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떤 시대
한동안 난장 파티 같았던 패션이 잠잠해 지고 있다. 수많은 나이키 콜라보, 버질 아블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베트멍 뭐 이런 시대들이 지나가고 나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 같다. 그러는 와중에 조용한 럭셔리가 등장했고 여기에 더한 미우미우의 아이비 패션 등이 겹치면서 예전 럭셔리 패션의 고저스하고 잘 만들고 비싸고 시크한 뭐 이런 것들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 거라 많은 이들이 예상을 하는 거 같다. 사실 많은 이는 아니고 알레산드로 미켈레나 뎀나 바잘리아가 뭐 하는 건지 잘 모르겠거나 하는 짓을 보고 이건 패션이 아니야라며 화가 났지만 잠잠히 있던 올드 패션드 칼럼니스트들이 이제 이런 것들의 시대는 가버릴꺼야 하고 외치는 거 같다.
뭐 패션, 특히 하이 패션의 특별함을 얻는 기본 태도가 "니들은 이런 거 없지"에 가깝고 그 시절 니들은 이런 거 없지와 동참하며 자기 나와바리를 만들던 이들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리울 만도 한 거 같다. 그리고 또한 그런 류의 패션은 일정한 커팩시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며 세상 어디선가 굴러가고 있다. 그게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지 오트쿠튀르를 입는 중국 갑부나 아르펠의 목걸이 같은 조소의 시선을 받는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버린 판 자체와 SNS를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패션은 기존 럭셔리의 공식을 따라갈 생각이 없는 거 같고 그러므로 앞으로는 구시대 패션 - 세상의 갑부들, 새로운 패션 - 패션 열망자들, 달리기와 아웃도어 등 스포츠 기반, 반 패션인들의 패션 이런 식으로 구획정리가 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중 구시대 패션 - 세상의 갑부들 섹션은 엄청난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 기반해 유지가 될테고 그런 걸 충당하기에 기존 럭셔리는 좀 약한 거 같기 때문에 세상과 보다 유리된 슈퍼 럭셔리 패션 뭐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관심의 중심은 새로운 패션 - 패션 열마자들이 기존 패션 브랜드들이 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각종 서브컬쳐의 도래가 해결해 주지 않을까 싶다. 즉 당분간은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보여주는 새로운 패션 브랜드의 시대가 될 거 같다.
스포츠 기반은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일상복이라기 보다는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이고 러닝, 아웃도어, 클라이밍, 스키, 사이클링, 수영 등등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입는 옷도 점점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블랙쉽의 싱글릿, 스피도의 수영복, 트랙스미스와 라파 같은 브랜드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회사 생활 다음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이런 액티비티 인들인 점과 구매력도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 브랜드 + 패셔너블함 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반 패션인들이 일구는 패션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도래하게 될 중요한 섹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패션에 새로움이 등장하지 않은지 벌써 꽤 시간이 흘러버린 거 같고, 과잉 정보는 새로움을 대하는 자세마저 둔탁하게 만들고 있긴 하지만 사교 파티 참가자 같은 게 아닌 한 우아하고 고저스하고 침착하고 비싼 울 슈트와 드레스, 실크 넥타이와 스틸레토 같은 걸 착착 입는 시대 같은 건 올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