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의 계절, 페어 섬 점퍼
제목 만으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는데 페어 이슬(Fair Isle, 페어 아일 혹은 페어 아일랜드라고 하고 싶은데 구글 지도에 한글 명칭이 페어 이슬이라고 되어 있다... 왜 페어 아일이 아닌가. 뭔가 이상한 거 같지만 결국은 페어 섬, 페어 도라는 뜻이다)은 동네 이름이자 스웨터를 짜는 방식의 이름이고 점퍼(Jumper)는 영국에서 스웨터를 뜻하는 말이다. 점퍼라는 말은 정말 여기저기 쓰이고 심지어 드레스의 한 종류이기도 하기 때문에 점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할 때는 주의가 좀 필요하다.
빨간 핀이 박힌 곳으로 페어 섬은 저런 데에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한참 북쪽인 꽤나 추워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구글 지도에 나와있는 사진은 또한 극히 평화롭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빨간 공중 전화 박스가 있고 길 건너에 사람도 한 명 앉아 있다. 오른쪽 건물 문 앞에도 누군가 있다. 뒤쪽 잔디 위에 동그라미들은 양이다. 올해 9월에 찍은 거라는데 뭔가 좀... 이상한 사진 같다.
페어 섬 테크닉은 뜨게질 방식 중 하나인데 여러가지 컬러의 실을 가지고 패턴을 짜는 방법이다. 이 방식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링크)를 참조.
그리고 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잡한 패턴의 스웨터다.
온도가 난데없이 뚝뚝 떨어지는 요즘 같은 계절에 스웨터는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인 훌륭한 옷이다. 하지만 한 가지 언제나 명심하고 있어야 하는 사실 중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 진 좋은 스웨터라는 건 굉장히 비싸다는 거다. 물론 다른 옷들도 제대로 만들어진 것들은 가격이 펑펑 뛰지만 그 펑펑의 차원이 스웨터 쪽은 매우 높다. 유니클로에 가면 겉으로 보기엔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메리노 울이나 램스울 스웨터를 5, 6만원에 구입할 수 있고, 사실 잘 찾아보면 무명씨 스웨터들은 훨씬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울 100%에 핸드 니팅 스웨터라는 건 애초에 그런 옷이 아니다.
쉽게 소비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고, 사실 울이라는 게 별다른 세탁 없이도 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섬유고, 그러므로 오랫동안 사용해야만 하는 그런 옷이다. 그게 제대로 만들어진 스웨터에 대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 예우... 뭐 그런 게 아닐까. 캐시미어가 물론 더 좋겠지만 품질 좋은 캐시미어는 코트를 만들어야지 스웨터에 쓰기엔 좀 아깝지 않나 이런 생각이 있다. 그러므로 울이다.
하지만 사실 몸을 살린 슬림핏 유행 등으로 이런 류의 스웨터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듀로이와 함께 아저씨 옷... 을 넘어서 할아버지 옷 정도로 취급 받는 거 같다. 그렇지만 이 옷은 무엇보다 따뜻하고 실용적이고 훌륭한 옷이다. 그러므로 촌티 난다고 치워버리지 말고 스웨터를 아끼고 열심히 입고 다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