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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오리지널 빈티지와 레플리카 데님

by macrostar 2017.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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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각이라는 건 오리지널의 존재가 있어야 성립한다. 예컨대 역사에 기반하고는 있지만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롤리타 패션이나 고딕 패션 같은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복각의 수준이란 오리지널과의 유사성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거다. 


오리지널하고 똑같은 걸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매력이 없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애초에 복각한 대상에 패셔너블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욕구는 이상해서 자극적인 패션에 지치다 보면 그런 매력이 없음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면 이미 그 무매력이 매력이 되어 있다. 어쨌든 이렇게 복각이란 기존의 패셔너블함과는 거리가 꽤 있지만 패션의 영역 안으로 진입을 했고 최근 재구성 되고 있는 패셔너블함(링크)의 일부를 구성한다.



이 분야도 90년 정도에 시작해 역사가 쌓이다 보니 가는 길들이 다들 다르다. 레졸루트의 하야시 요시유키는 구 "리바이스"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했었다. 드님 때도 그렇고 지금 하는 걸 보면 과연 그런가 싶긴 한데 드님과 레졸루트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옷이다. 


스티븐스 오버올 같은 브랜드는 옛날 제작 방식에는 관심이 있는 거 같지만 옛날 모델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즉 제품의 복각이 아니라 제작 방식의 복각인데 이것도 복각은 복각이다. 


리얼 맥코이 같은 브랜드는 가상 역사를 만들고 있다. 1930년에 맥코이라는 사람이 의류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걸 만들었겠지...의 세계다. 이런 걸 하고 있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정신 세계가 완전히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 중 제일 심각한 타입이 아닌가 내심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이제는 리얼 빈티지 청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복각 청바지에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복각은 리얼 빈티지의 대체재가 아니라 기존 청바지 자체의 대체재다. 여튼 복각 청바지들은 70년대 이전 리바이스와 똑같은 걸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고 사실 "견고함의 아우라"의 측면에서 봐도 90년대 501 정도의 느낌이 나는 것들도 거의 없다. 


확실히 리바이스 청바지는 이상하게 튼튼해 보인다. 왜 그런 건가 가끔 생각해 보는 데 잘 모르겠다. 데님의 이상한 견고함, 실이 이상하게 튼튼함 같은 것도 있지만 벨트 고리 같은 걸 만들 때 다림질을 아주 잘하는 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다.


어쨌든 나도 리얼 빈티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뭐 있으면 나쁠 거야 없지만 세탁도 관리도 부담스럽다. 그런 식으로 불편함을 주는 옷에 큰 관심이 없다. 컬렉터가 아닌 이상 멋대로 입지 못하는 옷이란 필요가 없는 거다. 가져다 팔까 싶지만 혹시 다시 구하고 싶을 때 그 가격에 가져올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점에서 복각 쪽이 차라리 재밌다. 막 입어도 별로 상관없고 이런 저런 실험도 해보며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여튼 결론은 즐겁고 맘 편한 의류 라이프를 즐기자는 이야기... 물론 1947 오리지널 같은 걸 츄리닝 처럼 입을 수 있다면 그런 인생도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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