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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폴로 - 갱과 힙합, 버버리 - 샤브

by macrostar 2018.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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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와 갱(링크), 힙합(링크) 사이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뭐 폴로 입장에서는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스노우 비치 재발매 처럼 그 특별한 관계에 대해 제스쳐를 보여준 적이 있다. 토미 힐피거가 트렁크에 옷 싣고 할렘에서 나눠줬다는 이야기처럼 매우 명백히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과 약간 다르다. 


어쨌든 이와 비슷한 게 버버리와 훌리건, Chav다. 전자는 기능적 소비에 가깝다면 후자는 아이코닉한 이미지의 이용이다. 예전에 영국의 서브컬쳐 캐주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참고(링크).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링크) 전형적인 Chav의 모습. 코미디언 더 위 맨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버버리의 노바 체크 그리고 옷도 옷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모자.




폴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우 트래디셔널한 옷을 선택적으로 취합해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폴로의 경우엔 같은 동네 출신의 자수성가라는 이미지가 좀 있는 게 만약 단지 트래디셔널이라면 왜 폴로는 OK고 브룩스 브라더스나 제이 프레스는 저렇게 되지 못했을까 라는 점이 있다. 물론 디자인의 측면도 있겠지만.


여튼 버버리의 경우 말 그대로 워커 그룹, 망나니 청소년 그룹에서 버버리의 이미지를 취사 선택해 아이코닉한 동네 갱의 표식이 되었고 트래디셔널한 옷을 멋대로 입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건 사실 비싼 맞춤옷 중심의 테디 보이(링크) 시절부터 보이던 건데 이렇듯 하층 계급은 더 허접하게 혹은 상류층의 옷을 입는 식으로 뭔가를 만들어 냈다.


사실 버버리는 영국 계급 분쟁의 대표적인 예인 Chav의 중심으로 소비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 같고 그래서 안젤라 아렌트를 데려오면서 어떻게 Chav의 이미지를 완전 떨쳐내고 클래식 브리티시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했었다(링크). 버버리의 기존 이미지가 망가지는 게 안타까웠을 수도 있고, 시대를 완전 잘못 판단한 걸 수도 있고.


Chav 이야기가 다시 나온 건 뎀나 바잘리아나 고샤 루브친스키가 포스트 소비에트 룩을 들고 나오면서다. 미국과 영국의 스포츠웨어, 스트리트 웨어는 무너진 소비에트에 들어선 동구권에서 멋대로의 이미지를 구축해 냈다. 이런 걸 Gopnik(링크), Gopnitsa 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포스트 소비에트의 교외에 거주하는 25세 이하 로우어 클래스 청춘 남녀를 가리킨다.



이 사진 역시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스테레오타입.


이들 역시 전통적이고 훌륭한 브랜드의 옷들을 멋대로 입으며 유니크한 패션 세계를 완성했고 이런 게 바로 요새 보는 어글리 프리티 룩이 되었다. 낡은 옷, 원색의 커다란 80년대 풍 점퍼 같은 걸 마구 조합시킨 이 룩은 (아마도) 자기가 잘 알던 게 왜곡되어 선보이는 모습에 열광하는 틴에이지 팬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혹은 마침내 버버리는 고샤 루브친스키와 콜라보를 하게 된다.



또한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LGBT 문화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이번 컬렉션(링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서브 컬쳐, 젊은 문화에 대한 구애 혹은 우리가 이미 저기에 있었다는 걸 잊지 말라는 표시를 드러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과연 버버리가 크리스토퍼 베일리 이후 앞으로 뭘 하려고 할 지 대충 생각해 볼 수는 있는데 물론 그럼에도 단단한 기존 구매자 층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만 가지고는 떨어지는 매출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지난 몇 년의 교훈이기도 하다. 여튼 그런 점에서 과연 버버리의 행보가 무엇이 될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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