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691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 1941.04.18~2022.12.29.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대한 기억은 복잡하다. 펑크, 펑크에 대한 배반 혹은 다른 길, 배거본드, 환경 운동. 웨스트우드라는 성은 1960년대 초반 초등학교 선생을 하며 직접 만든 쥬얼리를 포르토벨로에서 팔던 시절 만나 결혼한 데릭 웨스트우드에게서 가져온 거다. 이혼했지만 계속 사용했다. 이 정도 고급 옷은 거의 가지고 있는 게 없는데 그나마 가지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아무튼 복잡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잘 찾아내며 길을 걸어오신 거 같다. 이제 남은 한때 굉장했던 디자이너들이 거의 없다. 현역은 아니었지만 올해 니노 세루티와 뮈글러가 세상을 떠났다. 아무튼 새삼 생각해 봐도 대단한 생애를 사신 분이다. 고인의 .. 2022. 12. 30.
에스모드 졸업 전시회 2022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왔다. 확실히 학생들이 내놓은 패션은 여러가지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뭐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불타오르고 있구나 싶은 것도 있고, 저건 팔아도 되겠는데 싶은 것도 있고. 슬렁슬렁 구경만 했지만 사람들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다들 열심히다. 아무튼 올해 졸업 전시에는 프린트와 타이 다잉 같은 게 상당히 많다는 게 눈에 띄었고 몸 자체에 대한 관심도 몇몇에서 잘 드러났다. 올해는 돌체 앤 가바나와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보도 자료를 보면 에스모드 서울 여성복, 남성복 전공 열아홉명(19)의 학생 디자이너들이 돌체앤가바나의 무드에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녹여낸 창의적인 뉴룩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학생들은 올해 3월부터 개인당 10개룩을 구상해 일러스트와 테크니컬 드로잉.. 2022. 12. 6.
위기의 발렌시아가 사실 위기는 뎀나 바잘리아 쪽이지. 발렌시아가야 뭐 케링이 알아서 잘 살려 놓을테니까. 아무튼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제가 된 광고 캠페인은 두 개로 하나는 본디지 테디 베어를 손에 쥐고 있는 어린 아이의 사진. 차일드 포르노가 연상되는 광고다. 또 하나는 아디다스와 콜라보 가방 광고인데 가방 아래 놓여있는 문서는 아동 포르노의 광고 활용이 수정헌법 제 1조를 위반할 혐의는 없나에 관한 대법원의 문서라고 한다. 보다시피 두 광고는 연결되어 있고 대놓고 도발을 하고 있다. 한때 패션 브랜드 특유의 성적, 인종적, 민족적 농담은 패션이라는 창조성이 극단적 자율성에서 가능하다는 이유로 무난히 받아들여졌다.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이 패션의 본진 유럽의 백인들이 자기들끼리.. 2022. 12. 4.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나갔다 2015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변화를 이끌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나갔다. 어제 WWD에 루머 뉴스가 뜨더니 바로 오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인스타그램에 나간다는 포스트를 올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케링의 CEO인 프랑소와 앙리 피놀트의 경영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에게 구찌를 맡긴 장본인인 마르코 비자리와의 예전 같지는 않은 관계 뭐 이런 이야기들도 있기는 한데 그런 거야 별로 중요한 지점은 아닌 거 같다. 인사 포스팅을 올린 게 조금 재미있다. 케이팝 스타 같은데... 보테가 베네타의 다니엘 리는 잘 팔리고 평가도 좋았지만 떠났던 걸 기억해 보자면 이게 단지 매출이나 평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구찌는 2016년부터 2020년 정도까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 2022. 11. 24.
