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젤 카본, 해리 하프텍스 모디파이

macrostar 2025. 12. 15. 21:42
반응형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가 나이젤 카본의 새 시즌 옷에서 이 코트를 봤다.

 

 

밀리터리 오버코트, 맥키노 코트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모습에 가슴에 플랩 달린 주머니가 있다. 왼쪽 팔목에는 펜 주머니 혹은 담배 케이스 같은 것도 붙어 있다. 오리지널도 좋아하지만 이런 재해석도 좋아하는 편이다. 뭔가 빼고 싶은 것, 넣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건 디자이너의 욕망을 반영한다. 아무튼 이 옷이 뭔가 찾아봤는데 약간 재미있는 사연들이 있다.

 

우선 이 코트는 해리 후사오 오하라라는 일본인에서 시작된다. 1891년에 도쿄에서 태어난 일본인이다. 하지만 와세다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인도로 가서 일본 신문사의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가 1차 대전이 발발했고 그는 영국령 인도군에 입대한다. 공병 연대 소속으로 서부전선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대가 이동을 하자 1916년 영국군에 사병으로 다시 입대했다. 이렇게 근무하면서 훈장도 받았다. 이후 항공정비병으로 전입을 했고 비행 교육을 받아 조종사가 되었다. 그리고 1918년 영국 공군에 배속되어 프랑스 지역에서 전투에 참가했다. 이 와중에 부상도 입었다. 이렇게 1차 대전 때 영국군으로 참전을 했고 훈장도 받고 민간인으로 영국 여성과 결혼도 해서 살다가 2차 대전도 겪고 나서 1951년 런던의 햄스테드에서 사망했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 이야기라 이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훌쩍 떠나 자리를 잡고 거기서 할 일을 해나가는 식의 예측하기 어려운 삶을 살았다. 예전에 독립문 근처에 딜쿠샤 구경갔다가 느꼈는데 당시 제국의 사람들은 많이들 일단 훌쩍 고향을 떠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전개될 지 대체 알 수 없는 우연과 모험 속에서 살았던 거 같다. 어디가도 먹히는 제국의 국적과 부가 그런 걸 가능하게 했겠지.

 

아무튼 나이젤 카본의 이 코트 설명을 보면(링크) 해리 후사오 오하라가 미국계 일본인인데 영국군에 자원입대했다고 되어 있는데 위키피디아 항목에서 미국을 다녀온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링크). 나이젤 카본은 이 사람의 항공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허리에 벨트가 있는 두꺼운 가죽 롱 코트와 과감하게 세워진 칼라가 특징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옷이 아닌가 싶다. 굉장히 두툼해 보이고 1차 대전 때의 모터사이클 레더 코트 느낌이 많이 나는 옷이다. 

 

이 옷과 트렌치 코트 등을 합쳐 나이젤 카본의 코트가 만들어졌다. 100% 나일론 소재로 하프텍스라고 하는 옷감인데 시간이 지나면 면처럼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레인코트로서 역할은 잘 할테고 생긴 것에 비해 가벼울테니 입고 다니기 좋겠지만 약간 아쉽다.

 

 

그래도 근사하게 생긴 코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