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하츠, 아저씨

macrostar 2025. 12. 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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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하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미지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일단 패션 산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아이템을 이런 가격에 파는 브랜드가 이런 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구나, 이 정도 되면 이 만한 영역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점. 그리고 패션 디자인의 측면에서 개인적 관점으로 보자면 이런 요란한(화려한이라는 단어보다는 요란한이 더 맞는 거 같다) 아이템은 전혀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저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다. 

 

 

아무튼 면밀히 추적해 온 건 아니지만 어디선가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유명" 브랜드이긴 하기 때문에 역사와 관계없이 순전히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 브랜드 이야기를 해보자면 처음 듣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쯤 아니었나 싶다. 이 고스와 폭주족 어딘가에 있는 듯한 브랜드 제품을 보면서 당시에 체인 월릿 같은 걸 덜그럭거리면서 차고 다니는 바이커 테이스트의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짐작도 안가는 일군의 아저씨들이 특히 일본 쪽에 꽤나 있었고, 그런 사람들 중 레드문이나 플랫 헤드의 롱 월릿에 은장식 같은 거 붙이는 거 말고 약간 더 델리킷한 고급 취향을 서포트할 만한 브랜드가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나 보위의 히무로 쿄스케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도 성공적으로 전이가 되었던 거 같다. 일본에 또 락밴드들이 많으니까 괜찮은 조합이다.

 

그러다가 몇 년 지나 힙합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요란함, 비쌈, 하이프, 티내기 좋음, 여기서 제일 비싼 거 줘요 등등이 "돈 많은" 아저씨와 갑자기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 사이에 공통점이 있고 많은 조건에 딱 맞기 때문에 힙합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의 수요층 넓이를 생각하면 원 앤 오리지널, 익스클루시브하게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자리를 잘 만들어내고 있다. 

 

이후 힙합 스웩, 스트리트 패션 연결이 케이팝, 케이힙합과 이어지면서 연결 고리가 만들어졌다. 이 부분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약간 놀랐었는데 처음 접했던 게 2NE1이 크롬하츠에서 우정 반지를 맞췄다느니 하는 게시글을 봤을 때였다. 뭐 크롬하츠라는 브랜드에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행보를 유심히 보지 않아서였기 때문이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연결이다. 프레드, 쇼메, 불가리 이런 고급 쥬얼리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를 하고 있는 케이 스타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무대와 이미지 연출 그리고 개인 패션 측면에서 보자면 크롬하츠가 할 일이 더 많다. 또한 힙합에서 스트리트 패션을 거쳐 2NE1으로 이어질 만한 길이 있기도 했다. 이 정도면 국내에 입지가 꽤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었는데 여러 나라에서 자기 문화 기반으로 바이커 패션, 팝 컬쳐를 중심으로 다들 크롬하츠가 서 있을 자리들이 있었던 거 같다. 츠치야 안나나 리안나 등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그리고 신세계 백화점 1층에 입점도 하고 최근에는 레드 벨벳 슬기나 여행 유튜버 원지의 유튜브에서도 안경 소개 같은 것도 보고, 조세호가 옷(비니와 속옷) 이야기도 하고 등등을 봤는데 이렇게 최근 국내에서는 안경이 인기를 주도하고 쥬얼리가 서포트하면서 "비싼 브랜드"라는 포지션을 잘 다져가는 듯이 보였다. 

 

보통은 패션 브랜드란 고객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기 마련인데 꽤 열심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요란한 장신구와 아저씨 사이에는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요즘 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예컨대 불꽃 야구를 보면서 나오는 선수들 유튜브도 좀 보게 되면서 알고리즘도 가끔 타고 하는데 이 프로 운동 선수 출신 아저씨들이 크롬하츠 참 좋아들 하네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유심히 여기저기 관찰하다 보니 확실히 이 관계는 여전히 잘 지속되고 있다.

 

이 부류는 맨 앞에서 말했던 2000년대 초반의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요란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약간 다르다. 이쪽 영역에서는 크롬하츠라는 게 티나는 고가품, 아저씨들의 멋내기라는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가지는 듯 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재미있는 부분이 많고 비슷한 역할이긴 하지만 꽤 다양한 영역에서 그걸 소화해 내고 있다. 요즘의 패션 트렌드란 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도 시사점이 많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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