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역 정장을 보급했다
영국 정부는 2차 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참전 군인들에게 전역 슈트를 보급했다. 보통 디몹(Demob) 슈트라고 하는데 디몹은 demobilisation의 약자다. 사실 1차 대전이 끝났을 때도 전쟁터에서 돌아와 전역하게 되는 군인들에게 평상복을 보급했었다. 하지만 디몹 슈트라는 말은 2차 대전 끝나고 나눠준 옷에 특정해 사용된다.
여튼 1945년 6월 18일부터 전역이 시작되었는데 오랜 전쟁 기간 덕분에 이들에게는 평상복이 없었고 새 정장을 사기엔 너무 비쌌다. 영국은 생필품 난에 시달려서 바우처 제도를 시행했었는데 군 생활 동안 받은 쿠폰으로 어떻게 살 수는 있었는데 대량의 쿠폰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역 슈트를 보급하게 된 거다.
사이즈 별로 잔뜩 쌓여있는 곳에 가서 받아오면 됐다.
옷은 풀 세트로 모자, 더블 브레스트 재킷, 플란넬 바지, 두 장의 셔츠와 칼라 스터드, 타이, 구두, 레인코트가 기본 구성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장갑, 속옷, 양말을 받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75,000벌 정도씩이 생산되었고 당연히 수많은 의류 업체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품질은 꽤 좋은 편이었다고 하는데 공급량이 너무 엄청났기 때문에 문제가 좀 생겼다. 특히 사이즈 부족 현상이 많아서 받으러 가면 아주 작거나 큰 사이즈만 남아 있는 등 몸에 안 맞는 슈트를 걸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덕분에 이후 한 동안 디몹 슈트는 코미디의 주요 소재가 된다.
딱히 정장이 필요없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다 똑같이 생긴 보급품 따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을테니 곧바로 블랙 마켓이 열린다. 이 문제로 국회에서 논의가 되기도 했었는데 어차피 개인에게 지급된 거고 그걸 어떻게 쓰던 자기 맘이니 별 상관은 안 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