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 옛날 치노
몇 년 전에 비해 인기가 조금 떨어진 것도 같지만 랄프 로렌의 빈티지, 헌옷, 중고 치노는 나름 스테디셀러다. 굉장히 여러가지 모델이 나오지만 어느 것이든 기본이 탄탄하고 소재나 부자재가 꽤 좋다는 장점이 있다. 나름의 후줄근한 모습 = 매우 편안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잘 찾으면 미국 제조 같은 것도 있긴 한데 찾으려는 수고와 가격 대비 효용이 그렇게 높은지는 모르겠다. 미국 제조의 경우 더 예전 거라 테이퍼드가 약간 더 완만하고 봉제 세부 사양 등이 약간 다르다고 한다.
아무튼 리바이스, 갭 등이 그러했듯 언젠가 랄프 로렌 미국 제조 유행이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찾아오면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 믿고 딜을 하진 말고 그냥 입고 싶은 거 구해서 입는 게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략 3, 4만원 정도에 상태 괜찮으면 5, 6만원 정도가 적정 가격이 아닐까 싶다. 뭔가 비싼데 싶으면 괜히 고민하지 말고 유니클로 빈티지 치노 쪽으로 가는 게 낫다. 랄프 로렌 중고 치노계에 몇 가지 유명 모델들이 있다.
1. 앤드류 (Andrew)
모델명이 적혀 있는 방식은 위 사진처럼 지퍼 안쪽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상표 라벨 아래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아래 사진 참고. 앤드류는 투 턱 모델인데 주름이 안쪽으로 접혀 있다.
그리도 오른쪽 뒷 부분에 폴로 클래식 치노 탭이 붙어 있다. 이 탭은 단색, 컬러 여러가지가 있다. 적당히 레귤러 - 루즈 사이 핏인데 버즈 릭슨의 1942치노 등 얼리 버전 치노처럼 허리 34인치 짜리가 밑단 단면 25cm 정도씩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넓은 편이다. 2개의 턱이 있는 만큼 허리 - 엉덩이 부분이 널찍하다.
2. 해몬드 (Hammond)
해몬드는 앤드류와 같은 사양인데 2개의 주름이 바깥을 향해 있다. 이 방향의 차이가 미묘한 디테일을 만든다. 널찍한 치노의 관점에서는 해몬드 쪽이 더 많이 볼 수 있는 타입인데 정장의 레귤러 핏 울 슬랙 같은 걸 보면 앤드류의 안쪽 주름을 꽤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꽤 미국식 클래시컬한 느낌이 난다.
해몬드도 오른쪽 뒤에 클래식 치노 탭이 붙어 있다. 위 사진의 제품은 왼쪽 뒷 주머니에 플랩이 있는데 없는 것도 있다. 있으면 더 반갑고 유용한 정도의 사양.
3. 프로스펙트 (Prospect)
프로스펙트는 턱이 없는 깔끔한 버전의 치노다. 몇 가지 디테일이 더 있는데 오른쪽 허리 부분에 코인 주머니가 있고, 지퍼 여밈 부분에 텐구라고 부르는 단추 여밈이 하나 있다. 오리지널 치노와 클래식 팬츠의 디테일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프로스펙트는 오른쪽 뒤에 클래식 치노 라벨 대신에 포니 자수가 들어 있다. 턱이 없는 만큼 앤드류, 해몬드에 비해 약간은 레귤러, 슬림 스트레이트의 분위기가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던한 슬림핏은 아니고 적당히 큰 느낌이 나는 건 다르지 않다.
4. 에단 (Ethan)
에단은 투 턱 사양으로 앤드류와 마찬가지로 안쪽 지향 주름이다. 그리고 오른쪽 뒤에는 포니 자수가 있다. 앤드류와 비교했을 때 약간 더 슬림한 핏이다... 는데 사실 크게 다른가 하는 건 잘 모르겠고 치노 탭이 좋으면 앤드류, 포니 자수가 좋으면 에단 식으로 선택하는 게 더 선택할 때 쉬울 거 같다.
대충 이 네 가지 모델 정도가 흔히 만날 수 있는 90년대, 00년대 산 중고 치노다. 이외에도 서필드(Suffield)도 있고 여러가지 더 있는데 랄프 로렌의 기본 제품들이 보통 그러하듯 찾아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요즘 나오는 제품을 보면 스트레이트한 느낌의 스트레치 치노가 있는데 엘라스틴이 들어간 슬림한 버전이다. 예전 치노의 널찍한 느낌을 찾는 사람에게는 휘트먼이 있는데 앤드류 처럼 안쪽으로 향하는 투 턱에 플랩 포켓이 앞 쪽에 있는 재미있는 사양이다.
이건 여성용 휘트먼 치노.
투 턱에 전면 플랩 포켓 스타일 치노를 영화 애니 홀에서 볼 수 있었다.
애니 홀에서 우디 알렌이 입고 있는 치노가 랄프 로렌인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보면 미국 제조로 이런 버전들이 종종 나온다. 사실 애니 홀에서 멋지게 치노를 입고 있는 건 다이앤 키튼이었다. 이 영화의 의상은 다이앤 키튼의 사복과 랄프 로렌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1977년에 이 영화가 나오고 난 후 한동안 다이앤 키튼의 룩이 뉴욕을 지배했었다. 이런 바지를 슬랙스, 대디 팬츠라고 하는데 그냥 애니 홀 치노라고도 한다.
최근 랄프 로렌의 치노, 면바지 제품으로는 이외에 프렙스터나 빅 치노 등 여러가지 있음. 천의 느낌이 같기 때문에 다들 고만고만한 이미지가 있지만 핏 뿐만 아니라 각각의 디테일 차이도 꽤 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체크해 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