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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패션의 힘은 무엇인가 최근에 낸 책 패션의 시대(링크)에서 패션은 반사회, 혁명 그 자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즉 패션에 현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게 유행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메시지의 힘은 약해진다. 그저 멋진 옷, 최신의 트렌드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가장 큰 이슈인 친환경, 페미니즘, 반 인종 주의 등이 이런 과정을 어느 정도는 거쳤다. 예전과 다른 점은 펑크 시대 반문명 패션, 그 이전의 여러 서브컬쳐는 은유적, 응용적인 면이 있었다. 밀리터리 패션은 스테디한 패션 트렌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버렸지만 그런 걸 입었다고 반전을 읽어내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최근의 경우에는 그냥 메시지다. 티셔츠 앞에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놓는다. 이런 NGO의 방식.. 2024. 3. 29.
리모와 Hammerschlag 컬렉션 리모와의 여행 가방에 약간 로망이 있다. 어지간하면 백팩에 짊어지고 다니는 걸 좋아하고 돌돌이 여행 가방을 끌고 있으면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좋아 보이긴한다. 아무튼 리모와에서 해머슬래그 컬렉션이 나왔다. 해머슬러그는 독일어로 해머치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알루미늄 표면을 망치로 끊임없이 내려친 듯한 모양이다. 두 가지가 나왔는데 캐빈(링크)과 핸드 캐리 케이스(링크). 리모와 여행 가방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세로 줄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손잡이는 1966년에 나온 메탈 핸드 브릿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손잡이가 상당히 고풍스럽게 생겼는데 취향이 갈릴 거 같다. 기반이 된 예전 모델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못 찾겠음. 내부는 고급 시리즈 분위기가 꽤 난다. 가죽에 지퍼 부착 .. 2024. 3. 28.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도 발렌티노를 떠난다 드리스 반 노텐에 이어 또 다른 세대 교체 소식.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P)가 발렌티노를 떠난다. PP의 발렌티노 재임 기간은 두 시기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울리와 겸임으로 있었고, 2016년 치울리가 디올로 떠난 이후 단독으로 발렌티노 컬렉션을 이끌고 있다. 발렌티노가 1960년에 시작했으니 나름 오래된 브랜드이긴 하지만 일단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한 50년 정도 했고 그 다음 잠깐 알레산드라 파키네티, 그리고 이후로 15년 정도는 PP다. 그러므로 발렌티노의 지금 이미지에 PP가 미치고 있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임팩트 때문인지 PP와 치우리가 같이 있을 때 발렌티노가 좀 재미있었다. 일단 공동 디렉팅 체제라는 거 자체가 디자이너.. 2024. 3. 24.
H&M + rokh, 4월 18일 H&M과 rokh의 협업 컬렉션이 4월 18일에 나온다. 사실 자라, H&M, 유니클로 경쟁 속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생각해 보면 자라가 재미있는 걸 좀 많이 내놓고 있고, 유니클로는 꾸준한 거 같고, H&M은 뭐하는걸까 이런 느낌이 좀 있다. 과연 디자이너 황록의 rokh와의 콜라보가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설명(링크)을 보면 "더블-레이어 트렌치코트, 디테처블-헴 드레스, 코르셋 탑, 리워크드 팬츠 및 데님, 차분한 플로럴 프린트 탑, 플리츠 스커트 세트와 매칭 글러브 및 타이즈, 언더웨어, 로고 티셔츠, 그래픽 투톤 메탈릭 주얼리, 브리프 케이스 백, 아코디언 파일 클러치를 포함한 유쾌한 오피스 스타일 액세서리 등 여성복, 남성복 및.. 2024. 3. 22.
에르메스 버킨백, 소송 캘리포니아 주민 2명이 에르메스의 버킨백 판매 방식과 관련해 반독점 위반으로 소송을 걸었다. 일단 판매 방식. 알려져 있는 바에 의하면 에르메스는 여러가지 물건을 구매하면서 일종의 마일리지를 쌓고 그러다보면 어느날 직원이 버킨백 있는데 사시렵니까? 하고 물어본다고 한다. 그러면 구입할 수 있다. 반독점 위반 측면을 보면 이렇게 구매하려는 본 제품과 별개 제품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드는 건 번들링이라고 부르는 불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소송의 내용을 보면 이런 불법 행위의 증거로 판매원 보상 구조를 들었다. 즉 에르메스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직원에게 3%의 커미션을 주고 버킨백 판매에는 수수료가 없다. 직원 입장에서는 충분한 수수료를 확보할 때까지 버킨백의 판매를 미루게 된다. 에르메스는 예전에 다른 제품.. 2024. 3. 22.
드리스 반 노튼이 드리스 반 노튼을 떠난다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이 2024년 6월 마지막 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그만둔다고 발표했다. 2025 SS가 마지막 패션쇼가 될 거 같다. 같은 앤트워프 식스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가 그랬던 것처럼 친필 편지로 이런 소식을 전했다(링크). 후임자는 찾고 있다고 한다. 깜짝 발표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세대 교체도 있었지만 요즘엔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경향도 많은 거 같다. 1986년에 시작된 벨기에에서 온 앤트워프 식스 디자이너들은 기존 패션에 아주 다양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드리스 반 노튼은 예술적인 접근, 지적인 접근, 입을 수 있는 옷 등으로 패션이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세계를 한 단계 넓혀줬다. 이제 그들의 시대도 이렇게 하나 둘 역사의 뒤안길로 가고.. 2024. 3. 19.
