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크로 이야기
벨크로는 무척 편리하다. 그냥 붙이면 되고, 고정력도 좋다. 내가 입는 옷 중에서도 벨크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웃도어 아우터웨어의 손목 조절 부분, M-65 재킷의 커프스와 넥 고정, 시에라 디자인스 60/40 마운틴 파카의 주머니들, 그라미치 팬츠의 뒷주머니 등등에 벨크로가 붙어 있다. 그렇지만 최고로 선호하는 건 아닌데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고정시켰을 때의 생긴 모습이 유동적이다. 스냅 버튼이나 단추처럼 제자리가 있는 고정 장치들과 다르게 벨크로는 멋대로 붙일 수 있다. 그게 매력이긴 하고 그렇다면 별 신경쓰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저 모양이 양쪽이 같고, 일자가 되도록 유지되지 않으면 꽤나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저런 위치에 달린 벨크로는 거의 건들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그라미치 뒷주머니도 쓰지 않는다. 물론 그라미치 팬츠의 본래 용도인 클라이밍 중의 위급한 상황 등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면 쓰긴 할 거다. 그래도 평상시에는 건들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소음이다. 특히 가방 덮개가 벨크로로 되어 있는 것들은(대표적으로 크롬의 메신저 백) 도서관 같은데서 열기가 망설여진다. 물론 그 자리에 벨크로를 쓴 건 문제가 아니다. 흔들거리는 자전거, 내리는 비, 커다란 몸집 등 모든 조건에 적합한 건 당연히 벨크로다. 그리고 문제는 벨크로에 달라붙는 먼지들이다.

가끔씩 바늘을 가져다 벨크로에 붙어 있는 실밥, 먼지들을 정리한다. 이 부분을 더 낫게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그리고 벨크로가 붙어 있을 때 압력이 상당하다 보니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다 보면 가장자리 실밥이 떨어져 나간다. 가지고 있는 블랙 마운틴 파카는 벨크로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서 등산복 수선실에 가서 고쳤다. 바느질로 해보려고 했는데 옷과 벨크로 둘 다 두꺼워서 잘 안되길래 그냥 수선집으로 갔었다.

M-65 넥의 벨크로는 아침, 밤 찬바람이 문제일때 꽤 유용하다.
아무튼 이런 단점들이 있어서 붙이고 뗄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긴 하지만 벨크로를 대체할 만한 게 아직 없는 것 같기는 하다. 멋대로 붙어 있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게 최선일 거 같아서 익숙해지려고 애쓰고 있기는 하다. 확실히 불필요한 집착은 소모적이고 오직 번뇌만 쌓일 뿐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