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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오 드 콜롱의 시작, 향수 4711 런칭

by macrostar 201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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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에 보면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콜롱 이런 말이 써 있다. 적혀 있는 순서대로 향이 약해진다고 보면 된다. 여자 향수에 보면 퍼퓸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요새는 강하지 않은 향이 유행이라 그런지 오 드 퍼퓸이 많고 대부분 오 드 뚜왈렛 정도다. 남자 향수는 대부분 오 드 뚜왈렛이다.

 

오 드 콜롱은 사실 향수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향이 나는 물(이것도 향수인가...)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향수라는 게 보통 그러하듯 어쩌면 정말 덧 없는 장식이고, 특히나 오 드 콜롱은 덧없는 방면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여하튼 꼭 껴 안거나, 딱 달라붙으면 그때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아침에 뉴스레터를 뒤적거리다가 '오 드 콜롱의 시초이자 향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4711이라는 독일 향수가 이번 달에 출시된다'라는 기사를 봤다. 향수의 원조가 독일이었나 보구나... 생각하고 위키피디아를 뒤져봤더니 콜롱이 Cologne, 그러니까 독일의 쾰른이었단다. 이런 것도 몰랐다니 -_-

 

Eau는 물이라는 뜻이니까 Eau de Cologne(이하 EDC)는 쾰른의 물 되겠다.

 

 

다시 위키피디아로 돌아가서 내용을 읽어보면 오리지널 EDC는 1709년 Giovanni Maria Farina(1685-1766)이라는 사람에 의해 쾰른에 처음 등장했다. 지오반니 마리아 파리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태리 사람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에서 태어났는데 이태리 북쪽 북경 지방으로 옆집이 스위스, 이런 느낌의 동네다.

 

그는 1708년에 그의 형 장 밥티스타(축구 선수가 아니다)에게 "산 속의 Daffodil(황수선화) 향이 가득한 이태리의 아침이, 그리고 비가 온 뒤 오렌지 꽃이 생각나는 향기를 발견했어"라는 편지를 보낸다. 무척 감수성이 예민한 양반이었나보다.

 

그는 이 향기에 쾰른의 물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1709년 그곳에 Farina gegenüber라는 회사를 차린다. 처음에 이 액체는 향수로 사용되었고 유럽의 거의 모든 왕가들이 고객이 되었다. 당시 가격은 평범한 시민 일년 소득의 절반 정도였다고 한다.

 

 

이게 오리지널 EDC의 모습이란다. 사진은 위키피디아(링크) 이 첫번째 콜롱의 제조 기법은 여전히 비밀이다.

 

이 회사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 향수도 여전히 나온다.

 

 

 

Farina의 오리지널 EDC, 50ml 스프레이. 38유로.

http://www.farina1709.com/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는데 끝까지 가보자. 아래는 일종의 야사이고 법률적인 이야기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알겠지만 저 위 사진을 보면 4711은 Since 1792라고 되어있다. Farina는 1709년이다. 향수의 원조라더니 뭔가 이상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지오반니 파리나는 1709년에 샵을 열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수 공장이자 회사로 남아있다. 그리고 약 100여년 쯤 지난 이후에 다른 향수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4711도 그런 회사다. 저 EDC의 풀 네임은 Glockengasse No. 4711인데 저 회사의 집 주소다.

 

 

 

 

 

지오반니 파리나는 1766년에 쾰른에서 사망한다. 그리고 Farina의 등장 이후로 향수는 무척 인기를 끌고 있었다.

 

1803년, 빌헬름 뮬헨이라는 향수 만들던 사업가가 카를로 프란세스코 파리나라는 사람에게서 라이센스와 이름의 권리를 구입했다. 하지만 이 파리나는 저 위 향수 회사를 만든 파리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단지 이름이 Farina라서 사들인 거다.

 

뮬헨은 이 권리를 대략 20여명의 개인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1835년 이 계약들은 철회되고 법원에 의해 무효 판결을 받는다. 이로 인해 위법적인 다수의 'Farina' 컴패니들은 사라진다.

 

하지만 뮬헨의 아들은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태리에 가서 또 다른 Farina(향수 만드는 파리나와 관계 없는)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에게서 이름의 권리를 사는 대신에 아예 동업을 제안하고, 쾰른에 Farina라는 회사를 만든다.

 

1881년에 법원은 뮬헨의 손자인 페르디난도 뮬헨에게 Farina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결을 받는다. 그래서 그는 대신에 그의 오피스 주소인 No. 4711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사실 이 주소는 1797년 부터 1811년까지 사용되던 주소인데 이후 쾰른이 커지고 보다 광역의 주소 체계를 사용하게 되면서 No. 12로 바뀌게 된 상태였다.

 

이 회사는 1994년에 와서 Wella(샴푸 만드는 그 웰라)에게 팔린다. 그리고 2003년에 P&G가 Wella를 인수하면서 같이 넘어간다. 그 후 2006년 P&G는 global 브랜드는 남기고 local 브랜드는 판다는 전략 아래 회사 4711을 팔기로 하고 Mäurer & Wirtz라는 Aachen에 있는 회사가 사 간다. 지금 4711은 이 회사 소유다.

 

결국 4711의 일대기는 Farina라는 이름을 너무나 쓰고 싶었던 말하자면 사기꾼 뮬헨 가문 3대의 노력과, 4711이라는 이름의 정착, 그리고 웰라, P&G, M&W를 거친 격랑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 난국들을 거쳐 결국 한국에도 런칭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나마 이렇게 버틴 건 4711이라는 제품이 그래도 꽤 유명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가 쾰른의 4711.

 

 

 

 

결론적으로 말해 오늘 아침에 본 뉴스는 약간의 과장이 있다. 4711은 ODC가 최초로 나온 쾰른에서 나온 제품이 맞기는 한데 최초의 향수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Farina와 쾰른의 이야기다. 4711은 거기서 나온 제품들 중 유명한 축에 속하는 애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건 이 기나긴 역사 이야기 안에 since 1792의 1792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4711의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http://www.4711.com

 

이 홈페이지에 의하면 : 1792년 8월 8일,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수사 한 명이 젊은 사업가 빌헬름 뮬헨에게 특별한 결혼 선물을 준다. 그것은 바로 'Aqua Mirabills'라는 기적의 물을 만들 수 있는 비밀의 기법. 이것을 가지고 뮬헨은 성공을 꿈꾸며 쾰른에 회사를 차린다.

 

이래서 1792년이다. 이 회사, 솔직히 좀 웃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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