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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노와 피케

by macrostar 201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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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피케와 치노라는 제목의 피케 포스팅(링크)에 이어 두 번째로 치노 포스팅이다. 영어로는 Chino라고 쓴다. 보통 치노하면 치노 바지를 생각하지만 이것도 피케와 마찬가지로 면으로 된 섬유의 이름이다. 

피케 티셔츠와 치노 팬츠가 중요한 점은 여하튼 이 둘만 있으면 현대인으로서 크게 부족함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더 격식있는 자리에 어떻게 껴 보려면 위에 자켓을 입으면 되고, 추우면 내복에 다운 파카를 입으면 된다. 운동화를 신으면 운동복이고 로퍼나 보팅 슈즈를 신으면 주말 웨어다. 청바지보다 커버리지가 약간 넓다.

물론 정장을 입어야 하는 회사도 그렇고, 드레스코드가 블랙이라고 적혀 있거나, 까다로운 레스토랑, 선을 보러간다든가 하는 것은 곤란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둘 조합은 대표적인 평범한 옷이고, 평범한 곳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평범하게 껴 있기에는 더할나위 없다. SPA부터 애매한 브랜드까지 괜히 이것들이 가장 많고 다양한 게 아니다.

여튼 치노다. 치노는 19세기 중엽 영국과 프랑스 군복으로 쓰이면서 발전했다. 19세기 말 쯤엔 주요 군인들의 스탠다드 복장이 된다. 그리고 1898년에 스페인과 미국 사이에 쿠바 지역과 필리핀 지역을 중심으로 전쟁이 발발하는데(아메리칸 - 스페인 전쟁) 이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치노 바지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미국에 퍼진다. 저렴하고 튼튼하고 실용적이니 안 쓸 이유가 없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치노 바지.

군복이라면 개버딘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버딘은 치노보다 더 비싼 천이다. 버버리에서 개발된 개버딘은 기본적으로 울을 기반으로 하고 혼방 등으로 직조된다. 원래 섬유에 방수처리를 하고 만든다고 한다. 보통은 면보다 울이 비싸고, 그러므로 치노보다 개버딘이 비싸다. 개버딘도 1879년에 나왔다. 남극점 갔다 온 아문센도 버버리에서 나온 개버딘 소재의 옷을 입었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는 꼼짝없이 얼어죽었을테니 위에다 순록 가죽옷을 입었다.


치노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개버딘 바지도 나온다. 사진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개버딘 바지다. 약간 웃기는 게 둘 다 브리티쉬 탄 컬러인데 색이 여보란 듯이 다르다. 지금은 시즌 오프 세일 중이지만 원래 정가로 치노는 89.50불, 개버딘은 168불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차이난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개버딘 바지는 울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꼭 그런 건 아니다. 치노와 만드는 방식의 차이가 있는 거고 요즘은 버버리에서도 코튼 개버딘이라는 소재로 된 면 100% 트렌치 코트 같은 게 나온다. 여튼 개버딘은 비싼 소재라서 그런지 파리나 밀란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 컬렉션에서도 종종 나온다. 역시 울 소재인 플라넬도 그런데 이에 비해 치노는 세상엔 흔하지만 거기서는 그렇게까지 흔하진 않은 거 같다. 결국 치노는 뭔 짓을 해도 비싸고 고급스러운 소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개버딘은 버버리 코트가 제일 유명하겠지만 바지를 만들 듯 치노로도 셔츠도 만들고 코트도 만든다.

 
L.L Bean의 링클 프리 치노 셔츠다. 셔츠 광택의 분위기가 마치 후롬라이드 옆에서 손 흔들고 있는 직원들의 복장과 비슷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치노 바지는 편하고 저렴하다. 여름에 롱팬츠로는 약간 더울지 몰라도 청바지보다는 낫다. 치노 바지야 뭐 유니클로를 비롯해 갭, 폴로, 바나나 리퍼블릭, 홀리스터 등등 다 괜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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