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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크록스 밴드를 처음으로 신어 보았다

by macrostar 2018.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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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플랍이 집에 몇 개 있는데 발가락이 아파서 이제 잘 못신겠고 작년, 재작년 여름에는 앞뒤가 다 갖춰진 제대로 된 운동화 혹은 구두만 신고 다녔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버켄스탁이나 크록스 혹은 삼선 슬라이드 같은 거라도 신고 다닐까 하다가 크록스에 눈이 갔다. 물론 크록스는 자주 봤고 밴드 모델은 아니지만 동생 집에 화장실 슬리퍼처럼 생긴 게 있어서 몇 번 신어보기도 했고 그런 경험이 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할 밴드 계열을 발에 넣어본 적은 없다. 그러다가 어제 매장에서 한 번 신어봤다.


그러고 나서 굉장히 여러가지 상념이 생겼는데... 


기본적으로 인간은 어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곡선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살다가 경험으로 얻어진 것들일 거다. 신발의 어퍼 뷰 같은 경우 눈에 익은 발의 모양, 거기에 오랜 역사에 걸쳐 쌓인 익숙한 신발의 곡선이 있고 그걸 기능상 변형하고 또 다들 똑같은 걸 내면 안되니까 약간 뒤틀기도 하면서 만들어 낼 거다. 언젠가 말했듯 신발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오직 신은 사람만이 제대로 알 수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 타인은 아무리 가까이 붙어도 똑같은 뷰를 볼 수 없다.


뭐 여튼 그런데...



크록스 밴드의 경우 어제 느낀 건 아주 놀라울 정도로 의지를 가지고 그런 익숙한 곡선을 배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히 이상한 곡선을 그리고 가장 이상한 곳에서 휘어진다. 익숙한 지점과 가깝긴 한데 끊임없이 그 익숙한 지점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고 그 벗어난 지점들이 계속 괴상한 룩을 만들어 낸다. 약간 뭐랄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고 해야 하나... 매우 심혈을 기울여 어글리 룩을 만들어 내는 최근의 디자이너 패션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결론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고 신발에 대한 기본적인, 다시 말하면 구태의연한 관념들이 상당히 흔들린 경험이었다. 그것과 비교하자면 신발의 무게 같은 것 역시 매우 놀라운데 저 못생긴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고 그냥 푹신푹신한 밑창만 몸에 붙어 있는 듯 했다. 


그런 결과로 저걸 신게 되든 혹은 자주 안 신게 되든 하나 사긴 할 예정이다. 근데 정 사이즈보다 10mm는 더 커야겠더라고... 사이즈 책정마저 매우 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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