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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업계의 시계, 두 개의 길

by macrostar 201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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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나 가방으로 유명한 소위 명품 업계들도 시계를 내 놓는다. 어쨌든 시계는 필수품 중 하나고, 주요 액세서리다. 특히 남자의 경우 딱히 목걸이니 팔찌니 하고 다니는 경우가 여자에 비해 드물기 때문에 그래도 구색을 갖추자는 생각에 시계는 구입한다. 뭐 좀 한다는 사람은 기념이든 자랑이든 고급 시계를 찾게 된다. 하지만 이 업계에는 사실 이미 이걸로만 수십, 길게는 백년이 넘게(최초의 손목 시계는 1868년 파텍 필립이다) 먹고 산 기업들이라는 만만치 않은 진입 장벽이 있다.


'하면 된다' 구호 붙여놓고 버선발로 뛰쳐 나가도 당장은 이런 거 못 만든다.

수공업자들이 보다 소규모인 구두 업계와는 다르다. 구두로만 한 획을 그은 회사들도 존재하지만 하청, OEM, 장인 스카우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명품 업체들의 구두 수준도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하지만 시계는 아직까지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명색이 하이 엔드를 표방하는 패션 회사들이지만 이 분야에서는 그러므로 우회를 선택하게 된다. 너무 높은 곳을 넘보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만 기계의 수준을 올려 놓고 보다 패셔너블하거나, 자신들의 이미지에 보다 부합하거나 하는 것들로 승부를 본다. 일단은 가죽과 보석상으로 분류되는 Cartier는 쿼츠 시계로 한 획을 그었다. 이 정도 되면 이미 어떤 아이콘이다. 샤넬의 세라믹 시계도 꽤 히트를 쳤다. 몽블랑처럼 아예 스위스에 공장을 차리거나, 아르마니처럼 패셔너블한 중저가 보급형 쪽으로 자리를 단단히 잡기도 한다.

최근 상반되는 두 개의 행보가 있었다. 구찌와 돌체 앤 가바나다.


구찌는 평소 심심찮게 시계를 내 놓았고, 히트작들도 꽤 되는데 작년에 i-gucci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전자 시계를 내 놨다. 사이즈는 49mm, 44mm 등으로 덩치들이 좀 있고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전반적으로 '두텁다'.

시계 매니아들은 아무리 상표가 날개라지만 이 가격에 전자 시계라니 차라리 티소나 해밀턴을 사라고 한탄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있고, 다양한 니드가 있는 법이다.

일단 구석 구석 최선은 다 했다. 케이스에는 PVD 코팅을 했고, 앞 유리는 사파이어 글라스다. 잘 가공된 스테인리스 케이스 백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보다 젊고 무심하게 힙한 이미지 때문인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다. 시계의 심장인 디지털 무브먼트는 스위스에서 만들었다는데 인건비 말고 무슨 차이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열어 놓은 내부 사진을 좀 보고 싶은데 못 찾았다. 밴드는 거의 모든 모델이 러버 버전이다.

대략 가격대는 1,300불에서 1,500불 대. 몇 가지 리미티드 에디션들은 1,800불 대까지 있다. 가만히 보니 슈프림같은 스트리트 웨어를 입고 새하얗게 반짝이는 스니커즈를 신고 힙합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살짝 인기를 끌고 있는 거 같다. 여튼 오버홀이니 뭐니 신경쓸 건 아무 것도 없고 기스나 안 나고 깨끗하게 들고 다니면 되는 전자 시계다. 예쁘고 마음 편하고, 이거면 된 거지.




아르마니처럼 고만고만한 쿼츠 시계를 내놓던 돌체 앤 가바나는 이번에 오토매틱 시계 시장에 진출했다. 위 사진의 심플하고 단순하고 클래식한 시계의 이름은 DG7. 다른 버전으로는 백판에 보석이 박혀있는 DG7 Gem과 몇 개의 크로노그라피가 들어있는 스포티한 DG5가 있다.

스위스 메이드고 사파이어 글라스고 이런 건 다 적정 수준을 유지했는데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열심히 뒤적거렸지만 못 찾았다. 다만 DG5가 스위스 공인 크로노미터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이야기만 찾을 수 있었다.

메커니컬 시계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실 돌체 앤 가바나가 공을 들인 부분은 케이스인 것 같다. 위 분해 사진도 온연히 케이스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시계줄을 붙이는 부분이 통으로 깎은 게 아니고 나사로 붙인 건 스테인리스 덩어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덩어리 느낌이 더 튼튼하고 좋은데(사진은 IWC 공장, Purist의 방문기 링크). 이왕 좀 더 고급 시계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면 적어도 케이스에서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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