거기에 블레이저 종류를 워낙 안 입다 보니까 입는 노하우를 거의 망각해 버려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비해 바지 류는 훨씬 쉽다. 두터운 겨울용은 따뜻해서 좋고 히트텍과 조합을 이루면 상당히 강력해진다. 얇은 봄, 가을용의 경우 와이드, 적어도 레귤러를 주로 입다보니 온도가 치솟고 있어도 여전히 건조하고, 햇빛만 피하면 살만하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찰랑거리는 기분이 꽤 좋아서 마음에 든다. 장마전선이 올라오기 전까지 입을 수 있고, 장마전선이 내려간 후부터 입을 수 있다. 서머 울 슬랙스는 장마철에도 입는다지만 아무리 얇아도 온도가 40도에 육박하고 습도가 지배하는 계절에 굳이 고행을 자처할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울 팬츠 괜찮은 게 보이면 사들였는데 이게 인기가 없는 아이템이라 중고 매장에서도 꽤 괜찮은 것들을 구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모두 랄프 로렌의 오래전 제품들이고 그레이, 브라운에 약한 체크, 밝은 브라운 이렇게 세 가지다. 둘은 울 100%고 맨 아래 브라운 만 캐시미어 90%다. 맨 아래는 컬러 때문에 멀리서 보면 거의 그냥 고밀도 치노 종류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두 투 턱으로 널찍해서 랄프 로렌의 빈티지 앤드류 면 바지를 입었을 때와 비슷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면 됐다 싶긴 한데 네이비가 없는 상태다.

 

단점은 비가 내리는 날 별로 라는 것, 울의 복원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잘 펴서 걸어두면 회복이 되긴 하는데 일단 젖고 나면 면 종류보다 더 걸리적거린다. 그리고 일단 구입한 후 길이 세팅도 상당히 어렵다. 면 바지처럼 살짝 접어입거나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원하는 길이로 잘 픽스해 놔야 한다.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문제고 너무 반듯한 정길이면 또 캐주얼한 상의류와 매칭하는 재미가 없다. 면 바지 류에 비해 빈도가 극히 드물긴 하지만 길이 조절과 세탁에 비용이 꽤 드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튼 요 몇 년 재미를 느끼고 있는 소소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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