페라가모, 맥시밀리안 데이비스 이번 밀란 패션위크에 네임드 브랜드에서 핫 데뷔를 하는 몇 명의 디자이너들이 있다. 에트로의 마르코 드 빈센조, 발리의 루이지 빌라시뇨르. 루이지 빌라시뇨르는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Rhude의 파운더다. 얼마 전 자라와 콜라보도 있었다. 에스콰이어에 인터뷰 나온 게 있었으니 참고(링크). 그리고 페라가모의 맥시밀리안 데이비스. 보다시피 에트로, 발리, 페라가모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제는 중심에서 꽤나 멀어저간 이름들인데 리뉴얼을 꽤하고 있다. 페라가모의 새 로고. 사진은 밀란 패션쇼 참석한 트와이스 채영. 요새 패션계 주류 등용문이자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LVMH 프라이즈에 참가했었다. 맥시밀리안 데이비스는 흑인이고, 캐리비안 뿌리를 가지고 있는 맨체스터 출신의 영국인인데 .. 2022. 9. 27.
변화에는 계기가 필요하지만 결정적이다 최근 포올맨카인드라는 가상 역사 드라마를 보는데 배경은 냉전이 극심했던 60년대 미국의 나사다. 보면서 단연 눈에 띄는 건 담배다. 나사의 관제실과 회의실, 국회 청문회, 술집과 모여서 달 착륙 중계를 보는 가정집까지 어디든 담배 연기로 뿌옇다. 예전에 스티븐 킹의 시간 여행이 나오는 소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건 사방의 담배 연기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물론 가끔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전의 습성을 아직 떨치지 못한 분들이다. 말하자면 변화의 이쪽 편과 저쪽 편 중에서 아직 넘어가지 못한 사람이다. 이들은 어떤 계기가 있지 않는 한 결코 넘어갈 수 없다. 결국 시간의 흐름과 도태 만이 그들을 사라지게 한다. 배격은 반발을 만.. 2022. 9. 26.
시몬 로샤의 남성복, 2023 SS 패션이 성별 역할 분리 같은 구세대의 가치관을 전달하고, 강화하고, 내면화시키는 원인을 남성복과 여성복의 엄격한 분리에서 찾을 경우 그 해결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거다. 하나는 남성복을 여성이 입는 것. 예를 들어 슈프림이나 아이앱스튜디오, 아크로님 같은 브랜드가 해당될 거고 아웃도어나 워크웨어, 밀리터리 등 기능적 의류에 기반한다. 또 하나는 여성복을 남성이 입는 것.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나 이번에 니나 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해리스 리드, 자크무스 등이 있을 텐데 보통은 기존 고급 패션의 의류에 기반한다. 이런 걸 합쳐서 젠더리스 패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중 앞의 것은 아직 포멀한 영역과 비즈니스의 영역 같은 데를 포섭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영역을 워크 자켓 같은 게 .. 2022. 9. 22.
전쟁 속의 패션 화보, 우크라이나 보그에 우크라이나의 퍼스트 레이디, 올레나 젤렌스카의 인터뷰가 실렸다(링크). 이게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애니 레보비츠가 키이우에 들어가 화보를 찍었음. 입고 있는 옷은 베테르, 식스, 호보야 등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이라고 한다. 위와 아래 사진의 출처는 위 링크의 보그 기사.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드는 캠페인이다. 우선 이건 전쟁중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키고 참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아마도 그런 의도일 거다. 꼭 참상을 보여주는 게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시키고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쟁을 폼나고 멋진 전쟁 중의 사진이라는 건 저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수많은 이들이 날아온 미사일에 자기가 죽는.. 2022. 8. 7.
OJOS 이야기 저번 보터(링크)에 이어 지나가면서 떠드는 브랜드 이야기. 정말 멋대로, 생각나는데로 떠드는 거니까 혹시 참고할 생각이 있다면 조심하시고. OJOS는 오호스라고 읽는다. 브랜드 설명에 보면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출신의 듀오 디자이너 김예림, 조이슬이 각자의 시선으로 관찰한 세상에서 영감받아 웨어러블하면서도 신선한 패션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 아카이브는 2020 SS부터 올라와 있다(링크). 연장선 상에 있기야 하겠지만 초창기엔 테일러드 자켓으로 와디즈 펀딩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2021년 여름 정도부터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아무튼 모르는 브랜드였다가 국내 브랜드 투표인가 하는 데서 브랜드 리스트 따라 차례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몇 개의 브.. 2022.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