시로티 #FFFFFFT 일본에 시로티, #FFFFFFT라는 브랜드가 있다(링크). 이름 그대로 하얀 티셔츠만 파는 곳이다. 자체 브랜드만 파는 건 아니고 여러 브랜드를 판매한다. 그리고 온라인으로는 팔지 않고 오프라인만 있다. 매장을 찾아가 딱 맞는 하얀색 반소매 티셔츠를 고르는 거다. 처음에 이런 브랜드 이야기를 듣고 이런 게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했는데 벌써 8년 째라고 한다. 여기서는 자체 제품도 종종 내놓는 데 8주년 기념은 재킷과 딱 맞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티셔츠라고 한다. 이전에 데님과 딱 맞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가 나온 적이 있다. 설명을 보면 인도 남부가 원산지인 고급 코튼 수빈 코튼(Suvin Cotton)의 퍼스트 토픽 만을 가지고 일본 텍스타일 메이커에서 만든 면으로 만들었다. 이외 다양한 특징들이 .. 2024. 3. 14.
미우미우의 위민스 테일 #27 책(링크)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패션쇼는 원래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게 흥하다보니 언론인들도 참가하게 된다. 애플 TV의 더 뉴 룩을 보면 모델들이 여러 동작을 선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말하자면 움직이는 마네킹처럼 보인다. SNS와 유튜브의 시대가 오면서 패션쇼는 생방송 중계도 가능해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서 무대 장치라든가 퍼포먼스라든가 하는 게 약간 도입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캣워크 위를 줄줄 걷는 방식은 그때랑 다른 게 별로 없다. 코로나 판데믹의 시대에 패션쇼 관람이 제한되면서 브랜드들은 여러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같은 모습의 컬렉션은 옷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넓힌다.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 조금 기대를 했는데 결론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 2024. 3. 14.
별 생각없이 계속 사는 것들 별 생각없이 계속 사는 것들이 있다. 텀이 길든 짧든 그냥 문제가 생기면 별 생각없이 사는 것들.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해주지만 단종이 되거나 하면 타격이 좀 있는 문제가 있다. 물론 계속 사야하는 게 여럿 있지만 토너나 로션, 핸드크림과 립밤 등은 계속 바꾸게 된다. 아무튼 그냥 똑같은 걸 사고 있는 걸 몇 개 써보자면. 1) 커클랜드의 벌크 가루 원두와 멜리타 1X2 필터 매일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 한참 캡슐을 별 생각없이 계속 사서 마셨는데 그 예외없이 매일 같음에 좀 질려버렸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커클랜드의 1.36kg짜리 거대 원통 원두에 멜리타 필터 조합은 비슷하지만 매일같이 뭔가 변화가 좀 있긴 하다. 거대 원통 원두는 뚜껑을 따면 며칠 만에 향이 사라지는데 방습제를 4.. 2024. 3. 9.
패션에 대해 안다는 것 단지 옷 외에도 패션에 대해 이야기할 건 많다. 예컨대 스타일링, 코디네이팅, 유행하는 아이템 등등이 주로 많이 다뤄진다. 그리고 브랜드나 아이템의 역사, 패션의 흐름, 비즈니스의 측면 등도 그렇다. 후자는 수요가 있지만 전자보다 적고 반발도 있다. 내 마음에 드는 걸 입으면 되는거지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다. 뭐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패션을 너무 많이 쳐다보고 있어서 흐름 정도는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떤 아이템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생긴 거다.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 트렌디한 패션을 쫓고 있는 이들이 몇 명 만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집단적 지식과 관념이 생겨나고 저게 좋아보이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이것도 '.. 2024. 3. 9.
2024 FW 2024 FW 패션위크가 대강 정리된 거 같다. 볼만 한 거 몇 개 뽑아볼까 했는데 사실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불러일으킬만 한 건 나올 타이밍이 아닌 거 같긴 하다. 다들 무난하게 나아가는 정도. 전혀 새로운 사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야 다시 들썩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워크웨어가 캣워크 위와 거리 풍경 모두에서 대세가 되어가는구나 싶고 테일러드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많이들 고민하고 있는 거 같다. 아무튼 새로운 디자이너의 발굴이라기 보다 이건 그래도 보고 지나가자 싶은 거 세 개 정도만. 디올 프라다 JW 앤더슨 이외에도 언더커버의 내레이션과 패션쇼 조합이 좋았고, 드리스 반 노텐의 조용함도 좋았던 거 같다. 사카이와 미우미우, 물론 K인간으로서 루이비통 피날레에 정호연과 스트레이키즈의 필.. 2024. 3. 8.
작은 차이 유튜브 같은 데를 보다 보면 조금 다른 거 같긴 하지만 누가 알아봐, 그게 그거야 같은 말이 시대 정신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뭐 공산품의 시대에 다들 비슷하다. 그러니 싸고 쓸 수 있으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야말로 각각의 제품이 존재하는 이유다. 저런 말을 자꾸 하니까 드러나는 차이도 무시하려는 경향이 만들어진다. 애초에 누가 알아보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일까. 자기가 고른 거 남이 쓰나, 자기가 쓰지. 다르다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는 모르겠으면 그냥 그쪽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럴 뿐이다. 바바 나폴리 셔츠의 트위스트 소매 결합(링크)처럼 눈에 띄는 것도 있겠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도 얼마든지 있다. 패션 뿐만 아니라 이어폰, 노트북, 자동차, 의자,.. 2024.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