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옷 놓고 떠들기. 조금 옛날 옷이다. 요새 등산복, 워크웨어, 군대 옷을 왔다갔다 하면서 혼자 재미있어 하고 있다. 아무튼 가볍게나마 산속을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가장 많이 쓰는 건 소프트쉘이다. 아주 추울 땐 인설레이션, 패딩을 입고, 눈비가 내리면 고어 텍스, 레인 재킷을 입고, 춥기도 하고 땀도 나면 폴라텍 파워 그리드를 입고, 더 추우면 메리노 베이스 레이어를 입고 어쩌고 하지만 결국 이런 내내 입고 있는 건 소프트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두꺼운 소프트쉘은 운동용으로는 별로 쓸데가 없고(더움), 도시용으로는 아주 좋아한다(다운의 보온력 배가). 얇은 소프트쉘은 운동용으로는 유용하지만 도시용으로는 딱히 쓸 데가 없다.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고만고만하게 생긴 얇은 소프트쉘, 두꺼운 소프트쉘을 여러가지로 가지고 있게 되었다는 약간 슬픈 이야기...
파타고니아의 밀리터리 시리즈는 몇 가지가 있는 데 MARS라든가 미군에 납품한 ECWCS나 PCU 몇 가지가 있다. 최근에도 계약을 맺어서 멀티캠 등등을 납품하는 걸로 들었다. 이게 하도 많아서 군용인지, 민간용인지, 가짜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좀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중에 하나가 PCU(Protective Combat Uniform) 계열로 나온 GEN II Level 5 소프트쉘.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나왔던가 그렇다. 당시 함께 나온 게 폴라텍 알파 자켓, 고어텍스 자켓, 합성 충전재 자켓, 윈드 셔츠 등등이 있다. 레벨 5 소프트쉘의 경우 바지와 세트다. 전체 체계를 보면 크게 봤을 때 가만히 있을 때와 움직일 때를 나누고 추울 때 비올 때 등을 나눠서 입는 방식을 정해 놓고 있다.
위 그림에서 왼쪽이 가만히 있을 때, 오른쪽이 움직일 때. LEVEL 5 소프트쉘의 경우 많이 볼 수 있는 게 Orc에서 나온 것과 Patagonia에서 나온 제품이다. 둘이 약간 다름. 오래되긴 했는데 가끔 데드스톡도 보이고(대신 비싸다) 그러하다. 사진은 인터넷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까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만.
후드는 넣을 수 있다. 가슴폭, 팔길이 이런 건 재보면 수치상으로는 매우 큰데 입어보면 생각처럼 크지는 않다. 8415-01-543-5030, M-R 사이즈. 08년 생산. 찬조 출연 웅군의 발!
겨드랑이 벤틸레이션.
손목 안쪽에 고리가 하나 있는 데 어디에 쓰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장갑일까.
옆구리에는 고무 밴드.
플랩과 주머니 내피.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계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어딘가 낯익은 느낌.
벤틸레이션, 고무 밴드의 안쪽. 최종 지향점을 향해 오직 직진한 듯한 내부 처리. 튼튼하게만 살아다오라는 마인드. 그리고 예전 워크웨어 보면 이런 밴드가 들어있는 것들이 꽤 있다. 랭글러 데님 재킷 같은 거 여전히 붙어 있는 것들 자주 보이는 데 불편해서 뜯어버린 경우도 있고.
오묘한 팔. 상당히 여러 조각을 이어 붙였다.
팔의 벨크로, 사이드 주머니, 아래 물 빠져 나오는(아마도) 홀.
지퍼는 IDEAL.
허리 조절은 사이드 주머니 안쪽에서.
이런 옷은 방풍, 가벼운 발수, 나뭇가지 등 주변으로부터 보호 정도의 역할을 한다. 비오는 날 이것만 입고 나가면 안되지만 바람 부는 때엔 여름에 입어도 된다고 되어 있다. 물론 고온건조의 사막...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계열로 아크테릭스 리프 같은 데서 나온 걸 입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하지만 그럴 일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정말 막 입는 옷이다. 다만 세탁만 등산복 계열에 준해서 세탁망에 발수 세제를 이용하고 있다.
사실 아크테릭스고 뭐고 그냥 바지나 하나 가지고 싶기도 하고...
아... 너무 좋네요
등산복의 "난 어떻게든 눈에 띄어서 조난당하면 살아남아야해"
와는 정반대의 절대로 눈에 띄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컬러에
움직임은 절대 방해하지 않겠다는 패턴맞춤도요
답글
팔은 볼 수록 신기합니다. 어떤 면을 고려해서 저런 모양이 된 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요 ㅎㅎ 하지만 조난 당하면 살아야죠!
소장품이신건가요?! 부럽습니다 와 ㅎ
답글
전 꽤 싸게 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