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과 건설적인 대화
예전에 돌체 앤 가바나의 히잡 앤 아바야 컬렉션 이야기를 하면서 히잡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다(링크). 이 이야기를 또 쓰게 된 사태의 추이를 간단히 말하자면 히잡의 이용자가 "건설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링크). 하지만 대체 이 분이 말하는 "건설"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중세 마인드의 남녀 차별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근대와 현대의 인류 발전을 져버릴 필요나 이유는 여전히 전혀 없다.
히잡 문제와 마찬가지로 카스트 제도 옹호론, 노예제 옹호론, 가부장제 기반의 유교 마인드 등도 결코 보존의 대상이 될 전통 문화가 아니다. 오래 내려왔고 한 지역의 습성이 되어 있다는 이유 만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문화 상대론적 착각이 세상을 계속 망치고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심지어 위 링크의 글처럼 내면화 되어 버린 자기 필터의 습성 덕분에 자신이 음지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 못하는 경우가 나온다. "여자는 부엌에 있자!"라고 외치는 여성 운동가(가 있다면)와 다를 바가 없다.
저번에는 돌체 앤 가바나 같은 럭셔리 그룹이 이익에 눈이 멀어 히잡 같은 전 근대적 아이템을 출시하면 이 문화를 고착화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보니 차라리 히잡은 어느 측면에서 빨리 패션 아이템이 되버리고 그런 식으로 물상화되면서 의미를 아예 잃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티 히잡 캠페인과 공동 노선을 이끌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구습을 계속 놀리고 비웃는 게 아마도 나머지 인류가 할 만한 일일 거라는 생각은 여전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