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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원본과 복제, 변이

by macrostar 2018.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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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옷과 브랜드의 원본과 복제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오긴 했지만 여전히 재밌는 주제다. 사실 확실해 진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몇 가지 사항들은 마냥 방치해 놓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예컨대 영감과 카피는 옷이라는 제품에서 저작권의 보호 영역을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얽혀있다. 그리고 사실 완전히 법적으로 해결될 수도 없고 윤리적 문제 등과도 부딪친다.



아무튼 이 분야가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는 답이 없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그 변이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고, 사실 여전히 왜 하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패션이란 "오 멋진데~"로 참 많은 게 용서되고 용인되어 버리는 분야라는 점이 이 분야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 사실 패션이란 원래 그런 거다. 언제나 말하지만 없어도 산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더 재밌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원본과 복제라고 그냥 묶어 버리기에는 이 문제가 포함되는 범위가 매우 넓어지긴 했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 


예컨대 얼마 전에 냈던 책 레플리카(링크)는 예전 청바지를 다시 만드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왜 다시 만드느냐 하면 그게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그게 더 좋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데 예를 들어 옷, 패션에서 더 좋은 것, 더 멋진 건 뭐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예전 청바지는 물론 더 좋은 점도 있지만 더 나쁜 점도 있다. 그렇다면 복각을 할 때 단점은 어떻게 할 건가. 


복각 초기에는 예전의 어설픈 기계에 의해 뜯어진 실 같은 걸 복각에 담았다. 비용의 측면에서 이건 패션이나 옷과는 크게 상관이 없고 재현율의 문제다. 즉 프라모델의 디오라마 같은 세계였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이 뜯어진 실을 넣을 정도의 완성도가 고스펙을 만들었고 그게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트렌드라기 보다는 더 "잘 만든" 옷의 표식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이런 게 일본에서 발전하다 보니 어느덧 구형 청바지 만드는 데 구석구석까지 가장 신경쓰는 곳이 일본이 되었고 이후 등장한 미국의 웰 크래프트 청바지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와 제작상 중시할 리스트를 참조하게 된다. 이렇게 원조는 남아있지만 일종의 원본이 넘어가는 이야기는 역시 꽤 재미있다.


사실 이런 일은 옷만 그런 게 아니라 문화와 지역성이 중시되는 많은 분야에서 일어난다. 주말에 넷플릭스에 있는 어글리 딜리셔스 를 봤는데 음식의 경우 그 변이가 훨씬 더 복잡하고 원본을 지키려는 세력과 그 변이를 만들어 내는 세력 간의 팽팽함은 꽤 대단하다. 어쨌든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원래 그렇게 만들어 왔으니까에 방점을 두는 사람도 있다.


특히 뉴올리언스, 휴스턴의 베트남 음식 이야기가 재밌었는데... 뉴올리언스의 케이준은 프랑스 요리가 미국 현지에 정착하며 등장한 프랑스 식 미국 요리다. 베트남 전쟁 후 보트 피플이었던 사람들이 그쪽에 많이 정착했는데 메콩강 하구와 미시시피강 하구의 유사성 덕분이고 그래서 미국으로 넘어와서 원래 하던 일(어부)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신 메콩강에서는 새우가 많이 잡혔는데 미시시피강에는 가재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 식 미국 요리에 베트남 식 요리가 결합되어 베트남 식 프랑스 식 미국 요리가 만들어 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베트남 요리 역시 프랑스의 깊은 영향을 받으면서 원래 요리에 변형이 생기고 더 맛있는 뭔가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렇게 미국에서 식당을 하던 사람이 베트남으로 돌아가 식당을 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분이 미국에 식당을 열면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한다. 나열을 하면 이름이 복잡해 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가 할 줄 아는 것 +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결합되어 계속 폭이 넓고 깊어지고 있는 거다. 


이 정도로 빠른 변이가 일어나진 않고 원본의 모습이 더 오래 남긴 하지만 패션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시 질문은 원본의 단점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보존할 만한 것인가, 단점을 제외한다면 그걸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등등으로 계속 나아가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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