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물욕
수영을 하다 보면 무언가 사고 싶어진다. 강습용 수영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을 보면 수영복, 수모, 수경이 있고 여기에 타올과 가방이 필요하다. 가방은 나르는 용, 샤워장 용이 구분된다. 이외에는 세면 도구들이니까 다른 활동과 겹치는 게 있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수영 단독품이다. 가방도 겹치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방수가 좀 되든지 메쉬 제품이 아무래도 편하다. 타올은 집에서 쓰는 수건 써도 되지만 습식 타올이나 등산용 얇은 게 들고 다니기 편하다.
무언가 사고 싶어지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입는 게 수영복 밖에 없으니까 장비 방면으로는 재미가 좀 없다는 게 있고(마음에 드는 옷과 장비는 의욕을 만든다), 이게 물 속에서 하는 활동이라 그런지 뭐든 대체적으로 수명이 짧은 편인 것도 있다. 그리고 실력 향상이 더딜 때, 체력 향상의 시점이 왔을 때 등등에 수태기라는 게 온다는 데 그럴 때도 뭔가 사는 걸로 극복하는 경우들이 있나보다. 아직 얼마 안되서 수태기는 오지 않았다. 그냥 힘들 뿐...
보면 수영복 교체가 가장 도드라지는 활동이다. 그렇지만 수영복이라는 게 대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다 못 생겼음. 해변용 같은 건 그래도 재미난 게 좀 있는데 실내 수영장용은 대책 없다. 게다가 꽤 비싸. 나이키나 아레나 시즌 신제품은 나오자 마자 사지 않으면 구하기도 어려움. 대체적으로 크고 단색에서 실력이 올라갈 수록 작고 화려로 바꿔가는 거 같은데 아무튼 생김새에서 어떻게 해도 안되. 근본이 글렀다.
수모 교체는 좀 쉽게 접근 가능하다. 귀여운 무늬 그려진 것들도 종종 있다. 아무리 화려해 봤자 그냥 머리에 작게 뒤집어 쓰고 있는 거라 부담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뭔가 재미는 없다. 실리콘이 수영용품답고 프린트도 잘 새겨져 있고 하는데 잘 안 써지고 답답하고 머리도 빠지는 거 같아서 잘 안 쓰게 된다. 사실 머리에 더 안 좋은 건 메쉬 쪽이라는 데 둘 다 그냥 그렇다.
이렇게 수영복 교체나 수모 교체로 자신을 환기시키는 경우가 좀 있다. 그리고 수경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영 장비들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다. 반짝거리고, 컬러풀하고, 뭔가 그럴 듯 하다. 처음에 단색 아레나를 샀다가 모르고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잔기스 투성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김에 바꿨는데 꽤 마음에 든다. 그냥 천쪼가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장비 느낌도 강하고 신나는 부분이 있음. 물론 시력이 좋지 않으면 도수 수경도 해야하는 등 복잡한 부분이 있는 거 같고 처음에는 도수 수경 해야하나 했었는데 그냥 대충 보이는 채로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것도 역시 마음에 든다고 마구 사들이기엔 비싸다.
아무튼 번쩍거리고 좋다. 수영 생활의 활력소. 다만 몇 가지 써보고 깨달은 게 조절하는 어드저스트가 사이드에 있는 건 잘 안 맞는다. 자꾸 옆을 건드려.
수영을 배우면서 스피도 제품은 뭐든 좀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스피도는 뭔가 잘 해야 쓸 수 있을 거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잘 해야 살 생각이 들만큼 나름 비싸기도 하다.
스피도는 이런 재미있는 것도 나온다. 저런 거 쓰고 수십 바퀴 씩 뺑뺑이 돌고 있으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