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macrostar 2026. 1. 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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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만 이야기.

 

패션을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패션쇼가 있고 룩북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콘셉트 영상이나 이미지 정도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패션이라고 하면 패션쇼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대규모의 요란한 행사인 건 분명하다.

 

패션쇼의 가장 큰 장점은 15분에서 30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시즌의 컬렉션을 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막상 15분짜리 패션쇼 영상을 보면 이게 이렇게 길었나 싶게 지루한 경우도 많고, 워낙 이것저것 봐야 한다면 썸네일 사진 있는 것들을 쭉 훑어보는 정도로 지나쳐야 할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면 그쪽이 더 낫다. 생동감이나 움직임 같은 것 외에도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일단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브랜드의 전반적인 콘셉트다. 이 브랜드는 어떤 패션을 추구하고 있는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면모는 브랜드의 세계관,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은 한 두 시즌 패션쇼를 본다고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전의 아카이브를 살펴보고 인터뷰나 브랜드에 대한 설명도 좀 검토해 봐야 하는 등 예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예습을 통해 이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가, 다른 브랜드가 아니라 이 브랜드의 옷을 살 이유로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는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사실 이런 이유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는 브랜드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컬렉션을 하는 브랜드라면 팔릴 것 같은 옷보다는 사서 입도록 설득할 수 있는 쪽에 더 흥미가 생긴다.

 

이런 브랜드의 전반적인 콘셉트가 있다면 다음에는 한 시즌의 콘셉트가 있다. 보통 SS(봄, 여름)와 FW(가을, 겨울) 두 번을 하고 이보다 좀 더 많으면 크루즈와 프리 폴을 더해 네 번 정도가 열린다. 예전에는 SS와 FW가 가장 중요했지만 요즘엔 크루즈와 프리 폴이 꽤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인지 심지어 그쪽으로 무게를 더 싣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브랜드의 한 시즌 콘셉트는 패션의 전반적인 흐름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세계의 흐름과 패션 브랜드가 적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하는 고리가 된다. 하지만 가만히 이 흐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톱니가 딱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 상업적 세계는 약간 더 늦게 혹은 약간 더 빨리 흘러가는 부분들이 있다. 

 

패션 - 예술의 이상은 진보적일 수 있지만 덩치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패션 - 산업의 현실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사이에 불일치와 충돌이 발생한다. 어차피 패션이 세상을 바꿔놓을 수는 없는 일이고 이런 불일치를 감상의 대상으로 어떻게 바꿔놓았느냐 하는 게 관람의 포인트라 하겠다.

 

물론 반항적, 반세계적 세계관을 가진 디자이너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패션의 전반적인 흐름을 만들어 낼 거고, 그렇다면 이 흐름에 반발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현 상황이 전제로 깔릴 수 밖에 없다. 완전히 세계와 무관한 마이웨이를 추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정말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그리고 한 시즌의 콘셉트라는 건 그들이 선보이는 패션에서 실현이 되어야 한다. 매번 말하지만 작가가 토끼라고 그렸는데 사람들이 다들 너구리라고 한다면 그건 사람들이 작가를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 작가가 잘 못 그렸을 가능성이 더 높은 법이다. 텍스트가 작가의 손을 떠나면 자기 만의 생명을 얻게 되듯 패션도 마찬가지다. 콘셉트로 무슨 이미지를 제시하고 무슨 노트를 남겼던 그게 어떻게 한 시즌의 컬렉션에 반영되어 있는지는 더 중요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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