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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샴브레이 워크 셔츠

by macrostar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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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옷들은 그 생명이 끝날 때까지 입기는 하는데 변화를 관찰하는 종류들이 따로 있긴 하다. 예컨대 면, 데님, 샴브레이, 청바지, 워크셔츠, 코튼 재킷 등등. 변화를 관찰한다고 해서 매일 구석구석 체크하는 건 아니고 슬렁슬렁... 앗 여기가 어느덧 이렇게 됐네? 정도. 이런 종류의 옷은(보다시피 대부분 면 100%, 그리고 리넨) 아주 큰 사건이 난 게 아니라면 셀프 수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연 어떤 모양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안고 간다. 아무튼 그런 옷 중 하나인 코튼 셔츠 그 중 샴브레이 셔츠. 


참고로 아주 간단히 말하면 데님은 트윌, 샴브레이는 플레인 위브. 또한 간단한 구별 방법은 데님은 안과 바깥 색이 다르고 샴브레이는 같다.


워크셔츠라고 하면 몸으로 쓰는 일 할 때 입는 셔츠는 기본적으로 다 워크셔츠이기 때문에 목수들의 플란넬, 쇼퍼들의 디키즈나 칼하트 등등 모두 워크셔츠이긴 하다. 레플리카 계열에서 샴브레이 워크셔츠라고 하면 보통은 2차 대전 때 USN 셔츠를 말한다.



찾아보니까 1940s USN 샴브레이 셔츠라고 이런 게 나오는군. 당시 제조사가 하나도 아니고 변형들이 꽤 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생겼다 정도만 알면 된다. 가슴 양쪽에 단추 달린 주머니가 있고 손목에 단추 하나, 사이드가 위 사진처럼 정리되어 있다. 저런 기본 옷에 부대 이름 같은 걸 찍어 놓기도 하고 찾아보면 여러가지 나온다.


복각도 여러가지 변형들이 있다.


리얼 맥코이에서는 사진처럼 가슴 주머니에 플랩이 붙은 모델도 나오고


버즈 릭슨에서는 매우 기본적인 형태의 USN 워크 셔츠에 다양한 컬러(오프-화이트, 브라운 등등)가 있다.


버즈 릭슨의 샴브레이 워크셔츠 중 좀 재밌는 건 페니카(fennica)와의 콜라보로 나온 제품들이다. 빔스(링크) 같은 곳에서 팔고 있는데 페니카의 테리 윌리스라는 분이 기획인가 디자인인가 제안인가 뭘 해서 나온 거다. 이분 콜라보 좀 재미있는데 오리지널 제품들을 가져다 아주 조금씩 손을 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많다.


 


버즈 릭슨 + 페니카는 이렇게 남녀용으로 나왔는데 기본적인 모습은 다 살렸는데 보면 칼라에 버튼이 달려 있다. USN 워크셔츠에 BD는 복각 아이템으로는 꽤 드물다. 칼라에 단추 달린 걸 좋아하기 때문에 딱 저 부분을 가끔 아쉬워 했었는데 테리 윌리스가 딱 달았다. 이 콜라보는 오프-화이트 컬러 말고 기본 푸른 색도 있다.


하지만 버즈 릭슨 + 페니카에서 제일 가지고 싶은 건 드링킹 재킷...



제품 설명에 보면 유러피안들이 술 먹으러 갈 때 입는 재킷이 드링킹 재킷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게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아무튼 재미있다. 재스퍼 모리슨 의자 중에 Thinking Man's 체어라고 생각용 의자라고 되어 있지만 아무리 봐도 술 올려 놓고 마시기 좋아 보이는 의자가 하나 있는 데 그런 데 저 옷을 입고 앉아 있고 싶다...



아무튼 이런 옷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옷들은 뭔가 잘못 시작을 했는데 아주 예전에 유니클로에서 데님 셔츠를 사는 바람에 유니클로에서 트리플 스티치의 셀비지 워크셔츠가 나왔을 때 사지 못했다. 사실 거의 비슷한 용도의 옷이 겹치더라도 할인을 하면 사려고 했는데 그 옷은 끝까지 할인도 안하고 해서(했는데 가격이 별로 땡기지 않았던가 아무튼) 그렇게 넘어갔다. 


그러다가 작년에 무지에서 그레이 컬러 샴브레이 셔츠를 상당히 싸게 팔길래 그레이면 괜찮으니까 하나를 구입했었다.


이 옷은 매우 딴딴하니 괜찮은 편인데 무지 옷이 보통 그렇듯 단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무지의 샴브레이 워크셔츠가 복각의 질서 아래에 있는 옷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워크셔츠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단추다. 이게 은근 캣 아이 단추이긴 한데(캣 아이 단추란 무엇? - 링크) 저렇게 만들거면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버전이다. 무지가 단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닌가!



이 강력한 납작 플라스틱의 느낌이야 말로 샴브레이 워크셔츠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그리고 역시 작년에 구입한 버즈 릭슨 + 페니카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겹치지 않게 오프-화이트로... 문제는 무지고 페니카고 두꺼운 타입이라 여름에도 긴팔 셔츠를 자주 입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잘 못 입는다. 특히 며칠 전 태풍 쁘라삐룬이 오키나와 근처를 지나칠 무렵부터 2018년의 본격 여름이 시작되었고 이제 당분간 긴팔 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건 어지간하면 불가능해졌다. 아무튼 이렇게 입어 가며 옷이 어떤 식으로 쇠락해 가며 본연의 매력을 뿜뿜 뿜어낼지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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