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정리해 봄

macrostar 2025. 12. 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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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기에 그렇게 많은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신경을 쓸 다른 일들이 좀 많았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로인해 애드센스 수입도 급감하니까 뭐랄까, 모티베이션이 좀 약해졌기도 했습니다. 오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쓰는 글도 줄어들고, 그러니까 사람도 더 줄어들고 하는 악순환이죠. 미래가 불투명한 티스토리의 상태도 여기에 한몫했습니다. 사실 어차피 수입이라고 일년 도메인 가격 내는 정도인데 그것마저도 간당간당해져 버리니 풀이 죽긴 합니다.

 

그래도 일확천금 노리고 여기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제가 하는 일, "패션에 대해 아무말이나 하기"의 중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26년에는 조금 더 집중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느날 여기는 이제 안되겠다 결심이 들면 떠날 곳(링크)을 마련해 두고 있기는 합니다. 패션붑 닷컴을 눌렀는데 모르던 게 나오더라도 그냥 그려려니 하길 바랍니다. 계속 있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2025년의 패션을 생각해 보면 다들 변화나 확장보다는 그냥 여태 잘 하던 걸 더 잘하자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파고들어가는 시기가 외부에 의해 주어진다는 건 미래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당장을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구경꾼 입장에서도 전반적으로 시시하고 활력이 그다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죠. 또한 이럴 때 시시한 것들을 자꾸 구입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외부 자극이 낮으니 글을 쓰고 패션을 쳐다 볼 동력을 만들어 낸다고 할까 그런 것 같습니다. 불쏘시개 같은 거겠죠. 어쨌든 다들 제자리에서 화이팅입니다. 개인적으로 2025년을 돌아봤습니다.

 

올해 패션쇼는 치카 키사다 정도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미우 미우의 2026 SS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대거 자리를 옮긴 파장이 상당했는데 그중에서는 샤넬이 은근 재미있었습니다. 상황이 흥미로운 걸 만들기 참 어려워 보였는 데 마티유 블라지가 잘 뚫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디올 쪽은 약간 이상한 이야기지만 자신의 입지에 감격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그렇게까지 큰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거 같습니다. 전성기를 만들어 낸 디렉터가 떠나버린 곳들을 보면 셀린느가 괜찮아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비 패션을 하는 셀린느를 납득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뭐 형편 없었다 하면 그런 건 아니고 다들 재미있는 구석들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굉장하다! 하는 것들이 뭐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걸작만 넘쳐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또 별로인 걸 내놓는 것도 디자이너의 생각에 따라, 세상의 흐름에 따라 지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그것들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가며 완전 망하는 이들 없이 새로 들어온 이들을 주목해 가고 다만 나쁜 놈들만 어떻게 좀 제거해 가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겠죠.

 

 

구경과 소비의 측면에서 흥미롭게 바라본 브랜드는 A.Presse, 요코 사카모토, 스토리 Mfg. 정도가 생각납니다. 다들 잘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anachoronorm도 올해 다시 바라보게 됐군요. 왠지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랄프 로렌 옷에 몰두하는 시기를 지금 3년 정도 째 보내고 있는데 이것도 여전합니다. 이 브랜드는 슬슬 다시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올드 스쿨 브랜드가 지금 같은 시기에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그리고 울 니트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요새 꽤 알록달록한 니트들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꽤 있더라고요. 올해의 콜라보로는 CP 컴퍼니 + 사시코 걸즈가 괜찮게 보였습니다.

 

 

올해의 단품 아이템은 랄프 로렌의 립스톱 다운 파카입니다. 여전히 다른 컬러, 같은 사이즈를 찾고 있습니다만 보인다고 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건 챔피온의 T425 티셔츠의 재발견도 있습니다. 오래된 티셔츠를 치워버리기로 결심한 후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티셔츠, 스웨트 쪽은 챔피온, 나머지 옷은 랄프 로렌 이렇게만 가지고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올해 가장 많이 산 건 양말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양말 너무 많아요. 

 

 

올해의 K팝을 뽑자면 엔믹스의 새 앨범 "Blue Valentine"이긴 합니다만 K팝 신도 지금 시스템이 뽑아낼 수 있는 걸 다 뽑아낸 게 아닐까 싶은 고갈의 느낌과 전환기 직전의 잠잠함 같은 게 느껴집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뭐가 훅 튀어나오기 좋은 시기입니다. Yves의 새 앨범도 잘 들었습니다. 유튜브 뮤직 리캡이 증명하는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입니다. 아침 저녁 지하철은 물론이고 집에서 먼지 청소할 때도, 그냥 배경음이 필요할 때도 계속 들었습니다. 이외에 국내 인디 음악을 올해 꽤 들었고 2hollis를 올해도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 가장 흥미진진한 음식은 치킨이었습니다. 취향에 맞는 집을 두 군데 정도나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회가 새삼스럽게 맛있게 느껴진 한 해이기도 합니다. 해산물 원래 좋아하지만 더 좋아졌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 인상적인 음식으로 카키토 카이라는 가게의 라멘도 있었습니다. 올해의 운동은 물론 수영입니다. 이제 12월이 끝나가니 나름 1년차 수영인이 되었습니다. 요새 넘기 어려운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긴 하지만요. 올해의 운동 아이템은 수경입니다. 반짝거리는 수경이 좋아요. 올해는 향수도 재탕입니다. 주로 사용하던 두 가지 향수를 그대로 다시 구입해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영화는... 영화는 뭐 제대로 본 게 거의 없네요. 올해의 책은... 책도 계속 뭔가 읽고 있지만 거의 일 때문에 읽어서 새로운 걸 아는 기쁨이 있을 뿐 감흥 같은 건 별로 안 생깁니다. 참고로 제가 요새 번역하고 있는 패션책이 내년에 나올텐데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올해의 예능은... 예능도 뭐 크게 생각나는 건 없는데 크라임씬 제로가 올해였군요. 오랜 팬으로서 반가움이 있죠. 올해 가장 많이 본 건 과학을 보다 유튜브였습니다. 

 

이렇게 2025년이 끝나갑니다. 다들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도 패션붑과 함께 즐겁게 보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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